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라지만 내복까지 껴입고 보내는 올 겨울
춥다고 해야하나 둔하다고 해야하나 쉬는 날 뜨뜻한 방바닥에 등 지지고 누웠는데 창녕 장날이라며
국밥 먹으러 가자고 부추기는 사람들때문에 따신 등짝을 포기하고 나섰다.
방송을 본 때문이기도 하고 남은 오후시간 무료했던 터였기에.
진눈깨비 날릴 것 같은 쌔한 날씨가 여전히 망설임을 주긴 하였다.
차에 오르자마자 꾸벅꾸벅 졸음 멀미를 하는 영락없는 중년 아줌마 한사람.
1시간도 채 못되 장에 도착을 한 모양이다
여전히 하늘은 찌푸둥했다.
영 움직이기 상그러운 날씨이다
창녕 오일장은 3, 8 일에 열리고 창녕 상설시장 주변에서 장이 열린다.
물속이 차가울텐데 버둥거리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그래도 춥겠다.
살던 죽던 춥겠다.
도시 전통시장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시골장이라 약간 실망을 하려던 차 발견한 이것은 바로 고추말린것 아닌가.
말린 홍합과 치자 말린 것이다.
시골냄새가 풀풀 풍기는 시골장을 기대했었는데 도시 재래시장이나 다를 것이 없다.
날씨 탓인가 시간 탓인가 시장은 한가하다.
오일장의 북적이는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하긴 요즘 근처 도시의 마트나 대형마트가 산재하다 보니 몰아서 장을 보는
경우는 많이 없어진 듯 하다.
꽁꽁 언 생선들도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앞을 지나는 아가는 신기한 듯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이것은 이것은 번.데.기 로구나
꽁꽁 언 냉동 번데기
중국산인가?
꼬소할텐데..
구부정 할머니 한분 옷 가게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린다.
두툼한 겨울 바지를 사시려나 잠바를 사시려나..
뒤적뒤적 신중을 기하시네..
사셨나 어쨌나..
이쪽 모자가게엔 노부부가 따신 모자를 고르고 있다.
할아버지 따신 모자를 사셨겠지
다들 꽁꽁 오다싸고 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 틈에 우리일행도 합류를 해서 짧은 시장거리를 두어번 왔다 갔다 했다.
이건 또 뭔가?
쉽게 볼 수 없는 이 껍질은?
명태? 대구?
이걸로 뭘하나?
예전 '온달왕자들' 이라는 드라마에서 쫄딱 망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대구껍질로 만든 탕을 끓여 돈을 모으던데..
드디어 1박2일 이수근이 내려와 아주 맛나게 먹어줬던 듣도보고 못했던 수구레 국밥을 먹으러 왔다.
티브이에서 본 그 사람이닷 이럼서 촌시럽게 어지럽게 널린 탁자 아무데나 앉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바닥은 엉망진창 지저분했다.
우리가 조금 늦게 가기는 했지만 사람에 치여 국을 끓이는 사람이나 서빙을 하는 사람이나 구겨진 인상이다
오! 나도 저런가 싶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려고 애쓰는 주문 받는 삼촌에게 국밥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곧 바로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구레국밥이 끓고 있는 솥.
계속 국을 끓이는 주인아줌마
뚝뚝 떠 넣는 선지가 푸짐하다.
빨간 기름이 둥둥 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맛있는 냄새가 사정없이 자극한다.
전혀 느끼할 것 같지 않은 포스다.
장터에선 국밥을.
일단 펄펄 끓이는 그릇이 아니라서 살짝 실망을 했지만 고깃국이라 따끈했다.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면서 맵지도 않고 듬뿍 든 선지와 수구레 씹히는 맛이 괜찮다
선지국은 가끔 아주 가끔 만들어 먹긴 하지만 수구레국밥은 처음이라.
육개장도 아니고 소고기선지국이다.
콩나물, 우거지, 토란말린것이 같이 들어갔다.
건더기를 좋아하는 난 아주 신나게 건더기만 건져서 먹었다.
간도 적당하고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단지 장터에 그냥 펼친 간이 식당이라 춥다.
오돌돌 떨면서 먹었다
가격은 5,000원
국수를 말아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스텐 그릇에는 국수를 말아 주는 것 같았다
국이 위주라 밥은 그냥 푹 퍼서 2/3 그릇
나온 반찬은 그냥 통과
(설걷이 하시는 분이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 같아서 젓가락이 가지 않았음)
국과 밥만 줘도 될 듯
수구레 국밥을 먹어 배가 부름에도 장터에선 역시 먹거리가 인기절정
옛날 과자 파는 곳에서 잠시 또 서성..
우리가 좋아하는 오란다 닷!
3색 술찐빵도 그냥 지나치기엔 넘 강하게 자극을 해댔고
절대 외면하지 못했던 계란방과 바나나 빵 구루마 앞에선 사고 말았다
계란빵 좋아하는 막내 생각에.
좋아하겠지 이럼서.
겨울 최강 먹거리 어묵
그리고 김 모락모락 나는 찐 옥수수..
수구레 국밥집 앞과 다름없이 사람들이 붐비던 도너스집
이수근이 맛있다 했던 그 집이란다
찹쌀도너스는 다 떨어지고 남은 도너스도 샀다
팥 앙코가 적고 밀가루가 많아서 동생한테 티박 맞았다.
마산 창동 고려당 도너스인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그랬나?
아시나요 추억하나요 고려당 생 도너..
방송의 위력은 대단해
시장 근처 뿐만 아니라 창녕 곳곳에 수구레 국밥을 파는 곳이 늘었단다
시장주변 밥 집은 거의 다 수구레 국밥을 팔고 있었다.
다 먹어보지 않아 맛은 어떤가 모르겠지만.
그 맛을 잘 지켜서 창녕의 맛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진눈깨비 날릴 것 같은 날씨는 풀리지 않았고
빈손으로 갔다 수구레 국밥도 사고
도너스도 사고
계란빵도 샀다.
닭강정 팔던 아저씨는 설 대목까지 한과를 판다고 해서
닭강정은 구경도 못했다.
약간은 아쉬운 시골 오일장이 아니였다 싶었다.
시골장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수 있는 장은 어디에 있을까?
'★오여사의 제3의 활동 > 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깡통시장 먹거리 열전 (0) | 2012.01.14 |
---|---|
책 냄새에 이끌려 무작정 다녀온 부산 헌책방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0) | 2012.01.13 |
마산 팔용산 돌탑 그리고 봉암 수원지 처음 둘러보다니 (0) | 2011.12.09 |
가을은 죄다 내 가슴에 품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 위태 - 하동호까지 (0) | 2011.12.08 |
도심의 가을이 아쉬워 경남도청에서 창원시청까지 걷다 (0) | 2011.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