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졸업한지 30년이 다 된 중학교엘 가보다 (마산제일여자중학교)

하늘위땅 2011. 3. 2. 15:21

 날씨가 무척이 포근한 2월 어느날.

별다른 약속도 없고 산에 가지도 못한 쉬는 날.

뒹구거리던 아들과 점심을 먹고 무작정 버슬 탔다.

볕이 너무 좋아서 집에서 뒹굴거리기엔 너무 아쉬워서 아무 버스나 탔는데 신마산쪽으로 가는 것이다.

 

옳다구나 울 학교나 가보자.

 

일명 뱅뱅이 돌려서 걸린 집에서 아주 먼 마산제일여자중학교가 내가 졸업한 학교다.

언덕배기 비탈진 높은 곳에 앉은 이 학교에 당첨이 되고 엄청나게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기억에는 없다.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곳이라 만원 버스를 타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이 불안함을 주었지만

학교 처음 갔던 날 생각보다 근사한 학교 모습에 그 불안감이 순식간에 날아갔던 기억은 있다.

 

 

 

 

산복도로로 가는 버스를 놓치면 한참이나 아랫쪽에 서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경사진 길을 10여분이상 올라야 된다.

으~ 저 길을 3년을 올랐다...

 

 

 

뒤 돌아보니 마산만이 보인다.

항구근처 적치장을 시원하게 뚫어버렸더니 시야야 훤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근 30년...눈에 익지 않은 동네 모습속에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남은 것들이

정답게 반갑게 자릴 지키고 있다.

 

미용실이며 저 골목의 모습도..

 

 

 

 

 

그때도 있었떤 서점과 근동에 생긴 듯한 실버 커피숍...

학교 앞 이쁜 커피숍에 의아했는데 옆의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실버커피숍이란다.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

 

 

 

 

 

저 계단을 그대로 인 듯..

힘겹게 오르는 저 할머니도 30여년 전에 이곳 주민이였을까?

 

 

 

 

 

 

졸업한 지 오래된 모교를 찾은 이유는 그 시절 아주 궁금했던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봄 볕이 좋은 날 점심을 먹고 난 뒤 첫 수업시간은 늘 졸음이 괴롭혔다.

배는 부르고 바람은 따뜻하고 창으로 들어오는 볕은 따스하기 이를때 없으니 선생님 목소리는 그냥 자장가.

살폿 살폿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오려고 용을 쓰는 순간

학교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계란사소~ 싱싱한 계란!"

 

"휴지 한 묶음에 천원"

 

"물 좋은 오징어 있어요~~"

 

매일매일 메뉴를 달랐지만 계란 장수 아저씨는 거의 매일 학교 뒷 동네로 방문을 한 모양이다.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에 잠은 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업에 열중할 수가 있었다.

아니 수업에 집중을 했다기 보다 학교 담장 뒤에는 어떤 동네가 있을까?

뭐가 있지? 궁금하다. 나중에 꼭 한번 가봐야지.이랬던 것 같다.

 

그때 궁금했던 것이 근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생각날 건 뭐람..

 

학교 정문을 비켜 왼쪽으로 돌아오르니 가파른 비탈길이다.

지금은 소방도로가 학교를 빙둘러 생긴 모양이다.

그때 그 모습은 아닌 듯..

잘 포장된 길을 학교 담장을 따라 오르니..

옹기종기 시골 동네 같은 마을이 나타났다.

 

푸성귀는 키우는 텃밭도 있고...

 

그때는 어땠을까 혼자 상상을 하면서 어디쯤에서 계란을 팔았을까?

아이들은 어느 점빵에서 담 넘어 군것질거리를 사먹었을까?

 

 

 

 

 

 

 

 

 

 

이런저런 그때 생각과 짬뽕을 해가면 걷다보니 학교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담장을 다 허물어지고 안이 훤히 보이는 난간을 설치했다.

 

저 작은 운동장에서 달리기도 하고 배구도 하고 체력장도 했었나?

 

 

 

 

 

분홍색 페인트는 그때는 있었나?

건물은 그대로이다.

교실앞 차들은 그때는 없었는데..

 

 

 

 

 

담장이 없으니 운동장이 훤하다..

 

 

높은 담장이 있어 내가 다닐적엔 볼 수 없었던 마산 앞바다와 돝섬도 보인다.

 

 

 

 

앗! 매점앞 휴게소는 변하지 않았네.

저 돌 벤취에 앉아서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었는데..

 

 

 

 

 

 

충효석도 그대로다

오랜시간 자릴 지키고 있었구나.. 넌..

 

 

 

 

 

 

학교 정문에서 또 이렇게 계단을 올라야만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포의 저 계단...

한여름이면 고역이 따로 없었다.

온통 경사진 학교..

내려오기가 무서웠지..

 

저 계단 때문인지 내 종아리는 아주 튼실해서 콤플렉스가 되었는데..

저 계단이 원망스럽구나...

 

 

 

담장이 허물어 지니 학교에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서너군데나 되었다.

저 앞의 저 문도 그땐 없었는데...

시원하니 좋긴 하다.

 

운동장 곁으로 선 나무들도 그때 그 나무들이 맞는 것 같은데...

한참을 운동장 한켠에 앉아 30여년전의 나로 돌아갔다.

똘망똘망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10대의 나.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후들거린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

돌이킬수 없는 시간들...

 

국어선생님이 지금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하던데...

오랜전 졸업한 날 기억이나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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