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연극을 보다 '극단 마산 해피엔딩'
아주 오랜만인 것 같다.
친구가 극단 마산에 적을 두고 있었던 20년도 더 전엔 뻔질나게 극단을 드나들며 참으로 많은 연극들을 보았었다.
그 친구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며 즐기기도 했었다.
울산살이를 끝내고 다시 고향 마산으로 컴백했었던 몇 해 전 성산아트홀에서 극단 마산의 '베니스의 상인'을 초등학생 아들과 본 것이
기억하는 최근의 연극 관람이였던 것 같다.
워낙 티브이를 즐기는 탓에 연극이 재미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우리지역 창동을 살리기 위한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취지가
맘에 들어 황금같은 쉬는 날 저녁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한껏 밀리는 도로 정체된 버스 공연 시간 임박해서야 겨우 창동 가배소극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개관기념 시연공연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오진 않아 덜 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작은 극장,, 준비된 무대..
창동 상가 일을 하는 김경년 선배와 인사를 하면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김종길 전문MC의 진해으로 소개가 되고
연극은 막이 올랐다.
깜깜한 무대....침을 꿀꺽 삼키며 배우들을 기다렸다.
주인공 미남은 때수건 좀약 빨래집게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한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중풍으로 쓰러졌다. 전신마비 증세가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몸을 가누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반지하 단칸방. 월세를 놓은 주인집 아줌마는 벌써 몇 년째 방세를 올리지 않았다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와 라면을 먹는 미남..
아버지에게 직접 라면을 드시라 며 마비된 손에 젓가락을 쥐어준다.
그러나 힘들게 라면을 집었지만 뜨거운 라면이 떨어지고 뜨거움에 라면은 다 쏟아져버린다.
두 부자는 결국 흘린 게 반이 넘어버린 한끼를 그렇게 해결했다.
웃었지만 눈물이 나는 장면이였다.
맹인 순애 그녀는 천사인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미남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듯...
천사같은 순애가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미남...
꽃 냄새가 난다..
책 냄새가 좋다...
보면서 말하는 듯 그녀의 말에 미남은 그냥 넘어갔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순애가....
그런 순애를 잡지 못하는 아버지.
안타까운 마음에 울지도 못하는 아버지..
그녀는 갔고 삶에 의욕마저 잃어버린 미남..
절규하는 아버지.
연극 시작 장면이 반신불수 아버지의 어설픈 자살 시도였다.
자신이 빨리 죽어야 아들이 좀 편해질거라는 생각에 ..
그걸 알면서 모른척 명랑하게 아버지를 챙기는 아들 미남이였다.
순애를 잡아주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 미안함 안타까움이 아버지의 울음속에 들어있었다.
매일매일이 힘들어도 견디며 살았던 미남.
행복하면서 평범한 미래를 꿈꾸었던 순애의 배신으로 결국 ...
순애에게 물었다
맹인이냐?
순애가 답했다.
아니라면.
순애에게 답했다.
맹인으로 만들어버리겠다.
미남은 순애를 믿고 싶었던 것일까?
................... 극전 반전과 울컥 그리고 뭉클한 분노가 있습니다
........................궁금하면 꼭 보러가세요.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연극을 보고 나니 이런 극은 중고등학생들이 꼭 한번쯤은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평등하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세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각성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바램이다.
물론 연극을 보는 그 순간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실제 그런 생각들을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비슷한 경우에 연극을 통해 느꼈던 마음을 떠올리며 살펴볼 수는 있지 않을까?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던 시간이였다.
극장을 나서면서 먹먹해진 가슴을 달래려 아이스크림 케잌을 샀다
그리고 그 밤에 다 먹고 잤다.
'니 뱃살 우짤라꼬 엄청난 모험을 하노!!'
내 마음의 소리가 날 사정없이 찔렀다.
수다쟁이 인줄만 알았던 주인아줌마도....
명랑하기만 했던 미남,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아버지,
그리고, 그리고 순애,
연출자 최성봉
(왼쪽부터)
작품명 | 해피엔딩 |
작가명 | 김동기 |
연출명 | 최성봉 |
출연진(역할-배우명) | 미남 - 이상현, 아버지 - 정연진, 아줌마 - 김현주, 순애 - 박민주 |
스탭명(역할-스탭명) | 제작 - 이상용, 기획 - 정진영, 음향 - 황상수, 조명 - 전민규 |
공연일정 | 2011년 3월15일 ~ 2011년 3월 30일 (단, 월요일 제외) |
공연장소 | 극단 [마산] 가배 소극장 |
연출의 글 |
아들은 늘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고 아비는 하등 필요 없는 존재다.... 하지만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누구나 한번쯤 겪은 아름다운 사랑...그리고 아픔....또 세상이 모든 것이 모든 꿈으로 다가왔고, 또 그 꿈을 앗아가기도 했던 그 대상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이런 부자유한 현실의 슬픔을 장애라는 비유로 표현을 했다....아무리 헤어 나오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장애인의 삶과 아직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의 현실을 말하고 싶다...그들의 현실이 바로 세상이라는 큰 감옥속에 갇힌 우리 자신이 아닐까... |
연극 [해피엔딩]은 공연이 끝난 후, 원하는 만큼의 관람료를 지불하는 자유후불제 연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