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오셨다면,복잡한 세상사 잠시 잊고 아이들 손 꼭 잡고 어디로 가볼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지요? 제주엔 참 신기하게도 여기저기 봉긋봉긋 솟아있는 오름이라는 게 있답니다. 육지에서 보는 험준한 산이랑은 달라요. 어찌나 능선이 부드럽고 품이 넉넉한지, 꼭 인심 좋은 이웃집 할머니 같달까요. 뽐내지도 않고, 그저 거기 그렇게 있어 주는 존재들이지요.
우리 아이들과 오름에 한번 올라보세요. 그렇다고 대단한 등반은 아니에요. 아이들 작은 보폭에 맞춰 슬렁슬렁 걷는, 기분 좋은 산책 같은 거랍니다.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폭신한 흙길을 밟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 눈에는 이 작은 오름이 얼마나 큰 세상처럼 보일까요? 제주의 시원한 바람, 발밑에 간질거리는 풀, 머리 위 파란 하늘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제가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아이고, 여긴 참 곱다!" 했던, 힘들지 않고 예쁜 오름 세 곳만 살짝 알려드릴게요.
1. 아부오름
이름도 참 정겹죠? 마을 앞에 있어서 '앞오름'이라 부르던 것이 아부오름이 되었다는 말도 있고, 아비처럼 듬직하게 마을을 지켜주는 것 같아 그리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대요.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그저 이름마저 다정한 오름이라는 거죠.
이 오름은요, 꼭 커다란 원형 운동장처럼 분화구가 동그랗게 파여 있어요. 안에는 키 큰 삼나무들이 옹기종기 서 있고요. 오르는 길도 어찌나 순한지, 우리 아가들 걸음으로도 한 10분이면 충분할 거예요. 금방이죠? 능선에 올라서면 안과 밖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그 둥그런 길을 따라 아이랑 손잡고 한 바퀴 돌아보세요. 아이는 아마 신나서 깔깔거리며 먼저 달려갈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풀밭에 데굴데굴 구르고 싶어 할지도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순간들이 나중에 다 보석 같은 추억이 되더라고요.
2. 따라비오름
이름이 참 재미나죠? 땅의 할아버지, ‘땅하래비’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봉우리가 세 갈래로 갈라진 모양새가 꼭 옛날 어른들 입던 가랑이(바지) 같다고 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대요. 오름 중의 여왕이라는 예쁜 별명도 가지고 있답니다.
따라비오름은 크고 작은 분화구들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어서 그 능선이 참 곱고 아름다워요. 오르는 길이 힘들지 않아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걷기 참 좋더라고요. 나무 계단도 있고, 흙길도 있고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불던지, 땀을 금방 식혀주었어요. 특히 가을에는 온통 억새 천지라 은빛 물결이 장관인데, 다른 계절에 가도 푸른 풀밭이 참 예뻐요. 정상에서 보면 주변 오름들이며 저 멀리 바다까지 보여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죠. 아이는 아마 바람 친구 삼아 풀밭에 철퍼덕 주저앉아 한참을 놀지도 몰라요. 자연 속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잖아요.
3. 백약이오름
옛날에 이 오름에 그렇게 약초가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백 가지 약초가 나는 오름이라고, 백약이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이름만 들어도 뭔가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입구부터 나무 계단이 잘 되어 있어서 오르기는 편해요. 다만, 계단이 조금 길게 느껴질 수는 있답니다. 그럴 땐 아이랑 보조를 맞춰 천천히 오르면 돼요. “하나, 둘, 영차!” 하면서요.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동쪽 제주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그것도 참 멋지더라고요. 정상은 넓고 평평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아요. 사방이 막힘없이 트여 있어서, 다른 오름들이며 멀리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까지 한눈에 들어와요. 꼭 다른 나라에 온 것 같기도 하고요. 정상석 옆에서 아이 사진 한 장 꼭 찍어주세요.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다!” 하고 작은 정복자처럼 으쓱해할 거예요. 지금은 약초를 찾기 어렵겠지만, 오름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과 마음에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답니다.
오름은요, 큰 소리로 가르치려 들지 않아요. 그저 찾아온 이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오름에 오르는 건, 자연에게 잠시 우리를 맡기는 시간이에요. 땀 좀 흘리면 어떻고, 숨이 좀 차면 어때요. 함께 걸었던 그 시간, 아이의 웃음소리, 볼에 스치던 바람결, 눈에 담았던 그 풍경 하나하나가 우리 마음에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대단한 걸 배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함께하는 그 순간이 제일 소중한 거니까요. 제주에서 아이들과 예쁜 추억 많이 만들고 오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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