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물릴때 즉시 담아서 바로 먹어도 되는 속은 무 김치
김장김치 아직도 김치냉장고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집이 많지요?
우리집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여전히 김치냉장고에 들어찬 김치 해치우느라 다른 김치 담을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는데 제가 배추김치를 그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내 입이 뭔가 자꾸 꼼지락 거리고 있음에도 조금 더 있다 담지 뭐...참고 또 참고,,
열무 한단 담았던 것도 다 먹고..
이제는 생김치 담아야 겠구나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퇴근 후 피곤한 몸을 뉘려 하는 순간
"유림네야~ 이거 좀 담아라"
"뭔데?"
"속은 무 한단 삼천원 하길래 샀다 절였으니 좀 버무리봐라"
낮에 가게에서 깍두기 담고 몸이 무거운데 집에서 마저 김치를 버무려야하다닛!
"생강있소? 말은? 젓갈은?"
괜히 트집잡아 안할요량으로 이것저것 꼬투리 잡아 보지만 재료는 다 있다는 대답..
'할수 없네 버무리자 버무리. 내 손은 김치 물이 드누나....'
알맞게 절여진 속은 무 어시장에서 사온 걸러 둔 갈치속젓 붓고,
고추가루 철철 흩뿌리고,
통깨 촥~
매실효소 찔끔
얼어서 녹지 않은 마늘 듬뿍
일회용 장갑을 끼고 쓱쓱!
양념 냄새가 그 밤에 침을 쏟아 나게 한다.
생강이 없어 약간 아쉬운 맛이 나겠지만 대충 간을 보니 그닥 나쁘지도 않다.
김치 양념 냄새에 공부하던 아들도 나와 어쩐일인지
"옴마 냄새 좋다 함 무보까?"
"그럴래? 잘낀데 그래도 되긋나?'
"냄새가 아주 제대로인데 조봐라"
아들 입에 하나를 무청까지 돌돌 말아 쑥 넣으주니
아주 맛나게 손가락까지 치켜 세운다.
음..누구 솜씨인데 ㅎㅎ
금방 버무렸지만 풋내도 없고
무우도 그나지 맵지 않고
젓갈 맛이 아주 진하고 고소하고 제대로된 맛을 낸다.
맛본답시고 몇개나 집어 먹었던지..
물까지 마시면 잠은 다 잤지 싶어 꾸욱 참았다.
락엔락 통에 두통
엄마꺼
내꺼
엄마꺼엔 젓갈을 조금 더 추가(나이가 드시니 짜게 드시네요)
고추가루를 조금 넉넉하게 넣었더니 양념이 너무 많다 한잔소리 하신다.
속으로
'아 그럼 이제부터 좀 담아서 주쇼 나도 엄마 해주는 김치 받아만 먹어봅시다
내 손에서 김치 냄새 떨어질 날이 없긋소'
순간 눈을 살짝 째리시는 엄마
나혼자 궁시렁 거린 걸 들었나 ? ㅎㅎ
맛있다 하면 그냥 자꾸 해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 하기 싫기도 한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마음도 시간이 가면 변색이 되는 모양일세.
어제 담은 속은 무 김치가 너무 맛나서...
수요일 아침 밥 상엔 고구마와 속은 무 김치가 끝.
물고매다 정말..
김치 하고 먹지 않으니 목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아침에 먹고 나니 양이 반으로 줄어든 듯..
"야~ 좀 아껴무라! 아니면 너거가 담아서 언니 쫌 주던가"
"응가야 김치 장사 해라 진짜 맛있다"
으이구 저 소리에 또 넘어가고 만다.
속은 무 나올때 한단 더 담아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