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에서 이른 봄을 보다 - 하동읍에서 서당마을까지
겨우내 너무 움츠리고 지냈나 봅니다.
기지개를 펴니 뿌드득 뼈 뽈라지는 소리가 납니다.
"어이쿠야 넘 쪼그라들었나 보다 빼가 뽈라질라한다"
제겐 참 많이 추운 지난 겨울이였습니다.
꿈쩍도 몬하고 쉬는 날이면 방구들 짊어지고 내내 졸기 일쑤였지요.
잠결에도 ' 아! 왜 이러지 이러면 곤난한데...' 걱정아닌 걱정을 하면서 그냥 자불고 또 자불고.
내복을 껴입고 기모 바지와 아웃도어 겨울용을 벗어 던질수 없었네요.
"지난 겨울은 나만 추웠나 매년 입던 옷들이 죄다 추워서 덴장"
"아이다 내도 그렇더라"
이런 대답은 참 좋아요 동질감 느껴져서
"내복 낸 그런거 모린다 할매같이 무슨 내복을 입노!"
이러면 스리살짝 미워집니다.
내복= 할매, 할배 라고 믿는 자들이여 각성하라!
온맵시 라고 모리나!
여튼 겨울이 슬 지나가고 있음을 바람속에 묻어 있는 따뜻함에서 느낍니다.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아주 연약한 새싹을 보고 알게 됩니다.
언제까지 겨울인양 어깨 움츠리고 있을수 만은 없지요. 너무 오래 집과 일터만 왔다갔다 했으니까요.
움츠린만큼 뛰어야 할 봄이 온 것입니다.
비롯 근처 공원 응달의 생강나무 노란꽃이 얼어 죽었지만 그 나무에는 새 꽃이 필 것이니까요.
지난주 남해 바래길에서 봄 마중 1탄을 했고 2탄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보려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습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과연 잘 걸을수 있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저의 '깡'과 '오기'와 '무모함'을 믿어 보기로 합니다.
드디어 돌아온 쉬는 날
아침 기온이 다소 떨어져 쌀쌀하기 그지 없는 날입니다.
그럼에도 한겨울 옷이 아닌 간절기용 아웃도어를 장착하고 배낭에 보온병 하나 달랑 넣고 집을 나섭니다.
3월3일 아침 기온 다소 내려감 바람 심하게 붐
목포행 무궁화호를 타고 하동으로 이동(7시51분 마산역발 9시30 하동도착)
직행 버스가 없는 관계로 기차로 갑니다.
출발지로 선택한 하동읍내 지리산 둘레길 센터를 찾아 역을 나와 읍쪽으로 부지런히 걷습니다.
상당히 춥습니다. 장갑을 가져오지 않을 것을 살짝 후회를 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미리 기억해둔 센터로 갑니다.
하동터미널 지나고 하동경찰서 앞을 지나고 농협을 지나고 조금 더 걸어 가다 오른쪽을 보니 한눈에 센터가 보입니다.
갈길을 대충 짐작을 하고 지리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파노라마 사진을 실험 했지요 생각보다 잘 나오네요.
하동 공원 맞으편 산으로 올라 산복도로에서 하동 너른 들을 보면선 찍은 사진입니다.
아차! 센터를 지나 올라오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센터에 들어가 뭘 좀 챙겨오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열려 있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쳐 오니 길에 지리산 둘레길임을 알리는 표시가 확 들어오네요.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하동읍에서 서당마을까지 걷는 12-1 코스 7.08km 2시간 30분소요라고..
센터를 뒤로하고 경사진 길을 오르면 커다란 소나무가 길위에서 기다립니다.
헉헉..즈질 체력이 표티가 확 납니다.
자전거 끌고 유유자적 올라오시는 어르신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데..
소나무 앞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하동 들판을 봅니다.
섬진강이 저멀리 보이고 광양가는 철교도 보이네요
강건너는 광양이지요?
주변은 죄다 매실나무입니다.
꽃이 피는 봄 날 이 길을 걷는다면 매화 향기에 취해서 몽롱하니 걷는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는데요.
매실 과수원을 지나 흙길을 밟고 오릅니다.
작은 꽃망울이 몽글몽글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조금 이르게 터진 녀석은 찬 바람에 꽃잎이 살짝 죽은 듯 파르르 떨리지만
향기가 다른 꽃망울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홍매화도 흰매화도 일방장전
봄을 향해 터뜨릴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화 만개한 날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는 욕심을 슬쩍 얹어 놓고 옵니다.
바람속에 뜨뜻한 느낌이 살짝 옷깃을 펼치게 합니다.
찬란한 봄 빛이 과수원 곳곳에 따스함을 양껏 전하고 있습니다.
'오길 잘했다 이정도 길이면 아주 기분 좋게 걷겠는 걸'
선택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뻑뻑한 다리에 기름칠을 하듯 과수원 길을 걸어 봅니다.
뻑뻑하네요 다리가
한참을 뻑뻑한 다리로 올라오다 뒤 돌아보니 하동공원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작년 하동공원에 매화 보러 갔었는데 저 너머 송림공원에서 잠시 놀았고..
아직은 겨울의 힘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봄입니다.
하동공원과 이쪽 언덕에 꽃이 만개를 하면 정말 장관이겠다 싶습니다.
작년에는 왜 이쪽을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수원 길을 벗어나니 공원과 섬진강이 나무에 가려져 안보이려고 하네요
올랐으니 내려와야지요
주르륵
응달이라 땅은 얼어있고 낙엽은 미끄럽기 짝이 없고 해가 비치는 곳은 녹아서 질척거리니
걸음이 사뭇 불안합니다.
하동공원과 섬진강을 파노라마로 잡아 보니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괜찮군요.
스맛폰의 활용도 좋습니다.
바람이 무지무지 많이 불어서 스타일이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눈부신 해가 가는 길을 밝혀 주네요.
길가의 녹차의 초록이 아주 반갑습니다.
어찌 이길에만 녹차를 심었는지...
앙상한 가지에 잎에 돋고 금방 봄이 쑤욱 눈앞에 다가올 것 만 같네요
갈림길, 헤매기 쉬운 곳에 지리산 둘레길 안내표지가 잘 되어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이럼서 고개를 들면 딱 맞춤으로 시선이 멈추는 곳에 서 있습니다.
쎄멘 포장길입니다.
이 외진 길을 언제 이렇게 쎄멘으로 깔았을까요?
이 불길한 예감..
'이런길 발 아픈데....'
길이 먼저 앞서나갑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 산을 물들였나 봅니다.
하늘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가려고 합니다.
눈부신 이른 봄 날입니다.
매실나무 과수원을 다 지났나 했는데 또 매실나무 과수원입니다.
몽글몽글 꽃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쎄멘 포장길이 다소 짜증스럽긴 합니다.
길이 매 이렇기는 않겠지요.
키 큰 대나무 숲을 지나갑니다.
저 앞에는 소나무가 있는데 대나무와 소나무가 같이 자라는 곳의 땅이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곳에 유명한 절이 많이 있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이곳을 바람도 없고 볕이 아주 따숩게 내리쬐는 것 같네요.
사그라락 사그락 락락..
대잎이 봄 볕에 샤워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옴마야 다소 외진 이곳에 버섯집이 있네요.
집을 지키는 노랑 강쉐이 한마리 아주 사납게 짖어 댑니다.
"얌마 너거집 근처도 안갔어 고마 해!"
고함을 질러봅니다.
저 집 뒤는 대나무 그 위는 소나무..
음과 양의 기운이 함께 존재하는 땅입니다.
저런 곳에 살면 어떤 기운을 느낄수 있을까요 은근히 궁금해집니다.
계속 된 내리막길을 터벅 터벅 걸어 오니 마을을 지나 큰 길을 따라 걷게 됩니다.
몇개의 마을을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야합니다.
햇빛을 피하기 어려운 구간이므로 필히 모자오 썬그라스를 지참하여야 할 곳입니다.
그럼에도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마을과 마을을 지나고 온통 매실나무 과수원들이라 꽃이 피면 얼마나 이쁠까
상상을 하니 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더라구요.
비닐하우스도 많고 저 건너 보이는 산 나무가 없어 보이는 곳은 죄다 매실나무 아니면 감나무 일 겁니다.
과수원으로 개간을 해서 저렇게 된 것 같던데 맞겠지요.
신작로를 따라 마을 몇개를 지나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또 너른 들판이 펼쳐집니다.
저 멀리 산아래 동네가 서당마을일까요?
오른쪽길로 와도 되는 것을.
햐! 포장길 걷기 너무 힘드네요.
땀은 나고 볼때기는 춥고 모자 쓰기는 어중간한데 볕은 여간아니고.
조금 더운날은 이런 길 파김치가 될 것 같습니다.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바람을 잔뜩 맞고 두길이 만나는 지점에 오니 질러오는 길이 있었네요
아! 질러 올 걸 냄시가 좀 나더라도(퇴비공장앞을 지나와야 했걸랑요.)
표시는 파란색으로 가시오 되어 있는데 두길이 만나는 지점에 오니 양쪽으로 다 이동이 가능하게 표시가 되어
있으니 빨간 길로 와도 될 듯 싶습니다.
이 길에서 완전 지쳤는데 기다리고 있는 다음 길은 더 무시무시하다는 사실도 모른체 서당마을로 갑니다.
12-1 구간 종점인 서당마을에 도착하기전 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잘 닦인 신작로 뿐입니다.
11시40분경 서당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하동읍에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마을입구에선 어르신들이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계시더군요.
여기서 부부팀을 만나 나란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동무가 되어 걷게 됩니다.
그리고 잠깐 휴식 따뜻한 보리차 한잔 마시고 아침도 먹지 않은 빈 속을 달래면서
그리고 삼화실로 갈까 대축으로 갈까 망설입니다.
삼화실로는 3.5키로
대축으로는 13키로 정도.
망설임...
서당마을까지 걸었다면 하동으로 버스타고 돌아가면 되겠지요
하동읍에서 서당마을 가는 버스
하동읍 출발-7:00, 14:00, 18:00
서당마을에서 하동읍 가는 버스
신촌 출발-7:30,14:30, 18:30(신촌마을이 종점 돌아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