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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생각

[책]망내인-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by 하늘위땅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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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내인』  진실을 향해 걸어 들어간 자, 그 안에서 무너지는 마음

한 소녀가 22층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무심했고, 대부분은 잊었고, 일부는 조롱했습니다.
그 소녀의 언니, 아이만이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내 동생은 죽임을 당한 거야."찬호께이의 장편소설 『망내인』은 그렇게, 가장 사적인 진실과 가장 공적인 폭력이 뒤얽히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 "망내(網內)"는 인터넷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폭력

소설 속 죽은 소녀 샤오원은 생전 인터넷상에서 가짜 미투 사건의 가해자로 몰렸습니다. 그녀의 신상은 공개됐고, 익명의 누리꾼들은 분노를 쏟아냈으며, 그녀는 결국 추락했습니다. 이 추락은 물리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라는 ‘망(網)’ 안에서 벌어진 무자비한 집단폭력은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부숴버립니다.

작가는 이 ‘망내’ 세계를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접속하는 인터넷이 누군가에게는 ‘형장의 이슬’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사이버 린치, 익명성, 온라인 재판, 우리가 무심코 넘기는 행위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줍니다.

 

🧍‍♀️ 언니 아이, 진실을 좇는 감정의 주체

아이(阿怡)는 동생을 잃은 슬픔보다, 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움직입니다.
그녀는 사건의 이면을 하나씩 파헤치며 동생의 진짜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가족, 사회의 구조까지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정의는 때때로 무력하고, 사람의 기억은 조작되고, 감정은 진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찬호께이는 이 이야기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정의와 복수, 진실과 조작 사이의 회색 지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아이가 겪는 혼란, 상실, 분노의 감정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내가 알고 있던 동생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반복될수록,

독자는 진실에 다가가기보다 인간의 복잡한 심연에 빠지게 됩니다.

 

🧠 단지 사회 고발이 아닌, 감정의 서사

『망내인』은 단지 인터넷 폭력을 고발하는 소설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가족 간의 애틋함, 오해, 사랑, 슬픔 같은 깊은 감정들이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지, 우리가 믿는 진실은 누구의 것인지 다시 묻게 합니다. 또한 찬호께이는 특유의 서늘한 문장력과 사회적 통찰력으로, 사건을 따라가는 독자의 시선을 점점 더 내면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이 소설의 진짜 힘은 ‘반전’이나 ‘트릭’이 아니라, 감정의 잔상에 있습니다.

 


✍️ 우리가 너무 쉽게 돌을 던지는 세상

『망내인』을 덮는 순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남의 삶에 개입하고, 누군가의 슬픔을 소비하는가?”

 

누군가에겐 단지 인터넷상의 이름이었을지 모르는 샤오원이, 어쩌면 우리의 삶 어디쯤에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
그걸 깨닫는 순간, 이 소설은 당신만의 이야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