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은 어떤가 내심 궁굼했는데
지인의 도움으로 혼자서는 찾기 쉽지 않은 곳에서
늦은 가을을 보고 왔다.
따뜻하던 날씨마저도 안도와주는 날
가을 옷을 입고 나선 것을 막막 후회하면서
남은 단풍을 눈에 담고 왔다.
제주가 아닌 육지의 느낌이 드는 길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한라산 둘레길이라고 하니 담엔 꼭 다 걸어 보겠다 다짐을(?) 했다
바람이 쌀쌀했다
옷깃을 여몄다
올 해 단풍은 색이 제대로 물들지 않고 말라서 툭툭 떨어졌다
얼룩이 지고 달려서 마르고 곱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았다
"올 가을 단풍이 왜 이래요?"
"비가 와서 그런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바위에 딱 붙어서 나 보란 듯 뽐내는 단풍잎들이 가엽다
겨울바람이 부는 듯 그 계곡엔 추워서 후덜덜 견디지 못하고 하염없이 날리는 단풍이 있었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폭신하게 엉켜 있는 하늘에도 바람이 부는 거지?
"아이고 추워라 내려가자"
엉덩이가 북극이 되어 싸늘해질 즈음 따뜻한 볕을 따라 내려왔다
여기가 제주인가 육지인가
물이 없는 계곡이 낯선 곳 제주이다
색이 곱고 예쁘지는 않지만 나보라고 남아준 단풍이 고맙다
바람이 씨게 불었다
달린 단풍이 사르락 사르락 비행을 했다
그러다 볕 좋은 자리에 살포시 내려 앉았다
끝이 말라버린 낙엽들이 만지니 바스라진다
"제주엔 은행나무 없나?"
단풍에 아쉬워 은행나무를 찾았더니 제주대학교 직원아파트로 데려다 주는 지인.
육지의 은행나무 거리를 상상했다가 왕 실망을 하긴 했지만
사진 찍으러 온 그들에게 미안해서
"아! 이쁘다 노란 은행"
노오란 은행잎은 가을인데 누리끼리 허여멀건 은행잎이라니.
웨딩 사진을 찍은 남녀에게 은행잎을 던져주고
우리도 머리위도 날렸다
휘리릭 바람따라 돌다 떨어지는 은행잎
"이게 돈이문 좋겠쥬?"
"금뎅이라면 더 좋겠네"
ㅋㅋ
그럴뀨!
가을을 완전 보내지 못했던 어느날
남은 가을을 잠시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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