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빨간 단풍에 물들고 타버리고 걸었던 남도삼백리길 9코스 천년불심길

하늘위땅 2011. 11. 5. 16:43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날씨예보는 괜시리 또 맘을 바쁘게 만들었다.

지난주 계획했던 조계산 천년불심길을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일정을 바꾸니 하루상관에 더 바쁜걸음이 되어버렸다.

지도 알아보고,

차 시간 알아보고,

다른 이들의 글을 주섬주섬 머릿속에 차곡차곡 쟁여 넣으며 길 걷는 내 모습 상상을 하노라니

어서어서 걷고 싶은 마음이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금요일 출발이닷!

전날 미리 준비한 배낭 들쳐메고 7시30분 순천행 첫차를 타기위해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이날은 뭔가 빠진 것이 있어 몇번을 집에 들락날락 했더니 버스 차시간에 딱 맞게 도착이 되어

숨질이 가팠다.

미리미리 가서 기다리다 차 떠날시간에 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맘일까? 헉헉..

 

근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간절기용 등산복과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열기가 후끈 느껴지는 것이 오늘의 걷기가 험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순천대학교 앞에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을 했다

친절한 기사님의 안내로 무사히 내려 길을 건너 선암사나 송광사 행 버스 둘 중에 먼저 오는 것을 타기로 했다.

1번 선암사행 버스가 다행스럽게 먼저 왔는데 완전 만원버스다.

가을 단풍 구경가는 어르신들이 작은 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순천은 시내버스가 아주 자주 다니는데 1번은 거의 1시간에 한대꼴로 다니는 듯

그래서 그런가 만원버스안은 후덥지근.

 

'아~ 오늘 날씨 완전 죽음이겠군화'

 

선암사에 도착을 하니 10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따가운 가을 햇빛은 미울듯이 내리쬐고 바람막이 쟈켓은 벗어들지 않으면 완전 쪄 죽을 것 같았다.

 

 

선암사 입구 2011년 11월 4일

 

 

 

어느새 단풍이 지고 있었다

단풍 관광객들은 평일인데도 엄청난 기세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관광버스로 내린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길을 걸을 모양이였다

뭉쳐가면 시끄러운데 먼저 진입을 해야하지 않나 슬쩍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 초록을 자랑하며 풍부한 수량과 물소리를 위협적으로 내던 계곡은 겨울이 되고 있고

 

 

 

 

 

지난 여름 공사중이던 강선루 수리가 끝난 모양이다.

그 옆으로 가을 하늘 아래 색색 옷을 입은 나무들이 자태를 자랑하 듯 하늘로 쭉쭉 뻗고 있었다.

 

 

 

 

 

 

삼인정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 들었고

왼쪽에 주차중인 빠스와 사시사철 달린 저 등만 아니문 멋진 사진을 찍겠구만..

분위기 망치는 연등과 빠스가 밉다.

 

삼인정은 사진빨쟁이.

 

 

 

 

 

아~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언제적 연등 그리고 옷을 벗는 나무들...

 

가을에 이리 마음이 들뜨보기는 처음이지 싶다.

 

불 탄다.

 

잠시 선암사에 들렀다 경내에서 공짜 커피 한잔 마시고 곧 바로 그 유명한 뒷간앞을 지나

천년불심길로 들어섰다.

 

순천시에서 조성한 남도삼백리길 중 제9코스인 이 길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8.4㎞로 이전에는 조계산 굴목재길이라고 불렀단다

지난 여름 선암사 탐방길에 발견(?)한 이정표를 보고 한번 가보리라 했던 길이였기에 가을 단풍길 역시 멋질것이다는

단순한 짐작만으로 길을 나섰다.

 

기대는 곧 기쁨으로 변하고..

 

 

 

 

 

선암사에서 시작해도 되고 송광사에서 시작해도 된다.

선암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조금 수월하지 않나 싶다.

 

 

 

 

선암사를 둘러보고 길을 걷고자 한다면 대웅전 뒷깐앞을 지나는 길로 가면 선암사 옆으로 난 길에 닿는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처음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작을굴목재로 가는 약간 가파른길이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천년불심길 입구를 만날수 있다.

 

커다른 나무와 화장실이 대기중이 길 초입

관광버스로 이 길을 걷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런 이런 길이 복잡하겠구나

어서 앞질러 가지 않으면 호젓한 가을을 만끽하기는 다 틀리겠다 싶어

속도를 붙여 평탄한 가을길을 박차고 나갔다.

 

앞서가는 3명의 남녀들도 곧 제치고.

 

 

 

또 3명의 남자사람 무리를 제끼고..

떨어진 낙엽 밟는 소리가 아주 상콤하다.

사각사각.

 

 

 

 

 

접어 든 길 입구에 빨간 단풍이 불을 지르고 있었다

 

오맛! 멋지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걸었다

 

또 앞서가던 2명의 남녀한쌍도 제쳤다.

 

 

 

 

불타고 있는 단풍을 지나오니 상쾌하기 이를때 없는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유휴~

 

크게 심호흡을 벌떡이며 했다.

어서어서 좋은 공기 온 몸으로 받아 들이자 들이자 이럼서..

헉헉...아~ 현기증 핑!

 

넘 심하게 심호흡을 한 모양이다.

어질!

간신히 정신줄 잡고 오른편을 보니 구름 둥둥 떠 있는 하늘 아래 바스락거리는 단풍옷을 입은 산이 보인다.

 

이건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풍경이얌.

직접 봐야되!!

 

경주 토함산 우중 단풍 구경도 꽤나 인상이 깊었는데 이건 뭐 더 말할 것도 없이 조계산 승!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스리슬쩍 오르막이 놓여있다.

스리슬쩍 말이다.

 

단풍에 취해 앞서가는 3명의 남녀 한팀

 

오늘은 3명 조 맞춰오는 날인가?

그네들의 복장도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다

둘러봐도 구경이요 앞을 봐도 구경 뒤를 봐도 구경거리구나.

 

날 내려다 보이께네 시커멓다.

ㅎㅎ 한겨울 한밤?

 

 

 

 

 

벌써 떨어진 낙엽들은 길 위에서 몸부림을 치는 모양이다

바스락

사그락

부시럭

온갖 소리를 내며 아양을 떤다.

 

뇬석들 왜 이리 일찍 떨어진거야!

 

 

 

 

 

 

 

먼저 떨어진 낙엽소리에 단풍나무는 더 빨개지고 있었다.

11월 가을 조계산 천년불심길은 이렇게 하루를 만들고 있었다.

 

 

한참을 단풍에 취해 오른 모양이다

돌아보니 돌계단이 꽤나 높다.

 

헉헉

 

계속 계단이거야?

 

굴목재 깔딱이까지 치고 오르니 다리 후덜거리고 숨질 가파오고 땀은 비오듯

온몸을 젖었고 바람은 스산하고 한기를 온몸으로 보낸다.

 

추운거야 더운거야..

 

까딸고개를 넘어오니 작은 굴목재에서 넘어온 사람들과 만나는 삼거리 그리고 바로 계단 내려가는 길이다.

돌 계단이 무릎에 충격을 서서히 준다

이럴때 지팡이가 필요해..

 

조금 식었던 땀이 다시 쭉쭉 뽑아져 나오고 내리막 길을 내려 평지를 조금 걸으니 바로 그 유명한 '보리밥집' 이다.

 

 

 



 * 보리밥집의 사연

 

수십여 년 전, 최석두라는 사내가 암이 발병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계산 자락에 올라 움막을 짓고 투병과 치병을 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움막에서 물을 찾았다. 그냥 건넸다.

최씨는 심심하던 차에 등산객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밥도 나눠 먹었다.

물을 원하던 등산객들은 요깃거리도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두부와 막걸리에 보리밥까지 가세했다.

등산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말엔 한 손에 돈, 다른 손에 빈 그릇을 들고 줄을 설 정도였단다.

그 보리밥집 주인이 바로 최석두씨다. 산에서 병도 고치고 돈도 번 인물이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붐빈다. 맛도 일품이다.


 

산속 깊은 곳

약간 평편한 곳에 자리한 천혜의 요새 같은 곳이다.

물도 흐르고 밭도 있고..

먼저 온 사람들이 먹는 맛잇는 소리에 절로 배가 꼬르륵..

 

보리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니 내려가는 길 걱정이다

 

이렇게 배부르게 하고 걸었던 적이 없는데 어카지..?

 

 

 



헉헉 거리며 부른 배를 안고 배도사대피소까지 어찌갔는지 모르겠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그다지 힘든 경사길도 아니였는데.


단풍든 나무는 죄다 다 떨어진 낙엽 밟히는 길이 배도사 대피소까지 계속이였다.

앙상함이 겨울 느낌이였다.


바스락 낙엽 소리에 화들짝 놀래기를 몇번이나.






쌍향수가 있다는 천지암으로 가는 길이 있는 굴목재 삼거리 지점

어쩔까 잠시 망설였는데  몸이 다소 무거운 핑계를 대면 1시간 정도 남은 송광사로 바로 직행을 하기로 하고

터벅터벅 걷는다.







이파리 떨어진 나무들이 추워보인다

바람도 스산하게 나무를 붙들며 놀고 있고 날리는 낙엽들이 얼굴에도 철썩 어깨에도 철썩 들러붙는다.


뒤에서나 앞에서나 사람이 오는 기척이 나면 또 놀래고..이거 정말 뭐여 여솨님!!


작은 몇개의 계곡을 지났지만 물을 볼 수가 없었다는.

낙엽에 덮힌 계곡 물..


한겨울에 오면 어떤 풍경일까 심히 궁금해지는 순간.


아~ 놔 겨울에 오긋다는 건 아니겠지 여솨님?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송광굴목재를 조심스럽게 걷는다

미끄러질까봐..조심조심


지팡이가 필요해..


뒤따라 오던 대학교 교수님이 스토커 인줄 알고 어찌나 심장이 벌렁거렸는지 모른다.

미안했지만 산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는 데...죄송합니다 교수님...


혼자 즐기려던 계획이 송광굴목재 구간에 확 깨지고 말았다






나무 다리는 두개 건너고 또 낙엽깔린 길을 한참이나 계곡따라 걸었다.


분위기는 최고

나란히 걷는 길였다면 또 다른 따뜻한 감정에 휩싸일수도 있었을 듯.








넘실넘실 낙엽 길

보스락 바스락 사그락 

계속 떨어지는 낙엽이 온 몸에 샤워를 하는 듯 한 가을 걷는 길.


그 낙엽길이 끝나고 등산로 초입에 올라서니 오~~아~~ 이런~~


캬~~~ 감탄사 절로 두둥실 나오는 풍경이 눈을 사로잡느다.





갈색이 아닌 이곳은 뭐니?


천자암으로 올라가는 작은 포장길을 따라 가을이 줄을 서 있다.

송광사에서 심은 김장 배추의 초록과 어우러진 가을이다.


이런 멋진 풍경이 마지막에 나타날 줄이야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풍경이다.


이걸 보지 못한것일까?






헐찍한 내 똑딱이를 원망한 듯 어카나..

찍고 또 찍고..찍고..

어쨌던 남겨야 된다는 일념에 아름다운 이 가을의 풍경을 열심히 찍찍찍!!






길 따라 노란 은행나무

빨란 활엽수

초록의 배추...

조계산과 가을 하늘..


나 몰라!!!


눈물이 날 것 같다.

벅차다..








같이 보면 좋을 사람들이 재빨리 슥슥 떠오른다.

이름을 나즉히 불러가며 같이 보는 듯 속삭였다.


아름답지요

이쁘지

어때 좋지?


내년에 우리 같이 와!!






송광사로 내려가는 길 대나무 숲에도 가을이 영글고 있었다.

길 끝에 빨간 단풍나무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디카에는 선명하게 안찍힌다 조절을 못한 걸까? 보는 것보다 덜 한 사진이 나오네)


천년불심길은 활활 타올라 재가 되어 길 위에 쌓였고 

다시 또 불타고 있었다.


내년에도 가을이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보지 못했다면 엄청 후회했을 것이다.


다행히 단체 등산객과는 만나는 일이 없어  혼자서 가을날의 산과 숲과 바람 그리고 하늘과 단풍속에

빠질수 있었던 길이였다.


총 3시간여 ...넉넉히 4시간 정도.


[선암사, 송광사 시내버스 타고 다녀오는 방법]


순천역, 순천종합터미널, 순천대 건너편에서 1번 버스를 타면 선암사까지 4~50분 소요

                                                           111번 버스는 송광사까지 1시간 넘게 소요 될 듯



송광사 발 버스시간표

송광사  광주금호터미널(☎062-360-8114)
송광사發광주發
10 : 308 : 50
11 : 309 : 55
13 : 0010 : 45
17 : 0014 : 55
17 : 4015 : 45
송광사  111번 순천역
송광사發순천역發
 5 : 45
7 : 006 : 10
8 : 156 : 40
9 : 007 : 10
9 : 357 : 50
10 : 208 : 40
11 : 009 : 20
11 : 359 : 55
12 : 1010 : 35
12 : 5011 : 05
13 : 3511 : 55
14 : 1512 : 40
15 : 0013 : 20
15 : 4014 : 00
16 : 2514 : 45
17 : 1515 : 30
17 : 5516 : 15
18 : 3517 : 00
19 : 2017 : 40
19 : 5018 : 10
20 : 2018 : 40
20 : 5519 : 15
송광사  63번  낙안
8 : 558 : 00
11 : 0510 : 10
15 : 0514 : 10
17 : 3516 : 40
송광사  벌교(☎061-857-2150)
10 : 309 : 50
12 : 3011 : 50
15 : 5015 : 30

● 순천역 744-3192
● 순천터미널 744-6565(시외) 745-2659(고속)
● 순천버스정보시스템 http://bis.sc.go.kr
● 광주 금호터미널 062-360-8114
● 벌교터미널 061-857-2150
● 곡천정류소 755-5959 
● 사하촌정류소 755-5338



1 번 운행시간표



순천종합버스터미널 시간표


순천 시내버스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