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아가씨 소개팅 시켜주까요?

하늘위땅 2010. 12. 6. 13:30

 

올 가을 유난히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작은 밥 집이다 보니 대형 식당보다는 싱글족들이 편하게 드나들수 있어 그런걸까요?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눈치 보지 않고 배 부르게 밥 먹을 장소로는 딱이라고 표현하는 싱글 손님들.

노란 은행잎이 가게 앞에서 회오리치며 날리는 걸 보면서 쓸쓸한(그렇지 않을수도 있는데.. ) 등을 주방쪽으로 보여주니 맘이 짠~ 했습니다.

 

"올 겨울 더 춥기 전에 우찌 짝지라도 구해야지?"

 

남자든 여자든 적령기(결혼 적령기가 사실 따로 없는 것 같다 요즘은)를 넘겨 보이는 이들에겐 슬쩍 한마디 건넨다.

 

" 머 할라꼬 정신사그랍구로 혼자라서 더 좋아요"

 

"구래도 이런 가을에는 얼마나 더 쓸쓸하노 보기도 안되보이고 잘 찾아봐라"

 

"너무 늦어서 이제는 옆에 누가 있을거라 생각하면 불편해서 원 지금이 좋쿠만요.."

 

 

 

 

(사진 : 창원 곰절(성주사)의 가을 어느날 다정히 나들이 나왔던 부부들의 다정스런 모습)

 

 

하긴 머 너메 걱정하는 건 우끼는 일인지도 모른다.

적령기를 한참 넘기고 아예 생각조차 없는 동생들이 둘이나 있는 본인 걱정이 더 큰 것인데...

 

그래도 간혹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라도 전해주면 어찌나 반갑고 고맙고 기쁜지 내 피붙이처럼 기뻤다.

일요일이면 느즈막하게 아침을 챙기는 독거인(우리끼지 붙인 이름)들이 하나 둘 가게를 찾고 더불어 홀로 된 어르신들도 떡진 머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편하게 찾는 곳이 오가네 우리 밥 집이다.

 

갓 서른을 넘긴 아직은 기회가 많은 동생들이 하나 둘 찾은 그 날..

규림(막내 동생)이의 뜬금없는 애교질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왔나? 가을인데 혼자 다닌께 쓸쓸하지 않나?"

 

"좀 그렇네예 이모(나이차이나니 30즈음의 이들은 이모라고 부른다)가 소개 좀 시키주이소"

 

"니 또래 아가씨들은 많은 이것들은 시집 갈 생각은 없다쿤다 아니문 너무 어린 얼라들이고"

 

"얼라들이면 어때예 잘 키아가꼬 데리고 살지 머 하하하하"

 

"야~ 야~ 그래도 어린 것들 앙탈을 어찌 감당할라꼬 아써라 "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중에 규림이가 불쑥 끼어든다.

 

"막내이모가 소개팅 시키주까?"

 

"진짜예 좋지예 이쁩니꺼 어립니꺼?"

 

"이쁘고 날씬하고 상큼하고 애교작렬하고 쥑인다(?)"

 

"빨리 소개시키주이소 날 잡으까예"

 

"지금 당장 해주까?"

 

"지금 당장예?"

 

"응"

 

"좋심더"

 

"아라따 잠깐 기다리바라"

 

 

 

 

 

 

 

 

 

" 자 여깃다 이쁜 아가씨다. 잘해봐라  잘 되면 한턱 내라"

 

며 그녀석에게 내민 것은 자판기에서 뽑은 이쁜 아가씨가 그려진 종이컵이였다.

 

"어~ 어~ 이모 이거 뭡니꺼?"

 

"아가씨 아이가 종이컵 빙 둘러 아가씨가 몇명인데 다 이쁘고 날씬하고 좋다아이가 어떻노 맘에 들제?"

 

"예 ...하하하하 좋심더 완전 맘에 듭니더 하하하하"

 

그렇게 그날  싱글 녀석들 독거노인(?) 등 혼자 온 사람들 죄다 그 아가씨들을 소개팅을 시켜주었다.

아가씨는 4명인데 도대체 몇명의 남자들한테 소개를 시킨건지 ㅎㅎㅎ

 

그래도 다들 싫다 소리 안하고 그 아가씨(?)들과의 소개팅을 아주 재미나고 달달하고 쌉쓰레하게 즐기는 것 같았다.

 

"이런 소개팅은 맨날 하께예"

 

매일 만나는 4명의 종이컵에 사는 아가씨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