★오여사의 제3의 활동/절 집 기행

다시 봄 선암사 매화는 폈을까?

하늘위땅 2013. 3. 30. 12:00

이상하게도 순천 선암사의 매화는 제게만 비싸게 구는 것 같습니다

매번 보여주지 않고 버티는 것도 같습니다.


갱상도문화학교 '해딴에'에 여행 프로그램에 선암사가 떴길래 친청엄마(신여사)랑 같이 가려고 신청을 해두고

매화 필 시기를 요래조래 알아보니 또 쫌 이른 것 같은 느낌이 팍 드는 것입니다.


"올 해도 역시 매화 보기는 글렀겠다"


"와 꽃이 도망갔다더나 ?"


"도망이야 갔을까마는 좀 이르네. 일케 따신데도"


"그래도 함 가보자"


나들이 , 소풍, 차타고 드라이브 좋아라 하시는 울 신여사님 거절없이 담박에 가자! 고고고!를 거침없이 외치십니다.

엄마랑 여행이 처음도 아닌데 스리슬쩍 염려가 됩니다.

그렇게 썩 친한 모녀지간이 아니다 보니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여행을 가보기로 합니다.


앞주에는 동생이랑 밀양을 다녀오셨는데 주저없이 간다 하시는 걸 보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여행 좋아하시는 건 맞는 것 같지요

우리가 엄마의 '흥'을 닯았다는 말에 정말 동감을 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수 없습니다.




전날은 좀 쌀쌀하고 흐려서 걱정을 했었는데 왠걸.

선암사에 도착을 하니 하늘은 맑고 화창하면서 따뜻하기까지 아니 참으로 '날씨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날이였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편하고 넓은 길을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부도탑들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이나요?

다양한 무늬의 기단도 그렇고.

하나가 방향을 달리 해 서 있지요


왜 그럴까요?



갸우뚱하면서 저벅저벅 걷다보면 그 의문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승선교를 만나 까맣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 냇물이 잔잔히 흐를때는 무지개다리가 물속의 그림자와 합쳐 둥근 원을 그린다. 그럴때 계곡 아래로 내려가 보면 

그 동그라미 속에 강선루가 들어 안즌 듯 보인다' 라고 적힌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선암사편]을 확인 해보려 했는데

겨우 다리아래 반원형에 강선루를 넣어 보기만 했네요.


우리나라 돌다리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보물 400호(몇호 몇호 이런것도 알아야 하남요?) 승선교 무지개다리입니다.

기단부를 계곡 양쪽의 자연암반을 그대로 이용해 무너질 일 없게 하고 홍예석을 돌린 다음 잡석을 맞추어 쌓아 올린 뒤

그 위는 흙을 덮어 양쪽 길로 연결하였는데 홍예 정가운데는 멋지게 조각한 용머리가 있어 중심추 역할을 해서 균형을 

맞춘다고 합니다.


"어데있노 용머리"


"죠 보이네 "


이 무지개다리를 만든 경험으로 인근 보성벌교의 무지개다리(보물302호)도 놓았다고 합니다.




지근은 다리 위 돌틈을 시멘트로 꽁꽁 막아버렸지요.


한쪽 기둥을 계곡으로 빠뜨리고 선 저 강선루때문에 시멘트 포장된 승선교를 슥 지납니다.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강선루, 선계로 들어가는 첫번째 관문쯤 되나요?

죠래 기둥하나가 계곡으로 빠뜨린 이유는 또 뭘까요?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궁금해 해야합니다.





지팡이를 짚으며 느리게 걸어서 겨우 입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저 현판도 우리식으로 읽으면 낭패가 납니다.

오주석 선생님 책에서 배운데오 오른쪽 위에서아래로 읽습니다.





삐걱거리는 다리를 살살 달래가며 계단을 올라 대웅전 마당으로 진입을 합니다.

일주문 지나 만세루 아래 지나오면서 힐끔 거리시던 신여사님 결국 뭔가를 사셨습니다.

만세루를 지나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판 하나.





육조고사

달마대사가 살았던 육조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절 이라는 뜻이라지요.

서포 김만중(구운몽, 사씨남정기 남해가면 구운몽길도 있어요)의 부친 김익겸의 글씨라고 하네요

글씨가 아주 힘이 넘칩니다.





만세루를 지나 대웅전 오른편으로 올라 불조전과 원통전으로 가면 예쁜 꽃문을 만날수 있답니다.

빨간 모란꽃이 이쁘게 피어 있는 문을 보려면 꼭 이쪽길로 단번에 오르세요

그리고 조각해 이어 붙이지 않고 통으로 조각해 만든 이쁜 꽃문을 보셔요.

원래 모란에는 향기가 없다고 하는데 향기가 솔솔 나는 듯 착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모란꽃 향기가 없을까요?

선덕여왕의 재치가 문득 떠오르네요.


모란꽃응 부귀를 상징하는 꽃중의 꽃이라 여겼던 모란.

김정희의 제자 허련은 이 모란꽃을 엄청 그려댔다고 하네요.

부자들의 주문을 받아...


있는넘들이 더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모란꽃이나 심어야 할까봐요.


'



참 고급스러운 한복을 입은 듯 품위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이쯤에서 뜬금없는 이야기 하나 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선생은 선암사 스님의 아들이랍니다. 아시죠?

스님이 자식을 둘 수가 있냐고요 ? 예 그럴수 있답니다.


선암사는 한국불교태고종태고총림입니다.

여기서 총림이 뭔가 또 궁금해지네요.(공부 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냥 휘릭 넘어갑니다)

총림이란 참선수행 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등을 모두 갖춘 사찰을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6개의 총림이 있는데 조계종에 5대총림(조계, 영축,가야, 덕숭,고불총림)이 있고 

태고종엔 이곳 태고총림이  있다고 합니다. 아~ 하 ..

조계총림은 송광사를 말하는 건가요?

영축총림은 양산 통도사를 말하는 것 같은데, 가야는 해인사를 맞겠죠?

덕숭총림은 수덕사라고 나옵니다. 고불총림은 백양사를 말하네요.



넘 길게 공부를 했습니다. 이거 모른다고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통과!


선암사에 없는 것이 몇가지 있다는데 찾아볼까요?

선암사 뒷산이 조계산 장군봉이라 졸개장군이 필요치 않아 사천왕문을 세우지 않았으며,

대웅전의 어간문(중앙출입문)이 없는 것은 승려나 신자나 똑같이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로 중앙 출입문을 만들지 아니 하였고,

깨달음이 있으면 말이 필요 없어서 주련을 달지 않았었다는데..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대웅전에는 주련이 걸려있네요.


그리고 선암사엔 석등이 없답니다.

화재가 잦아서 불을 상징하는 석등을 두지 않은 때문이라네요.

그래서 화재를 막기 위한 비보를 몇가지 해 두었다고 합니다.

찾아 볼까요?






현재 종무소 건물로 사용중인 심검당(부엌) 연기구멍에 물 수자와 바다 해자를 조각해 넣었답니다.




그리고 대웅전 서까래 위 부연 사이사이에 '바다 해' 자를 써 놓았네요.

또 있습니다 가시거던 꼭 찾아보세요 





돌아다니면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깜빡 잊을 뻔 했습니다.

선암사하면 매화 딱 떠오르지 않나요.

매번 꽃을 보지 못하고 튕겼는데 올 해도 역시나 찔끔 어쩌나 먼저 핀 녀석들만 보게 되네요.


선암사 매화는 고려시대 대각국사가 사찰을 중창할 때 삼성각 앞의 와룡송과 함께 처음 심었다고 합니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구례 화엄사의 백매, 선암사의 무우전매(선암매)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지요.





우르르 우르르

선암매를 보기 위해 왔다리 갔다리 하지만 어디에도 활짝 핀 매화는 안보이니 이건가, 저건가 처음 온 사람들

어리둥절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활짝 핀 몇몇 꽃이라도 있어 덜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매화 축제 할 4월 6~7일쯤이면 활짝 필까요?

 






꽃이 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고매 앞에서 멍~ 하니 아쉬워 하는 저 분은 뉘실까?

모든 건 다 각각의 때가 있는 법이네요.

또 하나 깨닫고 갑니다.





매화 본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더니 은근슬쩍 땀이 이마에 촉촉하게 스며나오네요

담 넘어 본 든 매화는 꽁꽁 겨울입니다.






경내외 생각보다 많은 연못이 있는 선암사.

입구에 있는 삼인당 못이나 다른 연못들은 조경 목적외에도 토목적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담장지붕에 저렇게 하얀 꽃잎이 날리는 것을 상상합니다.




봄볕에 잠시 나왔던 두 스님.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에 놀란 듯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리시네요.

스님들 따라 겨울도 어서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선암사는  오래된 동네 같은 느낌이 드는 절, 친숙한 느낌이 오래도록 따라 다니는 곳이어서 편안한 절집입니다.

겹겹 이리 앉고 저리 앉고 여기도 봐도 저기서 봐도 다른 모습이 숨박꼭질 하는 것도 같지요

왜그런 느낌이 드냐면 '선암사는 한시점에 지은 절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크고 작은 건물을 하나씩 증축한 것이 

오늘날 25채에 이르고..그래서 규모도, 건물 앉은 레벨도 일정치 않고 계단도 각기 다른 모습이다' 라고 유홍준교수님의

책에는 적혀 있네요.





몇번 다녀온 곳이지만 늘 처음 오는 것처럼 새롭기만 합니다.

휘 둘러보고 앞서 가시는 울 신여사님은 좀 알고 가시는 것일까요?


"빨리 온나 배고프다"


그러고 보니 아침도 먹지 않고 나선 길 버얼써 점심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같이 가요~~~"


그제서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빨리 밥 달라 야단입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머리와 가슴은 가득 찼구만 뱃속은 난리가 났습니다.


선암사에 가면 꼭 해봐야 하는 것 중 하는 현재 수리중이라 멀찍이 서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뒤깐(대변소)는 수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