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봄인가 해서 걷다보니 눈이 내릴 것 같은 날 남해 바래길

하늘위땅 2012. 2. 15. 10:18

정월 넘기기전에 꼭 남해 보리암 다녀오겠다 했던 결심을 실행 한 날

무척이나 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망설임을 주었지만 생각한 차를 놓치고 그 다음 차를 타고 가면서

창으로 들이치는 아침햇살은 따스하기만 했다.

 

그 따스함에 위안을 삼아 '괜찮아 추워봐야 구름이 낀 것도 아니고 해가 버젓이 있으니 견딜만할끼야'  스스로 다독이며

히터조차 켜 주지 않는 차안에서 막 들기 시작하는 아침햇빛에 몸을 기댔다.

 

잠시 졸았던 모양이다

온몸이 찌푸뚱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택시로 보리암까지 오르니 시간도 남고 체력도 남고 온몸은 덜 풀렸고

몸이라도 풀고 가자 싶어 내처 상주은모래해수욕장까지 걸었다.

 

 

보리암에서 쌍홍문을 거쳐 하산길 끝까지 돌계단을 걸어 내려와야하는 그 길은 까딱하면 발 꽁치고 무릎나가기 쉬운 곳이라

더더욱 조심스럽게 사푼사푼 걸어야 한다.

금산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다 구 국도길로 빠져 작은 마을을 하나 지나면

멀리로 상주마을이 보인다.

바다길을 따라 조금 둘러 갈수도 있고(구운몽길의 마지막 부분) 국도를 따라 바로 해수욕장 입구까지 가도 된다.

 

 

 

 

 

살짝 남해 바래길 중 구운몽길 ( 벽련마을에서 상주은모래해수욕장까지 )의 끝부분을 걸쳐서 걷다가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여름 대비 모래사장 청소중인지 백사장은 온통 파헤쳐져 있었다.

겨울이라 더 한적한 바닷가.

 

파도가 다듬어 놓은 모래사장 위를 사정없이 흔적을 푹푹 남기며 걸어보았다.

아이같이 까르르르 웃음이 절로 났다.

 

혼자 내삐던 사람에게 고함을 치고 푹푹 발자국 남기며 뒤따랐다.

 

 


 


 

 

아니 이런!

우리보다 먼저 흔적을 남기고 간 것들이 있었구만.

 

갈매기들이 먼저 와서 쉬었다 간 모양이다.

나중에 다시 오면 놀래켜 줄 요량으로 작은 발자국을 쿡! 찍었다.

바람이 지우지 않으면 갈매기 녀석들 다시 와서 조금 두려움을 느끼겠지.

 

이런 아동틱한 발상에 가짢다고 웃어제끼는 사람은 뭐야 젠장!

 


 

 

바래길을 걷고자 했던 건 아니였다.

상주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을 뿐이였는데........

 

조금 높은 곳으로 오르니  그 길을 따라 가면 노란 리본이 반겨줄 것 같았다.

 

 

 

 

사랑의 유람선 선착장까지 가서 오솔길로 접어 들면 구운몽길로 들어갈수 있다

빨간 표시길로 들어가도 바래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송정해수욕장까지 걸어가 볼까 하는 생각에 불현듯..

 

길이 또 날 부르고 있지 않은가..

어김없이 노란 리본이 반짝반짝

 

'일루 가셔요' 손짓까지 해대는 통에.

 


 

 

짐작만으로 접어 든 길이 어느새 바래길(구운몽길) 위에 섰다.

 

간간히 오가는 차량만이 살아 있는 길임을 알려주었다.

어느새 따스한 햇빛은 구름에 가리워져 겨울 매서운 날씨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짐작컨데 그리 긴 길이 아닐것이라 했기에

앞으로 앞으로 ..

 

아뿔싸!

 

 


 

 

입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닌모양이다.

분명 모퉁이를 돌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송정해수욕장이 아닐까 했던 짐작은 단숨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사람 흔적이라곤 찾을순 없는 바위가 무섭게(?) 솟은 절벽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바다를 빙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 아~ 이 길이 그닥 짧은 길은 아니구나'

 

짜증을 내지도 못하고 덩달아 길을 나선 사람은 암말 않는데 괜히 눈치가 뵈었다.

 


 

 

바람도 심상치 않게 불고

길은 사람의 흔적도 드물고

숲은 원시림 같고

바위 절벽에 선 파도는 무섭게 몰아치고

 

조매 무서움을 안타는 내가 쫌 으스스하네 라고 느꼈다.

 


 

솔잎이 깔린 길은 푹신했다.

사람의 흔적이 드물다는 뜻.

 

에라 그냥 가는 기야!

 

 


 

 

군부대를 지나고 우거진 원시림 같은 작은 숲을 지나고

슬쩍 보이는 바위 절벽도 지나고 다시 모퉁이 돌아 서니 한순간 확 트이면서 보이는 반가운 금포마을이 보였다.

 

 

여전히 구름은 해를 가리고 '나 아직 겨울이오 '  힘자랑하는 겨울 날씨에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공기가 맑아서 이겠지?

 

 

 

 

 

마을을 가로질러 가지 않고 바다로 빙 둘러 가는 길이 바래길이다.

 

오래된 군 초소가 아주 스산하니 분위기 연출에 도움을 많이 주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와 사그락 나무가지 스치는 소리까지 완벽하게 ^^

 

 


 

초록의 마늘밭이 봄 인 듯 착각을 일으키려 했지만 뽈때기를 때리는 바람이 겨울을 잊지 말라 했다.

 

 

 


 

 

마을을 앞에 두고 돌아가는 길에 접어드니 이 또한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듯 원시림 수준이다.

 

 

 


 

 

몇년동안 쌓인 낙엽이 푹신푹신하다.

 


 

 

노란리본이 반가이 길 안내를 자처하니 숲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간다.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기대는 똑 무너지고 한참을 돌아돌아 걸은 듯 했다.

겨울이나 몸이 쉬이 풀리지 않아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우거진 숲을 나오니 다시 또 확 트인 시야

 

저곳이 아마도 송정해수욕장이겠지?

이번은 짐작이 맞을 것 같은데..

(하도 오래전 기억이라)

 


 

 

송정해수욕장까지 눈으로 재어 보아도 상당한 거리다.

서둘러 걸어야지 모터를 단 듯 다다닥 걷는데 구부정하게 걷는 어르신 한분이 눈에 포착.

밭에 비료를 주고 가시나?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라니

꿈쩍 놀래신다.

 

모리는 여자가 인사를 하니 하하하하

(목적지가 보이니 힘이 솟는다)

 


 

 

금포마을로 내려오는 길.

 

밭에서 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몇분이 계셨다.

얼른 그 자릴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후다닥 달렸다.

죄송해서.

 

 


 

 

길가 개나리에 새순이 언듯언듯 보이는 듯 마는 듯

봄날 오면 참 예쁜 동네지 싶었다.

펜션인가?

오렌지색 지붕이 아주 이국적이였다.

 

 

 

 

 

펜션 앞 작은 모래사장이 있어 조용하게 쉬다 가면 좋겠다 싶네.

물도 맑고.

 

금포항을 지나 방파제를 빙 둘러 천하마을앞을 지났다.

몽돌해변이라고 했는데 몽돌해변이  어딘가 한참을 찾았네 ㅎ

 

천하마을은 '상두야 학교가자' 와 '환상의 커플'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더라는.

 

 

 

 

마지막 남은 구간을 향해서 출발!

 

송정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은 국도를 조금 밟아야 한다는 사실.

국도를 타고 가다 남해학생수련장 입구로 슝~ 내려가면 바로 송정해수욕장.

 

 

 

 

 

 


 

천하마을을 넘어오면서 뒤돌아 한컷.

 

바라보이는 곳은 금포항 오른쪽 앞이 천하마을.

 

 

 


 

28년전 그 송정해수욕장이 아니다.

고1 여름 수련회를 갔던 그 송정이 아닐세.

 

작고 아담하고 한적했던 그 곳이 이곳이였나?

 

좁아진 백사장하며 최신식으로 단장한 그때 숙박지 였던 초등학교 건물하며 뭔가가 이상타.

 

그런데 이곳은 송정해수욕장이 맞네..

여기서 미조까지 넘어가는 길이 섬노래길 이라지.

 

구운몽길 떨쳐내고 섬노래길 살포시 밟고 남해읍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어디에서도 28년전 그 바다를 떠올릴 그림은 없었지만..

바다하면 항상 떠오는 그 송정에 드디어 이제서야 닿았다.

 

솜털 보송했던 그때 시장에서 산 수영복이 커 민망스러운 일까지도 고소란히 떠오른다.

학교 교실 나무바닥에 이불을 깔고 반전체 아이들이 밤새 놀던 그 시간까지도.

 

그 여름은 덥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무척이나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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