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해 첫날 춤추는 학을 밟고 오다 / 가뿐하게 무학산 오르기
명절이라고 바쁜 걸음을 그닥 없는 당일.
바쁘게 다들 돌아가고 나면 잔뜩 쌓인 설걷이 꺼리와 쌓인 음식 정리
살폿 이마에 주름을 넣었다 풀고는 다 내팽개치고
"산에 가자!"
"추운데 오늘 무지하게 춥다고 하잖아"
"그래도 갈 사람 가자!"
따라나서지 않으면 꽁지를 빼는 사람들 내비두고
기름진 음식에 몸이 무거워진 사람들은 뒷산에 오르기로 했다.
재작년 1월1일 아들 고3 들어가면서 아들이 무학산 가자 해서 올랐고 그 뒤로 매년 첫날
혹은 음력 정월 초하루면 정해둔 것 처럼 산엘 올랐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때문에 옥상 물당고가 얼어 직수가 아닌 수도꼭지는 물도 안나오는 날
두둑하게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벌써 밀리기 시작하는 산복도로
일찍허니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버린지 오래전이다.
지루하겠다 차 속에서.
저런 행렬에 낑겨보고 픈 이상한 맘이 드는 건 뭘까?
그렇게도 지겹다 지겹다 했으면서도...(울산 살 적에)
집 뒤 육교를 건너 무지개 아파트를 지나 낚시점 옆길로 삭 돌면 봉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바로 보이는데
어이쿠야 이건 또 뭔 변화랴?
커다랗고 오래된 동백나무가 울창했던 컴컴한 입구는 어디로가삐고 휑하게 잘 (?) 정리된 나무계단이 입을 벌리고 섰다.
"이런건 또 운제 했노? 참 빠리네 걍 표티하는 건 아주 재빠르게 해대는구만"
오래된 그 동백나무는 어쨌을까?
싹뚝 베어버렸나, 뽑아가서 팔아 무것나 ?
이런 짓을 하는 사람 당췌 이해불가로다
잘 있는 것 놔두고 손질하면 돈도 마이 안들고 세금 축 안내고 될낀데 무조건 짤라삐고 없애삐고 걍 콩크리트 깔이삐네
구라면 표티가 팍 나니까?
욱하는 맘이 올랐지만 오늘은 산에 오르는 신성한 맘을 가진 날 내리 누르고 나무 계단을 올랐다.
겨울느낌이 확 풍기는 산속은 의외로 햇볕이 따스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졸졸 흘러내리는 약수터엔 얼음이 볕에 녹고 있었고 바스라질 것 같은 마른 나무가지도 볕에 쪼그라든 가지를 펴고 있는 것도
같고 얼었던 흙도 진득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거 질척하겠다 땅이 녹고 있다. 동네는 춥는데 산은 따신갑다"
콩크리트 벽 사이는 찬바람이 쌩하구만
나무와 흙이 있는 곳은 볕이 아주 따스하게 구석구석 잘 내리쬔다.
그래도 바람은 찹게 콧속으로 사정없이 밀어닥치고 움추린 온 몸은 쩍쩍 갈라지는 듯 근육이 부실하게 늘어나는 느낌이다
'이거 중간에 내려가야하는 거가 계속 가야하는 거가?'
어기적어기적 삐꺽거리는 관절과 근육을 달래가며 사부작사부작 오르다 보니
만남의 광장도 지나고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도는 가파른 경사길을 쌕쌕거리며 폐로 칼날같은 겨울 바람 구겨넣으며 올랐다.
세번의 돌계단을 지나면 서마지기가 나온다는 기대감으로
첫번 돌계단 통과.
두번째 나무계단도 힘들게 통과
하늘이 보인다...하하하
세번째 나무 계단도 잘 통과..
다시또 오르막 돌길
높이 오를수록 길은 더 질척거렸다.
얼었던 흙이 녹아서 신발에 척 들러붙는다.
연신 발을 털어가며 오르다 보니 드디어 정상아래에 도착을 했다.
많은 계단을 올랐건만 남은 이 계단은 다시금 정상까지 갈까 말까 망설임을 주는데 멈춤이 없다.
으이구야 다리아프겠다.
모자를 눌러 썼다
바람이 씨게 부니까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건강 365계단
헉헉
날짜를 보면서 올랐다.
마의 계단이여..징글징글하다.
드디어 도착!
마산만을 멀리 굽어 보노라.
돝섬과 마창대교가 한눈에 들고
저멀리 이름도 모르는 작은 섬들이 아름다이 설날을 채우고 있구나.
똑같은 자리에서 그대로 펄럭이는 저 태극기
펄럭펄럭
바람에 사정없이 소리 휘 갈긴다.
노란 옷을 입은 저 사람은 내가 아니다.
저 아저씨 한참을 저 표지석을 안고 저렇게 있더라
무슨 소원을 말하는 건지 무슨 고민이 많은 건지...
올해도 여전히 무학산은 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고민거리를 해결해줘야 할 과제가 생겼겠다.
아무생각없이 오른 난...이뻐해주려나?
아이 사진에 왠 항칠이?
카메라 렌즈에 문제가 있는건가.
사진 망쳤다.
저 멀리 아랫쪽의 저수지가 얼었나보다
팔용산이 생각보다 넓게 앉은 것 같다
저 곳도 다 둘러봐야겠다
마실 산책삼아 가는 용마산과 반월산도 한눈에 찍히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작은 섬들이 그림 같은 마산 앞바다
이리 아름답구나..
수평선 대신 섬이 하늘과의 경계를 막고 있네.
노란 잠바 아저씨 어느새 소원 다 빌고 자릴 비켰다.
그새 속 다 풀었나 보다
아저씨도 올 한해는 다 이루는 한 해 되시길..
오를때 등이 축축해지고 뒷덜미 땀이 찼는데 하산길 금새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아니 그 몇분사이에 몸의 반응이 이렇듯 극과 극일수가???
다시 모자 올려 쓰고 장갑 단디 끼고 목 끝까지 잠바 지퍼를 올렸다.
그래도 바람이 사정없이 몸의 체온을 낮추려 들러붙었다.
변덕스러운 겨울 바람 같으니..
딱 3시간 걸렸다.
몸이 다 풀린 봄이였다면 한 2시간이면 끝냈을 건데 사고를 염려하다보니 천천히 3시간.
온 몸 녹진하게 풀고 있던 사람들은 뱃살 걱정 하느라 부러워만 했다.
"일단 나가면 움직이게 되는데 게으름쟁이들!! "
올 해는 일단 움직이는 것 부터 무조건 출발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