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2013년 첫 도보코스로 무학산을 올랐으나 준비성 부족으로

하늘위땅 2013. 1. 9. 19:00

겨울이 넘 빨리 깊어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추위에 잔뜩 웅크려선 집 밖을 나설 생각조차 못합니다.

새 해 첫 도보 여행지로 제주올레를 정해 놓고는 심한 몸살감기로 가지도 못하고 방구들지고 무겁게 이틀을 내리 쉬었지만

골골 일주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다음주로 미뤄둔 제주행도 결국 실행하지 못했네요.


돌아온 새 해 둘째주 쉬는 날 여전히 골골 기침을 해대며 조금 늦은 시간까지 누웠는데 맘은 벌써 어딘가를 걷고 있습니다.

밍기적거려봐야 더 따실것도 아니고 더 잘수도 없으니 일어나야 할 것 같아서 여러갈래고 쪼깨진 맘을 추스리고 일어나

맘새 돌려둔 빨래 널고 부시럭거리며 배낭을 싸고 있습니다.


창밖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고 한파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일기예보는 두렵기까지 한데도 집을 나섭니다.

발은 잠시 주춤 문 앞에서 멈춤을 합니다.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아래로 가면 시외버스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위로 가면 집 뒤 무학산에 오를수 있는 길이 나오고.

맘과는 달리 발은 위로 향합니다.


무학산 가자!





겨울 해가 조금 높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햇빛이 따땃하게 등을 비춥니다.

생각보다 덜 춥네요. 일기예보가 틀린 건가...


잔뜩 껴입은 옷 때문에 몸은 잔뜩 무겁습니다.

바람은 날을 세워 온 몸에게 달겨듭니다.




무학산 정상 4,7키로 약 2시간 소요예정






언제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텃밭 한쪽에 그대로 있습니다.

저 푸성귀들은 얼지 않았나?






잠시 뒤돌아보니 뿌연 마산만이 한눈에 보입니다.

멀리 마창대교가 그 가운데 우뚝 서 있습니다.

군데군데 뽀족하게 선 아파트 군락이 바다를 조금씩 숨기네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산에 올랐던 한 부분가 내려가네요


"도대체 몇시에 산에 온거지?"


그때 시간은 8시34분





앙상한 가지에 걸린 건 겨울 찬 바람과 영하를 가리키는 온도 뿐입니다.

바닥도 군데군데 빙판으로 변하고 길마저 얼어버려서 걷기가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무학산 자락에 쭈욱 줄지어선 선 저 집들은 어릴적 잠시 살았던 그 동네로군요.

화란주택....파란 지붕 비둘기집같이 다닥다닥 붙은 2충짜리 주택.

산쪽은 눈이 하얀자태 그대로 남아서 춥다 겨울을 외칩니다.





따박따박 걷는 발걸음이 차차 무겁기 시작합니다.

은근슬쩍 등짝와 입주변에도 땀이 나오네요

등에서 목으로 더운 기운이 확 나옵니다.






첫번째 만남의 광장에 1시간만에 도착을 합니다.

아하~ 눈이 뽀짝뽀짝 소리를 내고 그대로 남아있네요


"옴마야 저길을 암탈없이 갈 수 있을까?"


일단 가보자.

바람이 엄청 날카롭게 뽈때기를 쎄립니다.


남아 있던 기침이 순식간에 찬바람과 함께 밖으로 튀어 나옵니다.

콜록! 콜록!


가쁘게 기침을 해대며 미끄덩 빙판으로 변한 길을 올라가 보지만 아뿔싸 정말 미끄덩!

다리가 쫙 째집니다.

엉덩이가 꽝! 뽀사지는 줄 알았습니다.


순간 신발장위에 두고 온 아이젠이 원망스럽네요

우리 동네 뒷산에서 아이젠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이젠 없이는 도저히 내려올 자신이 없습니다.


새 해 첫 도보인데 이런 낭패가 .

늘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부지불식간에 나서다 보니 이런 꼴을 당합니다.


"아이젠아 이제 니가 우리동네에서도 필요하겠구나"





눈이 이렇게 남아 있다니 세상에 어릴적 이후 처음인 듯 합니다.

날씨가 그만큼 많이 춥다는 것을 뜻하겠지요. 산에 오니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생각보다는.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가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아이마냥 밟은 흔적이 없는 눈을 밟습니다.

바람이 차지만 깔깔거리며 좋아라합니다.




양말을 넘 많이 껴 신은 듯 신발이 꽉 끼여 저리는 것도 같네요.

눈 밟기 놀이가 끝나 슬 올라가볼까 했는데...






얼마 올라가지도 못하고 다시 또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기어서 올라간 들 내려오지도 못할 것 같아 낭패를 볼 것 같이 한참을 망설이다 째진 다리도 아프고 바람도 살벌하게 부니

위로하 듯 다음 기회에 도전을 해보자 위로하고 다시 내려가기로 합니다.


겨울 1시간30분 정도 걸었나봅니다

너무 아쉽고 아쉽고 아쉽습니다.

겨울 1시간 걷다니.


집까지 다시 가면 딱 2시간 걸리겠네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올라오는 어르신들 셀 수 없습니다

줄을 이어 계속 올라오시네요.

날이 춥다고 하는데도 이리 많이들 운동하러 나오시네요

방구들지고 누웠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습니다.


다음번에 아이젠 꼭 준비해서 다시 올라봐야겠습니다.


첫 산행 실패의 교훈은 올 해의 모토로!


"철저히 준비하여 도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