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30년만에 가 본 외가집은 없어지고 추억도 현실이 되었다

하늘위땅 2011. 11. 30. 12:00

 

가을이면 늘 날 이끄는 곳이 있다.

늘 가봐야지 가봐야지 맘만 바쁘게 만드는 곳

내 어릴적 감성을 완성시킨 곳

 

그곳....을 드디어 다녀왔다.

 

시시때때로 꿈을 꾸고

봄 아지랭이속에서도

여름비에서도

가을 바람과 단풍에서도

겨울 찬바람속에서도

그곳은 아련하게 꼬리를 남기며 부추겼다.

 

어서 와

어서 오라고...

 

가을날의 그곳을 경험해 본 적 없어 가을에 가겠노라 내게 스스로 약속을 했었는데

가을이 다 가려는데 부랴부랴 숨이 턱에 찰 지경이 되어 늘 날 이끄는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외갓집이다.

드디어 늘 그리웠던 그곳에 가보는거다.

 

9시 10분 마산발 순천행 무궁화 열차는 아주 느리게 달렸다.

한산한 열차안은 따뜻했고 창으론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가 많이 오려는가?

걱정 따윈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9시56분경 평촌역에 도착을 했다.

날씨는 자꾸 흐려졌고 바람은 거칠어 지고 있었다.

 

무인 간이역이 되어버린 평촌역

혼자 내렸는가 했는데 장 보고 내린 아주머니 한분과 둘이다.

 

 

 

 

 

 

 

내가 탔던 그 기차가 잠시 정차를 하고 머문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마산으로 가는 새마을호를 보내기 위해 잠시 머무는 중였다.

 

안개 자욱한 평촌역과 빨간 무궁화 열차...

 

 

 

 

 

기억속에 남은 건물들이 낯설지 않게 그대로 남아 있었네

열차 시간표만 덜렁 붙은 역사내는 썰렁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였던 어린시절 그 평촌역을 흐뭇하게 떠올렸다.

 

잠시 밖을 내다보니 오모나 어찌 저리 이쁜 집이 언제 생겼을까나?

어서 나가보고 싶었는데 달려오는 새마을호 뒷꽁무니를 쳐다보느라 즉시 고개를 기찻길로 돌렸다.

 

 

 

 

 

마산을 향해 달려가는 새마을호 뒷꽁무리를 보내고 무인 역사를 나왔다.

 

 

 

 

 

 

그때도 있었던가 수령이 30년은 넘었을까?

좀 더 큰 나무는 기억하는 한 뚜렷한 녀석은 확실하다

너무 반가워 나무야 반갑다 소리를 냅다 질렀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망정이지 미친사람 같았다

 

내 눈엔 사람들도 북적이는 30년전 그 곳이다.

 

 

 

 

 

 

무인역이라는 안내표지판과 역앞에 새로 지은 듯한 이쁜 유럽식 집이 묘하게 어울린다.

무인역과 기찻길 그리고 이쁜 집

 

발빠른 사람들이구나..

 

 

 

 

 

안개낀 철로가 그림같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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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빗방울 잠시 맞으며 역사를 나왔다.

 

외가로 향하는 길은 반듯하게 포장이 되어 빤닥하다.

길가의 가로수는 언제 벚꽃나무로 바뀐거지?

 

높은 미류나무가 섰던 그 길이 아니구나.

 

그 길이 아니였어

 

 

 

 

 

 

축축한 빗속에 젖고 있었다.

우산을 펼쳤다.

 

폐교된 정수초등학교가 예술인촌으로 변했다

미류나무가 없어진 세월만큼 아이들도 없어진 모양이다.

 

 

 

 

 

 

 

쌩~ 커다란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스쳐갔다

이벤트로 받은 프로스펙스 W 신발이 자꾸 발에 엉킨다

사이즈가 커서 그런가

바지 아래부분이 비에 젖고 있다

축축해져서 싫은데 저벅저벅 걸었다.

 

 

이반성 초등학교가 보였다

 

어릴적에도 꽤나 먼 길이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먼 길이구나

25분이 걸렸다.

 

외가마을까지는 십리로 기억하는데 십리면 4키로 어릴적에도 1시간만에 걸어 도착을 했었는데

이 속도면 딱 1시간 짜리겠구나 얼추 짐작을 했다

 

시간이 촉박하겠다

12시18분 기차를 다시 타야하는데...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반성초등학교 곁을 지났다

그때는 몰랐는데 참 아름다운 교정이구나

담벼락에 서 있는 저 나무들이 너무 이쁘지 않나

눈물이 날 만큼 이쁘다.

 

 

 

 

 

이반성초등학교에 빠져 몽롱했는데 고개를 돌리니 안개에 쌓인 들녘이 나도 이쁘지 않나요 부르는 듯하다

촉촉한 가을 걷이 끝난 들이 다소곳하게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외가가가 있던 서촌마을을 지난다.

 

 

 

 

 

 

오래된 경운기가 길가에서 비를 맞고 있다

30년전에도 본 적이 있는 대동경운기 아닌가 ^^

 

수로를 막고 선 저 물 조절기도 그때 본 그대로 그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흙먼지 폴폴 날리던 그 시골길이 말끔하게 단정하게 포장되어  어서어서 걸어서 가시오 하는 듯 하다

 

간간히 지나치는 차들이 짜증이 날 지경이였지만 나 혼자 독차지하며 걸을 수 있는 곳도 아니라서

차가 오던 말던 길 중앙에서 걸었다

간 큰 오여사 다 .

 

 

 

 

 

맞다 저 모퉁이 돌면 외가 마을이 보인다

아니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보인다.

 

그때 그 두근거림 설렘이 3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느껴지다니 오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아닌가.

 

 

 

 

 

 

 

 

모퉁이를 도니 한눈에 들어오는 이반성면 동촌마을의 꼴짝 새밭골 입구다.

 

허물어지지 않고 남은 집이 반갑고 감나무가 코 끝을 찡하게 만든다.

집뒤란 작은 굴뚝도 그대로다

돌담도 그대로고

사람은 그대로가 아니겠지 아니 빈집인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돌아갈 시간이 촉박하다.

 

 

 

 

 

 

진짜로 외가로 들어가는 입구다.

 

 

 

아~ 퇴비증산...

 

어릴적 눈에 찍어둔 그대로 남아 있었구나 너..

돌흙벽도 그대로 남아 있고..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담과 나무 대문과 돌담들

길바닥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네.

 

 

 

 

 

이 길에선 꼭 도깨비 불을 보곤 했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외가동네는 한 밤이면 아주 캄캄했었다.

더듬더듬 어둠을 가르고 밤 마실 나왔다 도깨비불에 혼쭐이 나 뛰어서 외가로 도망가던 그 길이다.

 

 

 

 

 

저 문도 저 문도 다 그대로다.

꽁꽁 닫힌채 열쇠까지 채워진 것이 빈 집이다.

사람은 살지 않는 집

 

 

 

 

 

 

골목도 그대로 울 아버지가 지은 재실은 든든하게 꼿꼿하게 그 모습을 잘 지키고 있구나.

 

 

 

 

 

 

 

 

울 아부지가 만든 재실은 세월 이기고 섰구만 울 아부지는 어디로 가셨을까

보고싶다 아부지~~~~

 

처가동네 마을 재실을 지어 준 솜씨 좋은 울 아부지 너무 그립다.

 

 

 

 

눈에 선했던 그 길과 그 담과 그 대문

 

허물어진 그 어느집은 30년 세월을 견디지 못했나보다

덩그마니 남겨진 감나무 가지만 집이 있었어요 하는 듯 하다.

 

그때도 꼬부랑 할머니였던 운동띠기(사투리 그때는 이렇게 불렀다) 할매 집도 없어졌다.

외롭게 혼자 살던 찾는 이 없이 먼지 쌓인 집에서 몇해를 그렇게 사시다가 외롭게 가신 할머니였는데

어린 마음에도 참 안됐다 불쌍하다 늘 생각했던 분이였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할아버지 독립운동이 인정이 되어 훈장도 받고 보조도 받게 되었는데 그해 돌아가셨다는...

 

이종사촌들은 이 할매를 참 많이 골리고 놀리고 괴롭히고 그랬는데

가끔 따라서 맘에도 없이 운동띠기 할매를 괴롭혔던 적이 있었음이 아프게 후회된다.

 

 

 

 

 

어린마음에도 참 멋져 보였던 미구오빠네도 빈집이고 늘 무섭게 지나던 재실도 아직은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내 어린시절 많은 추억속 외가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다른 모습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커다란 감나무도 없고 우물도 없고 높은 추담도 없다.

없다.

보고 싶었던 외갓집은 어디에도 없다.

 

 

 

 

 

 

안채 사랑채 문간방까지 있었던 양반 집 이였구나 싶었던 미구오빠네 사촌 집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는데

외가집 담벼락 일부는 남아서 하하호호 깔깔 뛰놀던 그 시절을 잠시 떠올리게 했다.

저 돌담은 날 기억할 것이다 싶어 손으로 만지니 후드득 그때의 심장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듯 했다.

 

추억이 현실이 되니 허무하다 안타깝다

 

 

 

 

 

 

작은 마을 새밭골도 사람이 사는 집이 몇집 안되는구나

외가집 뒤로 난 이 길을 따라 깔비를 구하러 가거나 떨어진 나무들을 주우러 가곤 했었는데

저 깊은 산에는 도깨비불도 많았고 밤이면 이상한 짐승소리도 났는데...

 

호룽불 아래서 귀신이야기 하며 잠시 밖에 나와 산쪽을 보면 어김없이 불들이 휙휙 날아다녀 질겁을 했는데..

 

 

 

 

새밭골 작은 못으로 넘거가던 대나무 숲 깊도 뻥 뚫려 포장까지 완벽하게 입었다.

민물새우도 잡고 작은 물고기도 잡고 개헤엄도 치던 그 못도 그대로다.

 

 

 

 

 

 

 

 

 

 

못 옆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면 개암나무가 겨울 천방지축 놀이에 빠진 우리들 배를 채워주었는데...

작지 않은 못에도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이모집도 그대로 있고 외가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이런 널쩍하고 층층돌도 있다

구들 놓기 좋은 납짝한 바위돌 들이 주변에 지천이다.

 

 

 

 

 

 

 

마실나온 할머니 한분

이 할머니는 30년전에도 계셨던 분이겠지?

들에 세워진 저 작은 집도 그때 그대로인데 용하다..

 

 

 

 

감나무에 야무지게 지은 새집은 그때는 없었다.

뻘쭘하게 올려다보니 감나무 가지에 앉았던 새집 주인 새가 시선을 돌리려는 듯 휙 노래하면서 날아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집을 물끄러모 보니 주변을 맴맴돌면서 끽끽 울어댄다

 

"너거집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걱정마라 새!"

 

돌아서 걷는 등뒤로 더 소리높여 노래하는 새

안심하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새집아래 있는 집 지키던 개가 덩달아 짖어댄다

시끄러!

 

 

 

 

뛰듯이 평촌역으로 돌아왔다.

12시18분 기차를 타야했기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잠시 땀을 식히니 이내 곧 기차가 들어왔고

한산한 기차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널찍한 열차내

꾸벅꾸벅 조는 한 사람

추억이 현실이 되니 졸음만 가득 밀려왔다.

 

추억은 그냥 그대로 둬야 하는거야!

허물어지고 없어진 내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