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도 나무와 꽃은 지금
"제주도에 살다 보면, 나무와 자주 눈이 마주친다. 바람 부는 돌담길을 걷다 보면 길게 늘어진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한숨 쉬게 되고, 해가 지는 저녁엔 동백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한참을 멈춰 서게 된다. 육지에서 보던 나무들과는 어딘가 다르다. 생김새도, 자라는 방식도, 그리고 그 안에 스며 있는 시간이 다르다."
꽃도 다를까 아침 루틴 커피 산책로드를 나가봤어요. ㅎㅎ 웃음이 납니다. 낮은 빌라 동 화단엔 야생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은 꽃들도 활짝 피었더라고요. 한번 심고 내내 보는 꽃들도 때를 알고 피었어요. 분홍 달맞이꽃은 벌써 활발하게 존재를 드러내면 곤충을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들다는 쑥갓꽃 crown daisy 이 빌라 화단 뒤뜰에 피어 눈길을 끌었고요. 다정큼나무에도 이렇게 예쁜 모양의 꽃이 피었네요. 연분홍개망초도 모여 있으니 꽤 근사한 꽃밭이 되었네요.
빌라 건물 옆 벽에 기댄 목련나무 두 그루와 마주보는 소나무와 홍가시나무. 목련 꽃은 졌지만 홍가시나무 꽃과 소나무꽃은 절정입니다. 나무만 있는 것은 좀 차가운 듯 하지만 꽃이 있는 풍경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연한 새 잎들이 여전히 쑥쑥 나오고 있는 이 잎들이 짙은 녹색이 되면 여름입니다. 입하도 지났기에 여름으로 가는 길은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움입니다. 가로수 정리하면서 많이 잘렸지만 그에 반해 새 잎들도 활발하게 다시 올라온 것 같습니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무는 자세히 보니 자귀나무였네요. 열대나무잎 무늬의 옷이 생각나는 잎들이 막 나오고 있는 중이죠. 후박나무와 녹나무 담팔수 등의 가로수로 있는 길입니다.
가로수 사이에 보리수 나무가 꽤 있는데 꽃이 그렇게 많이 달렸는데 열매는 찾기 어렵네요. 빨갛게 익는 열매는 기대하기 어려울까요. 이 나무도 가지치기를 무작정 한 느낌이 드네요.
가로수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오니 바로 보이는 멍석딸기 짠! 줄딸기 덩굴딸기 끝나려니 멍석딸기 그 자리를 채웁니다. 눈길을 돌릴 수가 없어요. 제주살이 10년 차 여전히 새롭고 신기합니다.
멍석딸기 줄기가 숨어 피는 위에는 병꽃나무에 꽃이 진한 분홍색과 연한 분홍색 꽃을 잔뜩 매달았네요.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이 꽃나무 잎도 나물로 해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독이 없다면 다 먹었던 그 시절이 상상이 안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요. 철봉 매달리기 하는 곳 바로 앞이 꽃밭인지라 없는 기운도 착착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좋습니다. 꽃을 보면 운동하고 낭만적이지요.
꽃들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요. 그래서 늘 아쉽고 그리움을 남기게 되는데요,, 다시 또 때가 오면 피겠지만 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길게 기억에 남지 않던가요. 다시 꽃 피는 시간이 오면 질 때의 아쉬움과 허전함은 기억도 안 나겠지만. 오늘도 꽃은 피었고 하늘은 다시 비를 내릴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멀리서 본 것 같은데 멀구슬나무도 보라색 꽃을 내고 있었어요. 그 꽃 향기도 굉장한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