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사는 게 그 머시라꼬 그냥 오는갑다 봄도
남들은 좀 더 특별하게 사는 갑다 싶어도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비스무리 하단 거
잘 알면서 넘의 떡이 좀 더 큰가 싶고
잘 알면서 다른 사람들의 휴일은 더 재미난가 싶고
잘 알면서 넘들은 봄을 아주 특별하게 찾아 댕기는 것도 같아서
가끔은 난 왜 이리 사나 스스로 쪼그라드는 날도 있습니다.
특별히 볕 좋은 날 가만 집 안에서 그 봄 볕을 느낄때
밖에서 들리는 와자지껄 재미난 대화가 들릴 때
테레비에서 봄 나들이 간 사람들을 마구마구 보여줄 때
괜히 연한 초록잎을 올리고 있는 이름도 모르는 나무나 화초에 째려봅니다.
그 어린것들이 뭔 잘못이 있다고.
창으로 들어오는 봄 볕이 아주 제대로 입니다
3월16일 토요일 오늘은.
조금 늦게 출근을 하는 날
느적거리며 이불속에서 암 생각없이 테레비에 눈을 박고 있는데
자꾸 귀가 간질간질
아주 시끄럽습니다.
벌떡 일어나 이 시끄러운 잡담의 근원을 찾아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현관문을 통해 기다렸다는 듯 따뜻하고 포근한 봄 볕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면서
눈을 못 뜨게 하네요
'제길 볕이 왜 이리 좋은거야 젠장!'
몰랐네요.
우리집 화단에도 어느새 봄 님이 바~ 알써 올라와 계속 좀 봐달라 속삭이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편리하구로 최근에 어쩔수 없이 가지게 된 스맛폰으로 이넘들에게 묻지도 않고 그냥 찍었습니다.
근데 이 녀석 이름이 뭘까요?
못 보던 녀석인데 ....샀나?
아 ~ 하 이녀석은 라벤더군요
들리는 풍문으로 시장에서 사온 것이라고...
참 묘하게 이쁩니다
그런데 잘 죽습니다
이상하게도.
라벤터만 보면 탐정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라벤더가 가득 핀 언덕위의 집과 사건..
언덕 가득 라벤더가 핀 광경을 보지 못해 상상을 해 보는데
보라빛 라벤더 꽃 물결을 어떨지.
이녀석도 새로 구입한 모양이네요
이름도 몰라요 여전히.
몇년이나 키워 거의 나무 줄기 같았던 로즈마리를 재작년 한파에 하나 잃고
작년 한파에 또 하나 죽고 그래서 이 녀석도 하나 산 모양입니다.
손으로 사르르 만지니 향을 순식간에 뿜어 냅니다.
이건 국화
작년에 심었던 녀석인데 뿌리가 살아남아 새 잎을 올렸어요
꽃을 기다립니다.
이건 뭐지?
수국인가?
아따 이건 또 뭐랴?
연산홍인가?
히히 이건 가시오가피
가시가 아주 잔뜩 성이 나 있네요
"너 이파리 안만진다 걱정 마러"
향이 아주 좋은 천리향도 소담하게 꽃이 피었네요
이것은 홍매화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명자나무
이 나무 이름이 안떠오를때 미간 주름을 세우고 명자아끼고소냐를 떠올립니다.
명자나무 ㅎ
이것도 선인장
매밥톱도 겨울 잘 보내고 새 잎이 쑥쑥 올라왔어요
올 해는 어떤 색의 꽃을 피울지 사뭇 궁금합니다.
어 근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적게 핀거지?
매화나무 가지 치기를 잘못한건가?
새가지가 나지 않고 헌가지에 겨우 셀 수 있을 만큼 폈는데..
올 매실수확은 걸렀나봅니다.
봄은 어느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을 모르뿐...
사는 건 비슷합니다.
그래서 봄 볕이 더 좋습니다.
겨울보다는 봄이 더 수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