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아직은 겨울 그러나 꿈틀거리는 봄기운을 느낀 지리산 둘레길 3구간

하늘위땅 2012. 2. 29. 10:30


눈모자를 쓴 지리산 천왕봉 사진을 어느 블로거가 올린 것을 보고 가슴이 콩닥콩닥 안절부절 난리도 아니였다.

오르지는 못해도 눈에 덮힌 지리산을 봐야겠다는 생각만 맴맴.

막상 쉬는 날이 돌아오면 늦잠을 자버리거나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거나 다른 핑계를 갖다 붙이며 게으름 탓이 아니라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서 못갔다고 위로를 하며 발만 동동.


의지박약!

어느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을 추종하는 여느 중년의 한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생각만으로 그냥 엉덩이 가벼이 들고 나섰던 작년도 40대였건만.

좀 더 편하게,

좀 더 간단하게,

좀 더 게르으게 ㅜㅜ


정말 이러면 안돼!! 안돼!! 


알람을 맞추고 잤다 . 5시에 울리도록.

이런..

5시40분 폰이 울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요일변경을 안해서 5시 알람은 울어보지도 못했고 평상시 울리는 알람이 운 것이다.

부랴부랴 세탁기 속 빨래 털어 널고 씻고 서둘러 배낭을 둘러 메고 어두운 골목에 발을 들였다.


진주행 6시30분차를 딱 맞춰 탔고 인월행 7시30분 버스도 딱 맞춤으로 탔다.

인월에서 9시30분 마천행 버스를 여유롭게 타고 매동마을 하차.

드뎌 왔다.


내내 맘에 걸리던 그 곳 지리산 둘레길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 가는 길 위에.







방송 탓으로 주말이면 미어터지는 둘레꾼들 때문에 매동마을 입구엔 넓은 주차장이 생겼고 

민박집 팻말이 더 많아졌다.

동네를 가로 질러 곧장 둘레길에 들어섰다.






저 멀리 눈 덮힌 지리산을 바라보니 맘속 엉어리가 싹 녹는 듯 상쾌했다.

그래 이 맛이야.







잔뜩 흐린 날씨.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지만 그다지 추운줄 모르겠다

(내복까지 잘 껴입고 나선 길이니 ㅎㅎ)


매동마을 당산나무숲도 들러보고 다시금 마을과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을 눈에 아프게 넣었다.








마을 뒷길 경사진 길을 헉헉대며 오르니 등구재를 알리는 표지가 반갑다.

5.3㎞ 라.. 두어시간 걸리려나.


볼에 닿는 바람이 싸~ 아하다.


등으론 땀이 은근슬쩍.

패딩과 바람막이를 같이 입어서 그런갑다.





누렇게 말라 죽어버린 고사리 밭에도 곧 초록의 새 잎이 올라오겠지.







곧바로 소나무 숲으로 진입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앙상한 겨울 산속은 시야을 환하게 뚫어준다.

다 보인다.


초록이 무성한 계절에는 볼 수 없었던 곳까지 한눈에 확~

무채색 겨울이 주는 덤이다.







깊은 소나무숲에 어느틈엔가 생긴 간이 주막 입구에 나 앉은 고무대야속 물이 꽁꽁 얼었다.

평일이고 겨울이라 장사는 하지 않는 듯 


꽁꽁 언 지리산 둘레길.





약간의 경사진 길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탁 트인 시야에 가슴이 시원하게 펑~ 뚫린다.







멀리 마중을 나온 두마리의 개

마을로 드는 내 주변을 킁킁 거리며 돌면서 냄새를 맡더니 앞서 걷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길 안내를 하는 모양이다.

물릴까봐 걱정했더만 길안내 견인가?


길안내 개 두마리는 어느 민박집 앞에서 자꾸 눈짓을 했다

들어오라는 듯.


얘들아 내는 자고 가는 사람 아이데이

ㅎㅎ 영리한 것들.







뒤돌아 보니 개들은 그만 따라온다.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뭔가 따라 많아졌다.

길가엔 민박과 음식점 안내표지판이 줄을 섰다.


해마다 팻말 갯수가 늘어나는 듯.







산속에 안긴 마을들이 골짝마다 들어섰다.

아직까지 남원이다.

상황마을 중황마을인 듯.


산 주변은 시끄러운 기계음이 덮고 있다.

소음이 장난 아니다.














질퍽이는 이 길을 걸으면 파픗파릇 벼가 있는 논이였는데 지금은 밭이 되었고 한가운데 음식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논둑을 걷는 즐거움은 인제 다시는 느낄수 없다.


길이 많이 알려질수록 사람 손을 타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머리는 핑핑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꽁꽁 얼어버린 작은 웅덩이

풍성한 초록이 가로막아 보이지도 않던 그 웅덩이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보기 좋으라고 주변을 정리한 것인가보다.







눈 덮힌 지리산과 잠 자고 있는 논


곧 기지개를 켜며 갈아 엎어지고 물이 채워지겠지.

부지런한 농부의 손을 기다리는 논이다.






마지막 경사길. 

등구재 오르는 길.








볼을 때리는 겨울 바람이 등을 적신 땀을 식히며 옷을 여미게 만든다.

무거운 하늘을 이고 선 나무도 위태하다.







내내 눈 덮힌 지리산을 조망하면서 걷는다.

저 지리산이 눈에 밟혀서..






아무리 둘러봐도 봄이 오겠다 싶은 징조를 볼 수가 없더만 드디어 발견!

꽃몽오리를 몽글몽글 올리고 있는 이 나무 대견하다.

눈바람이 몰아쳐도 ..






구름 한자락이 천왕봉 근처로 스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앗! 백무동으로 가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같은 버스를 탔었는데..

저리 구름이 밀려오면 비나 눈이 올텐데 청바지를 입고 지리산에 오른 그 청년은 어쩌나..






중봉, 천왕봉, 제석봉이라고 하는데 맞나..

저 봉우리들 언제 올라보나..올라보나.






내내 눈길은 지리산에 박고 걷다 넘어질 뻔 했다.





창원마을 당산나무를 이리 멀리서 보니 한눈에 보이는구나.


마을을 돌아가는 길이 아닌 마을로 바로 지르는 길을 과감하게 들었더니 횡재를 한 기분이다.

빙 둘러가는 길도 나름 풍광이 아름다웠지만..









당산나무아래서 또 지리산에 눈을 박는다.

이미 맘은 저 꼭대기 천왕봉에 가 있건만.





꼬불꼬불 지리산둘레길이 한눈에 든다.

저 언덕과 산자락을 넘으면 금계마을이다.






창원마을을 가로질러 신작로를 택해 걸었다.

마을 교회당 앞 마당에도 솜털이 보송한 봄을 기다리는 녀석을 만났다.

산자락에 조용히 앉은 창원마을을 처음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한적하지만 간간히 오가는 덤프트럭의 위험을 피해가며 신작로를 걸으며 괜히 포장길을 택했다 싶었는데

엄천강을 따라 난 길을 보는 순간 다 왔구나 안심의 한숨이 쉬어졌다.

강을 따라 죽 난 저 길을 따라 함양까지 가는구나.







의탄교 건너 의중마을과 추성골 그리고 지리산이 한눈에..

요리조리저리저리 가면 추성골과 칠선계곡, 사성암이로다


머릿속으로 한달음에 칠선계곡길을 타고 정상 정복했다.

희열이 짜릿하게 온 몸을 감싼다.


매동마을에서 9시40분 출발

금계마을에 12시 40분 도착(천천히 보고 쉬고 걸었는데도 3시간 걸렸다)

12시55분 금계출발 함양행 지리산고속버스에 몸을 담았다.


오른쪽으로 지리산을 조망하면서 차는 구불구불 높은 국도를 잘 돌고 돌아 함양으로 달렸다.

잠시 졸았더니 함양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진주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마산버스로 갈아타고 4시쯤 마산 도착.

빗방울이 잘 다녀왔다 축하를 해주는 듯.


꽃피는 봄이면 더 아름다울 길

지리산 둘레길이 아닐까.


다시 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바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