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그, 그녀와 함께 걷는 데이트코스 두번째 - 봄 날 가포 넘어가는 옛 길로 걸어요

하늘위땅 2012. 3. 7. 10:00

그, 그녀와 함께 꽃피는 봄날 걸으며 데이트하기 좋은 곳 두번째


원래 자기가 사는 곳은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어느 사람이나 비슷한 것 같다.

그런거다.

내 사는 곳은 한참 없어 보이고 낮춰서 생각하는 것.

그러나 몰라서 그렇게 찾아보면 숨어 있는 곳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곳이 그랬나 느낄수 있는 것도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알아야 느낄수 있는 것이다.


이 곳도 늘 넘어 다니는 큰 길을 지나면서 힐끔 보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사라져 버린 길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길로 버스를 타고 가포유원지로 갔던 것 같다.

가포.... 함부로 갈 수 없었던 아니 가면 안되는 유원지였던 학생적 금지구역.


그래서 더 몰랐는지도 모른다.


몇해전 유장근 교수님의 도시탐방대를 따라 가포길을 넘었을때야 다시금 알았다.

그전에도 꽃이 핀 봄 날 자격증 공부중 머리를 식히러 잠시 넘기도 했었는데 그땐 그리 좋은 줄 몰랐었는데.





신마산 경남대 버스 종점에서 내려 월영아파트를 지나 한참을 직진을 하니 가포 넘어가는 큰길 옆으로 작은 옛국도가 왼쪽편으로

보인다.

쌩쌩 지나는 차를 슬쩍 피해 옆길로 들서면 천천히 걸어서 30여분이면 끝이 나지만

그 30여분이 1시간이 될수도 있고 영원히 추억되는 길이 되기도 한다.






길 시작 작은 동네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커다란 벽 얼음을 만들어버렸다.

응달이기 때문에 쌩 부는 바람마처 아주 차갑게 온 몸을 덮쳤다.


길 옆 작은 구릉은 과수원이다.

이 곳을 잘아는 어떤 사람이 그랬다.


봄이면 과수원의 배꽃과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아주 환상적인 곳이라고.


그렇기도 하겠다.

저 나무가 배나무라면.








앞에서 걷는 빨간 잠바의 아줌마도 산책겸 마실을 나온 듯.


해가 나오지 않은 겨울의 응달은 참으로 냉정하게 차가운 바람을 돌리고 있다.

옷깃을 여미며 호호 손을 불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하늘의 파란색이 서슬퍼런 칼 날같은 날이다.







오~ 이런 ...

이렇게 이쁜 나무가 선 길이였구나.

길 양쪽으로 저 나무가 서 있었더라면 더 운치있는 길이였을텐데.






앞에서 뒤 돌아봐도 오랜세월을 견디고 선 나무가 아름답게 겨울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 그녀와 함께 파릇파릇 물이 오른 잎이 난 나무를 보면서 걷는 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뽀송한 두사람의 대화속에 낑겨 든 봄 빛이 새를 내겠지?






철도 모르고 피었던 노란 개나리는 그대로 얼었고

봄을 기다리는 개나리 줄기는 서서히 힘이 들어가고 있다.


살짝 해가 났다.

 그 따스함이 정말정말 좋구나.






오래전에는 왕복하는 차들도 북적였을 이 길은 한적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된 길 담벼락에 낀 이끼와 말라버린 버석이는 풀도 따스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듯이.







약간의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니 하늘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니 나쁘지 않은 마산항의 모습이 한 눔에 쏙 들어온다.







자잘한 나무와 말라버린 풀만 시야를 가리는 것만은 아니구나.

버스회사의 주차장이 멋진 풍경 아래를 떠억 버티고 있다닛!








어찌 마산의 전경을 깨끗하게 담을수 없나 조금 더 올라가봐도 역시 ..

이리보니 마산도 나름 아름답다.


그, 그녀의 잡은 손에 이쯤이면 잔뜩 힘이 들어가겠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모습도 와~ 라며 감탄사를 넣어가며 살짝 오버액션까지 취할 수도.

그래도 밉지 않을 것이다. 그, 그녀의 모습은.






한참 오래전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일요일 특강까지 빼놓지 않고 들으러 나왔다가 봄 볕이 하도 좋아

멍하니 밖을 보고 있는 내게 바람쐬러 가자며 날 데리고 갔던 곳이다.


벚꽃이 커다란 나무에 주렁주렁 달렸고

바람은 더할 나위없이 살랑거리며 볼을 간지럽혔고

터질 것 같던 머리속은 순식간에 착착 정리가 끝나고

졸음까지 몰고 왔던 그 장소가 눈앞에 있다니.


그 꽃냄새

그 봄바람 향기

떨어지는 하얀 꽃잎이 열어둔 차창으로 떨어지며 살포시 앉았다.


창에 턱을 걸치고 얼굴을 내밀어 깊어가는 봄 날

책상앞에 공부를 할수 밖에 없던 신세를 한탄하던 난 잠시 넋을 놓고 그 시간에 빠졌었는데...


그래서 바람쐬러 데려와 준 그 사람이 무지 이뻐보였던 그날이였다.


그, 그녀와 꽃들이 절정을 이룰때 손 잡고 걸어와 이 나무아래 서면 또 다른 연애의 절정의 시간이 되리라

강력히 추천을 해본다.







안타깝게도 바다가 메워진 가포가 을씨년스럽게 펼쳐지지만 않았더라도 좋았을 것을.


어느새 구름은 밀려가고

흰구름을 몰고 온 겨울 해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 대신 칙칙한 누런 흙이 시야을 채우고

문을 닫은 작은 찻집마저도 아쉽다.







앞서 나간 빨간 잠바 아주머니.

힘을 실어 나온 겨울 햇빛에 어느새 잠바를 허리에 두르고 걷는다.


은근슬쩍 땀이 나긴 했다.


봄 날 같은 장면인데...




약간 시선을 아래로 두니 여전히 겨울이다.


빨간 잠바 아주머니는 이 길을 끝까지 걸어 큰길로 접어 들어 그 길로 왔던 곳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른한 아지랭이 같은 봄 날의 추억 장소에서 한참을 머물다 다시 왔던 길로 빽~






눈에 어른 거리는 것이 뭔가 했더만 바로 마창대교 였구나.


내 기억속 추억엔 저 녀석은 없다.

참 보기 싫기는 하다.





너메 과수원에 기 올랐다.

화면가득 마산 모습을 담고 싶어서.


아~ 즈질 디카여~

시커면 저 항칠은 뭐여?

끝내 잡힌 전깃줄도 밉다.


산 높이만큼 높은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도 유감이다.


그 푸른 물~ 눈에 보이네... 눈에 안보인다. ㅜㅜ


그러나 그, 그녀와 꽃피는 봄 날 차는 내비두고 걷는 이 길은 모든 것이 다 좋을 것이다.

넘 길게 걸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인데 

왕복 딱 1시간짜리...참으로 짜릿하고 포근한 데이트 코스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걸어 경남대 앞에서 분위기 있게 점심을 먹는 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그렇게 그, 그녀와의 하루는 아름답게 막을 내리겠지.


꽃피는 봄 날

나도 저 길위에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