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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생각

햇살 따라 나선 길, 골목길 온기 품고 집으로

by 하늘위땅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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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악:Erik Satie (에릭 사티) - Gymnopédie No. 1 (짐노페디 1번)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몽환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치 햇살 좋은 날, 목적 없이 천천히 걷는 듯한 느낌을 주죠.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골목길에서 느꼈을 법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뜻밖의 발견에서 오는 잔잔한 기쁨과 잘 어울립니다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좋아 보였답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그 따스함에 마음이 동했던 걸까요, '어디든 가볍게 움직여볼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정류장에 서서, 먼저 오는 버스에 그냥 몸을 실었지요. 어디로 가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지 같은 건 애초에 없었습니다.

 

 

햇살 따라 나선 길, 골목길 온기 품고 집으로
무작정 나선 길 사려니숲길

 

 

 

버스는 익숙한 길을 벗어나 달렸고,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여기서 내릴까?' 하는 마음에 벨을 눌렀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낯선 동네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낡은 담벼락, 햇살 아래 졸고 있는 고양이, 작은 화분이 놓인 대문 앞. 그곳의 집들과 골목들은 저마다의 숨은 이야기를 간직한 듯 정겨웠습니다.

 

 

낯선 골목 낯선 마을과 집
낯선 골목 낯선 마을과 집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한 것처럼,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어느 한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골목을 누비던 그 순수했던 시간의 온기가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몇 시간이고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의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었고, 아까의 그 좋던 햇살은 온데간데없이 바람이 제법 거칠어졌습니다. 옷깃을 파고드는 싸늘한 기운에, 조금 전까지 가슴 가득했던 골목길의 따스함 대신 포근한 집의 온기가 간절해졌습니다. 아, 따뜻한 내 집이 최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요.

 

 

 

낯선 곳에서 집의 온기를 찾다
낯선 곳에서 집의 온기를 찾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며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아따, 집에 가자."

 

햇살을 따라나섰던 목적 없던 발걸음은, 그렇게 예기치 않게 만난 골목길의 따스한 온기를 소중히 품에 안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참, 마음이 몽글몽글했던 기분 좋은 산책이었습니다.

 

 

 


 

추천 책: 이병률 - 『끌림』 이 책은 작가가 여행하거나 일상 속에서 마주친 찰나의 순간들,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들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담아낸 에세이집입니다. '목적 없이 나선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골목길의 온기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끌림'과 거기서 발견하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잔잔한 관찰과 사색이 중심이 되어, 사용자님의 글처럼 일상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햇살 좋은 오후, 사티의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다면 글 속의 감성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