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제주여행하기] 사려니 숲길 걸어보기
비 오는 날 사려니 숲
제주를 그렇게나 많이 왔다 갔음에도
사려니 숲길은 처음이라..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 조금 편히 갈까 생각을 하고
1158 게스트하우스를 출발을 했다.
서일주버스를 한대 놓치고
제주시티투어 버스도 놓쳤다
잠시 망설이다
시외버스터미널로 들어가
거침없이 물었다
"사려니숲길 가려면 몇번 타야하나요?"
친절항 매표소 언니야
"교래리쪽은 720-1 타시고 붉은 오름쪽으로 나와서
남조로 730번 타세요. 남조로 버스는 자주 오니까
수월하실거에요"
친절한 안내를 따라
9시28분 출발하는 720-1 버스를 올라탔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45도 각도로 내리고 있었다.
일회용 우의를 가져 가긴 했는데
입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생각보다 날씨가 찹찹했다
손이 시려웠지만
걷다보면 금방 훈훈해 질거라 믿고
우산을 믿고 걷기 시작했다.
9시28분 720-1 번 버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출발하여
10시7분 교래리 사려니 숲길 입구 도착했다
대여섯명의 여행자들이 우르륵 내렸다.
배낭을 고쳐 메고 숲속으로 출발!
사진의 주는 왜곡이였나보다
상상력이 너무 과한 듯
사려니 입구부터 실망을 살짝 주었다.
잘 닦여진 길
포장된 길과 화산흙길이
번갈아 나오는 길이
자칫 지루함을 줄 것 같았다.
'종주 3시간이라는데
잘 견딜까?'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의 하천인데
비가 와서 그런가
물이 잘박하게 고인건 처음 보는 듯
천미천..
제주의 느낌을 물씬 느낄수 있었기에
잠시 머물며 감상을 했다.
생각보다 더더더
길이 반듯하고
발바닥에 무리를
주는 포장된 길이 많았다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
월든삼거리를 거쳐
붉은 오름까지 가는 코스다
3시간 예상시간
산수국이 활짝 핀
계절에 온다면 더없이 좋았을 것 도 같은 길.
낙엽이 져 떨어진 이파리들이 초록을
뽐낼때도 좋을까?
운동을 하는건지
아주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몇 사람
좋은 공기 실컫 천천히
마시면 걸어야지 난.
제주에서 가을의 단풍을
보지 못하는가 했는데
바닥에 떨어진 것이지만
단풍을 보았다는 것이 중요함.
이곳을 육지의 산속 숲길 같아서
덜 신기하기도 했다
낙엽이 양쪽으로 갈라져
'어서오세요'
하는 것 같아
바지에 물이 튀는 줄도 모르고
통통통 걸었다
바지 다 버렸다 결국.
느적거리며 걷는 날 앞질러 가는
핑크, 블루 우의를 입은 이 사람들
과연 계속 내 앞에 서서 갈까?
조릿대 군락지대를 지나면서
아주 앙증맞고 귀여운
내 20대를 떠올렸다면
돌 맞을까?
귀엽고 이쁜 곳이였다고
기억에 남을 듯
가을의 융단을 밟았다
여긴 아직 가을임을 즐겼다.
이 순간을 영원히~
삼나무 숲길은
어느 곳이라도
신선함을 주는 것 같다
삼나무 숲을 질퍽거리며
한바퀴 돌았다
바지는 더 많이 지져분하게
젖어버렸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
좀더 천천히 가는 걸로.
사려니 숲길을 대표하는
풍경이 딱!
눈앞에.
아쉽구나
시멘포장길이.
화산송이 깔린
길이였더라면
더 제주스러웠지 않았을까.
붉은 오름에서 올라온 이 남녀는 무사히
숲을 질러가길.
"혼자가면 무서워요"
누가 말했지만..
같이 출발한 일행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혼자서 내내 3시간을 걸었음에도
무섭지 않았다
빗방울이 간간히
날리는 듯 떨어지니
우산을 접을까 펼까
고민을 했다.
비가 그치고
살짝 해가 보였다.
이런 길이 조금 더 오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육지의 가을을
여기서 본 것은 최대의 수확이였고
비오는 날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본 풍경도 굉장했고
많은 생각들이 정리정돈이 되었고
차곡차곡 서랍에 넣었다
버려두고 온 맘속의 돌덩이는
사려니 그녀가 해결할 것이라 믿으며
순식간에 빠져나온 사려니 숲
아쉬워 돌아보니
마법의 숲처럼
지 몸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다음 눈에는 날에는
이쪽에서 걸어보는 걸로.
아쉬움과
후련함과
미안함과
안타까움
홀가분함
모든 것을
느낀
비오는 수요일 사려니 숲길 걷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