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가을은 죄다 내 가슴에 품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 위태 - 하동호까지

하늘위땅 2011. 12. 8. 16:49



걸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처음 생활권을 벗어난 걷는 길을 찾던 중 발견한 지리산 둘레길

접근이 제일 쉽다고 생각했던 산청 수철마을에서 동강마을까지 5구간을 역으로 걸었던 것이 시작이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지리산 둘레길.


그냥 걷기에 좋은 그닥 어렵지 않은 길이겠거니 시작했던 첫 길

수철마을에서의 포장 오르막과 땡볕에 '이게 뭐야' 불평을 툴툴거리며 막 던졌었는데....


어느새 걷기에 완전 빠진 한 사람으로 좋은 길을 찾느라 매일매일이 바쁘다.

누가 어디서 좋은 길 괜찮을 길 걸었다는 소문이 들리면 어김없이 정보사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진다.


11월11월 보행자의 날 

남해 바래길 걷기 소풍도 있고 비도 온다고 했고 바래길을 가나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나 어쩌나 망설망설이던 중

우연히 지리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금쪽 같은 댓글...이 이끌었다.





다른 구간에 대한 평이 대체로 별로였다는 것이 많아서 나중에 아주 나중에 가보지 했는데

몇분의 댓글에 아주 괜찮은 둘레길중 최고의 길이라는 글에 훅 갔다.


그래 여기 간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빗방울 떨어졌지만 출발!


마산에서 6시10분 첫차로 진주터미널로 7시 50분 두양종점행 옥종 하차

(마산에서 6시30분 차로 가도 될 듯, 부산에서 6시10분 차로 진주이동 가능)





7시50분 진주발 옥종행 버스에서


9시경 하동 옥종도착

빗방울 후둑

하늘을 보며 아 ! 어카지..


위태마을까지느 가는 버스는 12시 넘어야 있다니 버스하차장에서 개인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딱 만원 10여분소요됨


위태마을 들어가는 초입부터 벌써 맘은 설레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전 완전 이뻤기 때문에..

산골짜기 마을과 가을 ..




옥종면에서 위태마을까지 택시로








버스를 타면 내리는 정류장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와야 위태마을 표식을 만남

빨간 화살표가 정방향









위태마을 입구에서 풍경에 취해 어쩌지 못하고 안절부절

이것을 혼자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벅찼다고 할까.


아 그래서 제일 좋은 길이라고 표현했구나....


저멀리 지리산자락에 걸친 구름과 살짝 보인 파란 하늘 여물어 가는 가을 자연 그리고 마을.

먹먹하다는 표현이랄까?


올 가을 다녀온 곳들의 풍경은 한순간 싹~ 다 지워졌다.


어느분이 말했던 위태마을 스카이라운지 민박겸 밥 집겸 찻집

너무 이른 시간이라(9시10분경) 감히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겉에서만 구경했다.


전망이 캬 과히 스카이라운지라 할 만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들어가야 할 시간.

하늘은 자꾸 흐려지고 빗방울도 수가 늘어날 듯 말 듯

우산을 펴나 어쩌나 망설이면서 주변 풍경에 넋을 놓고 걷는다.


길 초입의 대나무 숲이 심상치 않음을 길을 다 걷고 난 뒤 알았다.






위태마을이 멀어지고 있다.

동네은 아직 깨고 있지 않았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도 젖고 있었고 감나무 높은 가지에 지은 새 집도 가을비에 어쩌지 못하고 젖고 있었다.








하늘이 더욱 성을 내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하란 뜻인가?




갈색이라도 여러가지 이쁜 색이라도 다 가을이다

황금빛과 초록의 가을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 아름답게 눈을 자극하고 머리 속으로 파고 들었다.

거기다 날아 오르는 듯한 구름까지 산 꼭대기에 걸쳐있는 모습이라니...








길가의 감나무 이파리 어디로 보내고 딸랄딸랑 감만 달렸누..

휘어질 듯 늘어진 가지가 위태위태


그래서 위태마을인가? 




위태마을을 뒤로 두고 걷는 길 약간의 포장길이지만 주변에 취해 걷다 보면 이게 포장길인가 산길인가 구분이 안된다.







드디어 위태마을 마지막 집을 돌았다


그러자 눈에 확 들어온 감과 제피열매

가을비에 젖었다.


확 따고 싶은 욕구가 불현듯 쏫았다.

제피나무인줄도 모르고 감 찍는다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확 제피 냄새를 풍기며 

'나 제피!' 라고 유새를 했다.


"아라따 제피! 니도 찍어준다 제피!!"


끓어오르는 수확(?)의 욕구를 눌렀다.

나까지 그러면 안된다 안된다 이럼서


잘 참았다 여솨님!!


제피냄새 넘 자극적이였다 

제피!!






유혹을 물리치니 곧 바로 산길 임도에 들어선다.

갈색과 초록이 어우러진 산길이다.

상쾌한 축축한 공기에 온 몸을 맡겼다




잠시 길을 못찾아 너메 감나무 밭 꼭대기까지 올랐다 옆에 작은 개울 나무에 달린 빨간 리봉을 보고

뜨아!

아니 저 개울을 타고 가남?

갸우뚱 하다 다시 내려갔다

자세히 보니 개울 건너편으로 작은 길이 ㅎㅎ


다시 타고 올랐다.


몰랐다

오르막인줄...




작은 개울을 따라 좁은 길이 구불구불 있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길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못하겠다

자세히 보니 길이다 

주춤주춤 멈칫멈칫 잘 살펴 걷지 않으면 엉뚱하 곳으로 가기 십상

깊은 골짝도 아닌데 왜 이런가 했더니 ..

이름 처럼 구불구불 지네골이란다.


지네골...아흐...

한참을 오르막 바람막이를 벗었다

땀이 비오듯.

날씨는 싸늘한데 땀 범벅이다

너무 맘을 놓고 풍경에 취해 걸었다 보다.


지네재를 넘으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푹신한 낙엽길이 아주 운치있다.


조용한 산길...

처음으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너무 생소한 길이라고 느껴서일까?

하지만 그것도 금세 잊었다.





깊은 산속 같은데 만나게 되는 대나무 숲이 주는 묘한 이 느낌을 딱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위태마을 벗어나는 길에서 만난 대나무숲 그리고 중간중간에 만나게 되는 대나무 숲


처음이라서 그런가?


아주아주 이상한 느낌.

그래서 조금 두려움을 가졌나 보다







지네재를 넘어 나무가 없는 구간 확 트인 곳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비구름 대기 중.





갈색과 초록의 대결.

가을...


위태에서 지네골과 지네재를 넘어 사박사박 걸으니 오율마을이다.

이곳도 깊은 산골마을.

양사방으로 산이다




어느 도사가 수련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으니 파란 깃발이 예사롭지 않은 오율마을 끝집으로 두고 앞을 보니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수려한 풍경이 좋다좋다좋다 








빨간 단풍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나..

첩첩산중 마을의 가을...





마을을 벗어나기 곧 바로 궁항마을 넘어가는 오르막길이 기다렸다

윽...또 오르막 것두 계단...ㅠㅠ


죽었다.


덥다 춥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




궁항마을로 가기위한 산길 또한 멋지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내 머리속 글자들이 원망스럽다.


소나무숲 길을 낙엽을 밟고 걷는다

꽤나 긴 길이다 


그러다 저만치 보이는 황금빛 환한 느낌에 뭐지 뭐지?


가까이 가보니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에서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소나무숲에서 빛나고 있었다.


참 묘한 길일세...




낙엽속에 숨은 길이 저리 표시를 해 놓고 기다린다.




궁항마을이다


저 멀리 보이는 임도를 따라 가면 하동호가 나오겠지






커다란 감나무가 무척이나 많은 길이다.

가지가 쫙쫙 뻗어있는 자태가 힘있다.







궁항마을 분기점에서 잠시 찍고..

도로를 건너 위에서 보았던 길로 올라가면 되는구나.





완만한 오르막길 옆으로 휑한 논과 밭이 그린 것처럼 놓여있다.

완만한 곡선의 길과 함께.


하동호 임도길이란다.

양이터마을 가는 길이기도 하고





저 멀리 양이터마을이 보인다


양이터마을은 6.25때 양씨 이씨가 피난와서 살았다고 양이터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숨은 듯 작은 마을인데 빈 집이 많았다.





뒤돌아 온 길을 보니 저 멀리 넘어온 마을과 깅리 보인다 

산 중간을 가로질러 온 것이다.

구름이 스리슬쩍 하늘로 올라가는 듯 잠시 반짝 해가 보였다






양이터 마을 작은 동네를 지나가려니 어느집에선가 나무로 불을 때는 냄새가 났다

가만 보니 도시에 나간 두 아들이 노모 혼자 계신 집에 내려와 키우는 닭을 잡아 고아 먹으려고 

노모가 가마솥에 물 끓이는 그 불이였다.


나무 때는 냄새가 완전 추억 돋게 했다.


닭 털 뽑기에 열중한 두 아드님과 인터뷰(?)라도 할 걸 하는 후회는 재를 넘어오고서까지 계속 했다

바보같으니..








어머님 집에서 가마솥에 푹 고은 백숙 진짜 맛나겠다며 혼자 궁시렁궁시렁

빗방울이 토토톡 떨어진다

얼른 우산을 꺼내 펼쳐드니 눈앞으로 두채의 도시풍 건물이 들어왔다

도시 사람이 들어와 지은 집 이겠지.


높은 재 근처에 외로운 집 두채라...

앞 텃밭은 벌써 무 가을 걷이를 끝내고 묻어두었고 김장때를 기다리는 배추만 남았다.

참으로 싱싱해 보이는 녀석이다.








한참을 오르막 포장임도를 오르게 된다.

비는 오락가락

우산은 접었다 폈다

땀도 났다 식었다 자칫 감기들기 십상인 날씨.


맞은편에서 들리는 왁자한 소리에 바짝 신경을 세웠는데 두쌍의 어르신 4분이다

혼자오는 내게 두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신다.


"괜찮은데..넘 좋은 길이라 혼자라는 생각도 잊었다"는 내말에도 여전히 갸우둥하시네





포장임도길 맨꼭대기를 넘어서니 포장되지 않은 임도로 이어졌다.

양이터재 쉼터에서 만난 3명의 남자분들


땅콩 한줌 먹고 가라 잡는데 사양하니 극구 잡으려한다

피식 미소한방 날리고 인사까지 던지고 가는 길 앞만 보고 걷는다.


하동호까지 이어지는 임도인가 보다.


중간에 숲속으로 길이 이어졌다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완만한 경사길을 내려가는 코스다

물소리 친구삼아 천천히 내려가는 길.


공기만큼이나 맑은 물이다.


비만 안왔음 손이라도 한번 담궈보는 건데..

여전히 축축한 숲길, 산길...내려가는 길..





산속에서 만난 대나무 숲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이 길에선 깊은 산 속에서 대나무 숲을 몇번이나 지나야했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컴컴하다

으스스





그리고는 또 낙엽 쌓인 길과 아직 남은 초록 이파리를 힘들게 붙잡고 있는 나무사이를 지난다.





또 대나무숲이다.


이젠 옆으로 지나는 길이다.






나무들이 헐거워진 길이 나온다

이젠 곧 마지막 종점인 나본마을이 나오려나 보다..


빗방울은 숨어버린지 오래고 어느새 또 땀이 이마를 적시고 있었다.





숲이 끝나니 확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하동호 골짜기인가?


천천히 걸었다.

2시간 30여분...

길의 끝은 하동호 옆구리에 있는 나본마을이란다.





마을 어느 곳에서 도로변으로 쑥 나오니 오른쪽으로 하동호를 끼고 걸어야한다

지금은 폐쇄된 국도인가?


위험 표지판이 곳곳에 붙은 하동호 길.

한참을 터벅터벅 걸었다.


산길에서 멀쩡하던 무릎이 아플라할때 목적지 입구에 도착을 했다

12시30분경


위태마을에 9시13분경 출발을 했으니 3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11키로였나..




차편을 알아보니 청학동에서 1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단다

평촌까지 가려고 했던 계획을 접었다.


그 버스가 가고 나면 한참 뒤에나 버스가 있다고 해서..


40여분을 하동호를 돌아보고 노닥거렸다

커피도 타 마시고 빼빼로도 먹고...


청학동 출발 하동행 1시버스로 하동 도착

1시54출발 진주행 버스로 갈아타고 진주로 그리고 마산으로 .


조금 일찍 걷기가 끝이 났고 넘치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헤매이다 온 3시간의 여운이 너무나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