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멈춘 날, 거창 능수벚꽃 아래에서 안부를 묻다
4월 중순, 한껏 피어난 능수벚꽃을 보러 길을 나섰다. 분홍빛 물결이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듯 흐르고, 하늘은 봄의 기운으로 몽글몽글했다. 그런데 그 봄길 위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눈. 하얗고 고요한, 겨울의 마지막 숨결이었다.
능수벚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송이들은 마치 봄과 겨울이 조우하는 짧은 순간을 위한 연출 같았다. 꽃잎 위에 내려앉은 눈은 금세 녹아야 할 운명이지만, 그 찰나의 아름다움은 눈부시도록 선명했다.
고요하게 흐르던 계곡 옆, 가지 끝마다 핀 벚꽃과 눈이 어우러진 풍경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봄은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보았다. 겨울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는 이곳, 거창 능수벚꽃길
눈 내린 산길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 능수벚꽃이 흩날리고, 마른 풀밭 위엔 눈이 소복이 내려 앉아 있었다. 사계절이 동시에 머무는 듯한 풍경. 계절이 어깨를 맞대는 이 짧은 교차점에서, 나는 봄에게 속삭였다.
“조금만 천천히 와도 좋아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굽이진 산길과 흩어지는 구름
“가는 길이 고요해서 좋았다. 봄도, 겨울도, 나도 함께 걷는 길.”
구름은 흘러가고 산은 잠잠히 계절을 품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고요한 길 위에서 봄의 안부를 묻는다.

벚꽃길을 따라 달리다
“봄은 길가에 핀 분홍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라 손짓했다.”
도로 옆 늘어진 능수벚꽃 가지 위로 눈꽃이 얹히듯 내려앉은 순간, 계절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마음도 멈춰 선다.

꽃잎 사이로 바라본 계곡
“이 짧은 찰나를 기억해요, 봄과 겨울이 손을 맞잡던 순간을.”
물소리가 잦아들고 꽃잎 위엔 하얀 숨결이 내려앉았다. 계절이 스미는 틈 사이로 나의 마음도 고요해졌다.

눈 내린 숲의 적막
“눈은 말이 없다.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든다.”
분홍도 없고 향기도 없지만 눈 내린 이 숲은
말없이 사유를 품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속 오래된 기억 하나가 눈처럼 내려온다.
#거창병곡마을벚꽃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




봄눈 내린 합천 백리벚꽃길, 찰나의 동화
합천 백리벚꽃길에 때아닌 봄눈이 내렸다. 만개한 연분홍 벚꽃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는,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눈 덮인 산은 아직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낮게 깔린 구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하지만 호숫가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눈과 어우러지는 묘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마치 겨울과 봄이 한자리에 공존하는 듯했다.
벚꽃 터널 아래 길에는 떨어진 꽃잎과 녹지 않은 눈이 뒤섞여 있었다. 활짝 핀 벚꽃과 눈 덮인 먼 산의 대비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봄눈 속 벚꽃은 찰나의 화려함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자연이 빚어낸 이 짧고 특별한 풍경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합천호_백리벚꽃길
🚩경남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