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골목] 사라지기 전에 담아둬야지 - 장군천 일대 골목
골목집에 사는 것이 참 싫었다
학교에서 무슨무슨 조사를 할때면 정말 우리집이 어디라고 적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런 곳에서 태어나게 해준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었다.
골목길 그리고 그 길에 있는 집은 내 열등감의 근원이였는지도 모른다.
가난하다, 보잘것 없다, 창피하다, 부끄럽다로 딱 잘라 끊어버리고 싶은 골목길 그리고 어릴적 우리 집.
그렇게 싫었던 그 골목 그리고 골목에 있는 집을 만나노라면 이상하게 맘의 고요함을 느낀다.
그렇게 부끄러워했었던 마음에 대한 미안함이 일어난 것일까?
익숙하게 느껴지고
반갑고
그립고
새삼스럽게 그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 나이에 말이다.
철없던 어린시절의 옹졸햇던 감정들이 골목길을 찾아 다니면서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산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산도시탐방을 몇번에 걸쳐 따라다니면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선배님 중 한 분이 자기가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을 해서 신방을 차렸던 꼬불꼬불 골목길 안에 자리한
어릴적 생가를 안내하면서 참으로 자랑스러워 하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덜 창피해하고 덜 부끄러워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던 동네 골목을 다 훑고 옆 동네도 둘러보았고 생전 가볼일도 없었던 곳의 골목을 찾으러
늦은 오후 슬쩍 움직였다.
지도를 대강 보고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돌아봐야지 계획은 잡았지만 없는 골목을 찾아 다니다 보면
그 계획은 어디로 갔는지 기억조차 못하고 마무리를 하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중학교 시절 내내 버스를 타고 다녔던 구 산복도로 입구 마여고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무학산쪽으로는 다음번에 둘러볼 요량으로 남겨두고 아래쪽 큰도로까지 있는 살아있는 골목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후 여름 볕은 여전히 따갑게 살속으로 파고 들어 사정없이 땀을 쥐어짜내고 있었지만
양산을 쓰고 캡을 쓰고 골목으로 출발.
자주 봐왔던 다른 하천과는 다른게 장군천은 좁은 골과 곡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기하게 한참을 서서 봤다.
말끔하게 포장을 해서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회원천이나 교방천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하천의 상류부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휘어진 곡선이 휘돌아 깊은 골을 만들어 바다로 내리고 있었다.
하천변에 있는 집
있는 그대로 수리를 하고 지붕을 얹고 칠을 하고 오래전 그대로 있는 듯한 모습이다
커다란 소나무 수석이 인상적인 집.
땡볕에 서서 한참을 딜다보니 이상한 사람인가 해서 눈 똥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집 주인을 만나는 바람에
민망한 듯 아무것도 아닌듯 시선을 재빨리 돌리고 말았다.
하천아래쪽으로 가다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넜다
건너기 전 동네는 소방도로가 쫙 쫙 달 뚫여 골목이 사라지고 없는 듯 보였기도 했지만 하천을 가로지는 다리를 건너니
다시 돌아오기가 싫어졌기도 했다.
골목으로 들어간다.
좁은 골목에 면한 집들은 수리도 힘들고 손을 본다는 것이 참으로 번거롭고 어렵지만 깊은 골목도 사라지고 해서 그런가
돌붙임으로 오래된 벽을 가리고 땜빵을 한 집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떨어진 시멘트 자리에 덧바른 시멘트도 좀 위태롭다.
수도가 없던 그때는 물 좋은 마산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동네마다 우물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우물물을 길어 생활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공동수도가 들어오고 지하수를 뽑아 올려 사용하다 보니 우물도 오염되고
물도 말라 폐쇄가 되어버렸지만 그 흔적은 이곳 장군천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저런 우물가에 앉아 반찬거리 손질하고
빨래도 하고 여름날 한 밤에 몰래 가서 시원하게 샤워도 했었는데.
복잡하게 얽힌 전깃줄이 깊은 골목의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구불구불 꽤 길게 연결된 골목 발견
왠 횡재냐는 심정으로 사부작사부작 걸어 들어가니 그 안쪽 골목을 환하게 바꿔주는 집이 보였다
입구도 단정하고 대문도 주변과는 다르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대문 그리고 줄 장미까지..
골목바닥은 죄다 시멘트공구리 처리가 되어 비가 와도 질척거리지는 않겠다
죄다 시멘트 칠...
그 틈에 자라는 저 풀 좀 보소
질기고 강한 생명력이...사람 못지 않네..
자투리 공간마저도 팍팍한 삶의 일부분을 느슨함으로 채우려는 듯 꽉 낀채 자리잡은 작은 화분들이
떨어질까 철망으로 가리개를 하고 골목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런 시멘트반죽 날려붙임을 한 벽에 맨살을 잘 못 닿으면 쫙~ 긁힘 표시가 나면서 피를 본다는 건
익히 경험으로 아는 바 살살 피해서 빨간 벽돌 붙임을 한 벽쪽으로 붙어서 걸어가기 .
저 창의 방범틀은 언제적 것일까?
눈에 익은 문양이 아주 오래전 달았던 것임을 짐작케하는데..
좁은 길 벽에 딱 붙은 리어카는 지금도 끌고 다니는 것일까?
그 옆으로 고무통에 심어진 고추나무에 고추가 주렁주렁이다.
바지런한 우리 어머님들.
세상의 모든 신여사님들은 참으로 바지런하시다.
골목 깊은 곳에 자리한 집 담장 너머로 축 늘어진 이 식물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서 이렇듯 무성하게 자랐지?
손바닥만한 화단이 저 집안에 있는 모양이다.
내려다보는 가로등
내려다보는 도라지 꽃
올려다 보니 하늘을 이고 선 대단한 녀석들로 보인다.
기와집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채 지붕을 얹고 처마를 달아낸 노란색 벽 집
대문 작은 틈을 테레비에서 보아온 70년대 타일이 박혀 있는 집
좁은 골목에도 보여지는 인테리어가 존재하누나
골목 끝 집은 작은 텃밭을 가지는 호사도 누린다
골목으로 난 저 창은 어릴적 대로망이였는데 테레비에서 본 드라마에선 꼭 저 창으로 뭔가 사건이 일어났지
러브러브..이런 류의..
오래된 벽 정리를 하면서 이삿짐 전화번호는 왜 지우지 않은 것일까?
골목 자투리 땅은 어김없이 뭔가 자라고 있다
볕이 잘 들지 않음에도 열매도 주렁주렁
따 먹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골목이 사라지니 큰 도로변으로 나오신 우리 어머니들
그늘지고 바람이 돌아나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대화가 한창이다.
자잘한 일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고
기어이 놀러나온 어머니들의 손을 빌려 마무리를 하고 들어가시겠지.
하하하 호호호
" 그 집 영감 바지가 내려가 며늘 앞에서 아주 창피를 제대로 당했다네.."
하하하
울 할매들 자지러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