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해 바래길 소풍- 앵강다숲길 다시 만나다 / 두곡에서 가천까지
비가 온단 일기예보는 어쩌나 잠시 망설임을 주었지만 비가 와도 행사를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대책없이 우산과 2,000원짜리 간단 비옷을 챙겨서 남해행 첫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추운 건지 춥지 않은 건지 살폿 잠이 들었다 깼다 그러고 보니 남해대교를 건너는 남흥여객버스
'히터라도 좀 트러주지 기사님..'
속으로만 삼킨 말 결국 꺼내보지도 못하고 떨면서 지나는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죄다 세우는 바람에
생각보다 1~20분 늦게 도착을 했다. 두곡행 버스는 9시30분에 있다고 해 셔틀버스가 기다리는 남해운동장까지 쎄가빠지게 걸었다.
바람이 몸을 휘청이게 만듬에도 불구하고 9시출발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용을 썼다.
몸띠가 어찌나 무거운지 벌써 이러면 좀 더 나이들면 나가다니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 의심을 하면서도
바람의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잰걸음으로 남해공설운동장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후끈 몸이 달아올라 땀이 질질 나올즈음 남해공설운동장에서 대기중인 VIP용 관광버스에 올랐다
휘황찬란한 관광버스 내부다
"옴마야 삐까뻔쩍하네 "
자개로 단장을 한 내부는 완전 브이아이피용이 맞다.
"기사님 차가 아주 멋드러집니다"
"이쁘지용"
"......ㅇ....ㅖ..."
아주 천천히 달리는 브이아이피용 버스가 행사장이 있는 두곡해수욕장에 닿았다.
파견나온 경찰들과 봉사하는 사람들이 먼저 반긴다.
쉬는 날 일낀데 미안쿠로...
먼저온 소풍객들 많구나 접수하고 선물 받고 아는 사람 얼굴 찾기 시작했다.
같이 오기로 한 일행들이 빵꾸를 내는 바람에 졸지에 예정에 없던 혼자가 된 일정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만의 붙임성을
십분 발휘하여 절대 외롭지 않을 오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1298번째 접수자라는 말이지?
그런데 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천삼몇번의 사람도 있는데 까딱했음 번호 두개 달고 걸을 뻔했다.
선물용 배낭과 물, 빵 그리고 볼펜과 키보드 털이까지 알차게 다 챙겨받고 발자국 찍기 놀이까지 하니 바람이 더 심하게 분다.
아침도 굶고 체증으로 명치끝이 갑갑한 가운데 몸띠는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오늘 무사히 넘어갈수 있으려나...
비가 오지는 않는데 날씨가 아주 깔끄럽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남해사진작가 조인배님을 만나 인사하고 사진 설명도 듣고 남해바래길 사무국장이신 문찬일님도 뵙고
겸사겸사 아는 얼굴 만나 인사하고 모르는 얼굴 안면도 트고 좋구나.
오프닝 행사는 계속 되고 나의 사람들 탐색은 이어졌다.
스님도 보이고 아들과 아빠, 엄마와 딸, 부부, 연인, 친구등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2천명 정도 참석을 한 것 같다.
솔밭에서 서성이며 공연구경을 하다가 친구가 된 31년생이라는 두곡마을 할머니
아주 멋쟁이시다.
기념품은 챙겼냐 커피는 한잔 마셨냐 배낭 받았냐며 일일이 챙겨주신다.
"옴마야 어머이 연세가 많으신데 가시겠어예?"
"하모 이기 머라꼬?"
43년생 울 신여사는 다리 아퍼서 걷는 거 싫다고 차만 타고 다닐라하는데 참으로 부러운 노년아니신가.
회색 하늘이 조금 얄밉긴 했지만 그런 바다를 즐기는 사람은 즐겁기만 하다.
저 끝으로 가면 미국마을이 나오는 아주 맘에 드는 펜션이 보이고...
비가 올 듯 말 듯 아주 애를 태운다.
바람은 아주 심하게 불어 제끼고.
식전 행사 , 공연등이 끝나고 준비운동을 한 뒤 드디어 출발.
조인배작가가 사진 찍어준다고 바다로 내려가는 바람에 선두에 서서 가기로 했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아주 쎄빠지게 걸었다. 그래서 초반에 완전 지쳤다.
이러면 아주 곤란한데.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하니 덥자고 겉옷 벗지마시고 걸으세요"
당부를 했지만 넘 거칠게(?) 걸은 탓인지 넘들은 춥다고 꽁꽁오다싸매고 걷는데 고어텍스잠바를 벗어야 할 판이였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이 오르막에서 헉헉 거릴때 이왕 흘린 땀 좀 더 흘리자면 오르막에서 피치를 올렸더니 금방 선두에 서게 되었다.
좀 천천히 가야하는데 ㅋㅋ
겨울옷 두툼하게 입고 나서는 저 통통한 아가씨 걸음은 빠르구나.
길동무가 되어 한동안 같이 걸었는데 나으 빠른 걸음에 뒤로 쳐지고 말았다.
마주오는 사람들은 가천에서 걷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풍걷기가 있는 줄 몰랐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주왔다.
남해버스터미널에서 만났던 4명의가족들도 가천에서 걸었던 모양이다
서로 안면이 있으니 빙긋 웃음만 나누고 '반갑습니다' 한마디로 서로의 기운은 나눴다
그때 같이 가자고 할 걸 그랬나?
가족이 같이 걷는 것이 참으로 보기 좋다
군대간 울 아들은 절대 다시는 올레길 둘레길 안간다고 했는데.
남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이 계속 눈을 즐겁게 가로막고 있다.
가슴이 뜨뜻해졌다. 다리는 바쁘고 눈은 느적거리면 여유를 즐기려하고 뭐 그리 바쁘다고 앞서서 걸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늘 앞서 나으 모델이 되어 주었던 오렌지색 모자를 쓴 남녀한팀
뒤태만 찍어 미안쏘리합니다.
하늘은 잔뜩 꾸무럭거리며 위협을 가하지만 우리 걸음에는 거침이 없다.
근데 내 뒤태를 누군가 찍지 않았을까 괜시리 염려가 되는 이 맘은.
처음 앵강다숲길 걸을때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찾은 길을 걸어 올라와 나도 모르게 감탄을 질렀던 가족휴양지가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그려주고 있다.. 군데군데 남해 시금치가 가을인지 봄인지 모르게 자라고 있으니
늦가을의 쓸쓸함은 느낄수 없으니 따뜻한 온기를 느낄수 있다고 해야하나?
밭에 거름하러 나왔던 어르신 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깜짝 놀라셨나보다
일손을 멈추고 쳐다보신다
"죄송합니더"
지나면서 다들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십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씩 하신다.
일손을 도와야 하지만....
남해엔 마늘 말고 시금치도 엄청 키우는 모양이다.
넓은 밭 초록은 죄다 시금치인 듯.
또 오렌지색 모자 커플이 모델이 되었다.
알프스 풍경 못지 않은 가족휴양지를 내려오는 소풍객들..
마늘순이 싱싱하니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느리게 고개를 숙이고 걷는 이유는?
보물찾기를 하느라고 !
이런거에 약한 나두 슬쩍 발을 디밀어보니 하나 발견 일단 주머니에 넣고 다시 걷기 여전히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무슨 선물을 줄까 은근 기대를 하는 이 맘은 영락없는 어린아이 마음이로다
뒤따르는 사람들 그림속에서 멈춤을 한다
아름답다 남해여.
그냥 걷기만 하세요
아무것도 건덜지 마세요.
알록달록 펜션 지붕이 바다를 바라보고 태풍 볼라벤으로 그 앞을 지날수 없어 도로변으로 나서니 수고스럽게 파견나온
경찰아들에게 미안해졌다.
문득 군인 아들은 지금 뭐할까 엄청 궁금해졌다.
토요일이니 쉬고 있나 통신강의 들으러 외출했나 그냥 뒹굴거리나 어쩌나...
남해 고구마 사실분 연락주세요 010-7777-8019 ?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얼추 맞는 것 같은데 하늘은 먹구름을 살짝 걷어내고 맑은 가을하늘을 슬쩍 보여준다
이내 흰구름으로 덮였지만.
우회도로를 타고 걸으니 아래로 걸을때 한눈에 보이지 않던 석방렴이 보인다.
석방렴도 있었구나....처음 걸을땐 몰랐네.
하긴 그때는 걷는 것에만 몰두를 해서..
보여지지 않던 아니 볼 수가 없었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걷기를 더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다
튼튼한 다리와 발을 가진 내가 참으로 좋아지는 순간이였다.
처음 걸었을때 쉬면서 점심을 먹었던 그 곳이다.
보물찾기한 쪽지를 보여주니 '꽝' 이란다
"그래도 하나 주세요"
"안됩니다"
내년에는 보물찾기 물품 협찬을 좀 해야겠다 재미나구로.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빼때기죽을 한그릇 먹고 다시 걷기.
바람에 파도소리 소리 높고 그 속에 섞여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
어린피아니스트의 연주소리였구나.
바람과 파도소리와 짙은 하늘과 섞여 힐링을 시켜주는 듯..
아기는 춥겠다.
남해바래길 가을소풍걷기 두번째입니다.
작년에는 11월11일
올해는 11월10일
두번째 참여을 하게 되 무척 기쁩니다.
모델이 되어 주었던 오렌지색 모자 커플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또 다른 커플이 모델이 되어주신다.
오래전 만들어진 아스팔트 길이 외가집 가는 길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며 걷는 길이 뭐라말할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 떠올린다.
작년 처음 왔을땐 산딸기가 지천으로 날 좀 따주세요 기다리고 있었던 길이였다.
올해도 그 산딸기들은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그냥 넘기고 말았다.
길은 잘 다듬어졌고 난간과 계단까지 정비가 잘 되어졌다.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
가천다랭이마을이 가까워진것 같다.
바람은 좀 잦아들고 해가 잠시 보였다 말았다 다시 또 땀을 끄집어 내는 날씨다.
커플들은 다 사라지고 홀로 걷는 사람들만 앞서고 있구나.
땀이 많이 나서 옷을 하나 벗었다.
그래도 땀은 멈추지 않는다.
잠시 숲으로 접어드니 또 음악소리가 들린다
오카리나인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부는 한사람일겁니다"
쉬면서 감상을 해야 하건만 내 두다리는 쉬기를 거부하누만.
다시 걷자 걸어.
기다렸다는 듯이 앞서는 할머니 한 분
울 신여사 연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힘이 대단하시다.
저 할머니 따라잡으려다 죽을뻔 했다 정말 남해 어머님들 체력 강철이시다.
43년생 울 신여사는 50대부터 아프다는 말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 할머니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고 내리고 숲길을 한참을 걸었다
"아따 할매는 힘들지도 않나벼 쉬지도 않으시공"
헉헉 거리는 40대 말짱 70대 이건 말도 아녀
"와 나도 되지. 그래도 올매나 좋노 이런 경치에 사람들과 걷는기"
"글치예 ...좋네예"
드디어 이정표 발견
가천다랭이 마을이 코앞이다.
낯익은 난간이다.
낯익은 바다다
낯익은 냄새다
관광객들 넘치고 겨울 넘어가는 남해바다에 바람은 심하게 불어 바다를 일렁이고 소풍걷기도 어느 듯 막바지에 이르렀다
잠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머뭇거리다 그냥 내처 올라가기로 하고 오르막을 마지막 힘을 내 오르니 소풍걷기 한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들 어디서 모이나
하이에나 처럼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다 셔틀버스 발견 안도의 한숨을 쉬다.
그곳에서도 역시 음악소리가 들리고 어느밴드는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역시 풍류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하하
땀도 좀 훔치고 잠시 목도 축이니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
이파리 떨어진 감나무에 덜 익은 홍시가 달려 이제 가을 끝이나오 하는 것 같은데 마을 지붕은 여전히 가을빛이다.
마을을 돌고 돌아 허브향도 맡고 불냄새도 맡고 분냄새도 맡고 늦가을 소풍이 즐거웠노라 자랑하고 싶었다.
저 감은 저절로 떨어질까 아니면 딸까?
시원한 홍시 한입 베어물면 속이 시원하겠다.
1시30분 셔틀버스를 타고 두곡으로 가던지(다른 행사가 있었나?) 1시40분 남해읍으로 가는 버스를 타던지.
읍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셔틀버스를 버렸는데 손거울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마산가는 버스안에서 알았다.
아뿔싸!
꿈이 그 꿈이였구나.
거울을...
집으로 들어오기전 로또 한장을 샀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