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선물 받은 듯 자투리 가을을 느낀 대구 허브일즈
가을 단풍 구경은 원없이 실컫했구나 싶었는데 계획에 없는 대구 방문길에 다시 가을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생각에도 없었던 대구시티투어 버스에 오르게 된 것이다.
날씨도 쌀쌀하게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어 가지 말까 한참을 망설였는데 안갔음 후회를 할 뻔 했지 않은가.
일찍 출발한 덕에 대구 동성로 일대 근대건축물과 골목길 일부를 보고 시티투어버스 출발 시간에 맞춰
반월당역 현대백화점 앞에서 버스를 탔다.
중학생 한반이 단체로 같이 움직이게 되었고
외국인들 5명도 같은 시티투어버스에 동승을 하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투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
11시경 도착한 대구 허브힐즈
바람이 차갑고 처량한 느낌이 나 공원에 가면 뭐가 좋을까 올라가지 말까 하는 맘도 잠시
기다릴 곳도 마땅치 않아 일행에 섞여 공원으로 들어갔다.
단체 할인으로 입장료 4,000원
정문을 지나자마자 홍단풍이 활짝 활짝 손짓하는 길을 만나게 되었다.
가을이 끝이 났구나 했는데 아직 남은 가을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후~~~
작은 산 등선이에 만들어진 허브힐즈...라는 곳 테마여행사에서 자주 가던데 가깝다고 눈여겨 보지도 않았는데
아기자기 한번은 다녀갈 만한 곳이 아닌가..
앙상한 나무사이로 자투리 가을을 한껏 뽐내는 홍단풍이 저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곳인가보다
쭉쭉 뻗어 오른 나무사이로 홍단풍이 앉아서 탐방객들의 눈을 즐겁게 아주 맘껏 즐겁게 해주었다.
이럴때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지..
앞서가는 같은 투어버스 일행 외국인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위를 오려다 보니 빛바랜 나뭇잎들이 간당간당 달려 오는 겨울을 거부하는 듯 하다
오지마라오지마라 겨울아 겨울아~~
허브힐즈라는데 허브는 어디있을까?
요리조리 길을 따라 단풍에 취해 오르니 작은 정원에 허브 천지구나
이름을 봤는데 기억에도 없는 보라꽃이 이쁜 허브,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작은 집과 나무 조각들이 어우러져 아기자기 딱 데이트 장소로구나
하늘은 맑고
바람은 차갑지만
허브 언덕엔 따스한 바람과 허브 향기가 넘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풍성했다.
작은 허브 정원을 지나 홍단풍길을 따라 오른다
이미 떨어진 낙엽들은 많이 바스라졌는데 아직 매달린 단풍이 아슬아슬하다.
약간 헉헉거리며 길을 오르다 보니 왁자한 아이들의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뭐하는 건가..?
나무위에 만들어진 사다리를 타고 나무로 올라서 뭔가를 하고 있다.
뭘까? ㅎ
아주 재미난 것을 하고 있었다.
홍단풍 전망대까지 천천히 걸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 사랑의 열쇠가 주렁주렁
어떤 사랑의 맹세, 약속들을 걸어 두었을까?
연인들의 바램이 잘 지켜지길 바라며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랐다.
길이 어디까지 나 있나 오르막길을 올라보았다.
아래쪽으로 여러 테마의 공원이 소풍나온 아기들로 시끌시끌했다
한적하고 조용하게 언덕길을 걷노라니 새삼스럽게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몰라!!
초록의 녹차잎과 끝을 향해 달려가는 가을의 어우러짐이 묘하다.
긴 겨울 찬 바람을 잘 견디면 내년 봄이면 연한색의 잎을 내겠지.
곳곳에 자투리 가을이 풍성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더해져서 쌀쌀하기만 한 가을 오후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허브힐즈.
말괄량이 아이들과 애 먹는 선생님도 가을 소풍을 온 모양이다
동물원으로 구경을 가는 길에 선생님에게 주의 사항을 듣는데 과연 잘 듣고 있었을까?
아이들의 왁자한 놀이 소리에 잠시 취해서 덩달아 아이가 된 듯 즐거웠다.
작은 통나무 집에 들어가 두어시간 산책의 피로를 쉬려고 앉았더니 창으로 보이는 공원의 가을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허브힐즈라니 허브 제품 몇가지도 샀다
동생들과 신여사에게 줄 사탕과 립 밤 그리고 풋크림과 오일까지..
15년 된 로즈마리가 늠름한 자태로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집에도 5년이 넘은 로즈마리가 있는데.
빨간 꽃이 달린 이 녀석은 이름이 뭘까?
허브정원앞의 카페에서 산 카라멜마키아또를 들고 오후 햇살속 허브정원을 걸었다
어느새 복작복작 여학생들로 시끌시끌한 허브정원을 살짝 비껴나와 작은 인형의 집앞에 섰다.
마지막 가을을 여기서 잡았구나.
자투리 가을을 말이다.
남은 가을이라도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경주, 조계산 단풍 부럽지 않았다.
덤으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낼수 있었다.
2시간 정도의 산책으로.
친구랑 가도 좋겠고
연인끼리 혹은 부부가 나란히 바람쐬러 다녀오면 좋을 곳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