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쁘다.
봄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겨울 꼬리에 잡혀 눈도 보고 영하의 맛도 보았다. 언젠가는 오겠지 했다. 늘 그렇듯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급하게 꼬리 숨긴 겨울 끝에 달렸던 봄이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차례가 오겠지 하며 외출을 했었나. 급히 돌아와 집 정리를 하려니 더디기만 한 내 모습처럼 허둥지둥. 보기 좋은 것은 다 꺼내 놓고 허탈해하는 어떤 날의 나를 본다. 꽃들도 정신없다. 지금이 그때가 맞을까 맞나 서로 간에 소통도 안된다. 그저 준비되었으니 이끄는 대로 할 뿐.
땅 위에서도 바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란 가지에서도 바쁘다. 꽃이 핀 가지를 냉정하게 잘라 버리는 손길도 바쁘다. 날씨 탓을 하며 작업을 뒤로 미룬 탓에 애매하게 꽃 몽우리들이 피해를 입고 말았다.
아까워라 저 꽃을 피우기 위해 긴 겨울도 참고 견뎠는데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말았네. 노력마저도 울분을 터뜨릴 지경. 자른 나무는 볼품없다. 길지 않을 봄이 다행스럽지 않을까. 잎이 나면 흉측한 모습 가릴 수 있을 테니.
봄은 가끔 이런 잔혹함을 함께 보여준다. 사람의 잔혹성일까 계절의 잘못일까.
너무 느리게 커피를 받아 들고 바람 속에 음흉하게 스며든 농도 짙은 습기와 열기를 잠시 걱정했다. 너무 이른 습도 폭발 여름은 너무 싫은데 하면서,,, 조금 걸었더니 덥다.
많은 가로수 벚나무 중에서 제일 먼저 꽃을 보여주는 딱 한 그루. 버스 정류장 뒤에 서서 뽐내고 있는 중. 덩달아 주변 벚나무들도 서둘러 꽃을 만들어 올리면서 미리 보기도 서슴없다.
봄이 지나면 내년 봄에 꼭 와 봐야지 했던 곳들을 다 잊고 만다. 어쩌다 가게 되어 보면 그래 맞다 와보자고 기억했었지 그런다. 기억은 도대체 왜 그 모양일까. 내 기억회로가 문제인 것일까. 적어 놓지 않아 그런 것일까.
살구나무 꽃 피는 것 꼭 봐야지 했었는데 우연히 걷다 보니 보게 되었다.
동백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면서 싫어했던 것도 좋아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너무 싫었다 동백꽃이 지금은 볼수록 예쁘고 매력 있음을 안다. 함께 모여 있으면 그 힘이 폭발적이다. 사람을 모으고 끌어당긴다.
오늘도 한라산은 미세먼지 커튼데 가려 신기루처럼 보이고 뿌연 공기 속으로 내리 꽂히는 햇빛은 무뎌지지 않았다. 숨은 여름의 표식은 습도 100%의 진득한 날들을 거부하게 한다. 거부하겠어 습도 높은 제주도 여름.
에어컨 미리 청소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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