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꽃 찾아 떠났다 추억을 만나다 / 하동송림에서

하늘위땅 2012. 3. 20. 14:11

봄 찾아 나선 길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매화 향에 살포시 취하고 내려 선 길이 하동 송림으로 가는 길


내리막 길 옆 매화나무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미끄러지듯 송림공원으로 내렸다.

고어텍스 바람막이 잠바는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면 온 몸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고

해를 안고 내려오는 길 땀은 그냥 쏟아진다.


아~ 축축해!!


모자라도 쓸 걸 후회를 했지만 가져오지 않은 모자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쓱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고 가파른 내리막 길 미끄럴 지지 않게 힘주어 걸으니 

땀이 더 난다.





하동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송림과 백사장.

아~ 20년도 더 전 학교 다닐때 기차타고 소풍 왔던 그 곳이 맞긴 맞네.


뜨거운 봄 볕을 받고 반질거리는 동백 잎이 눈부시다.

하얀 모래사장과 섬진강 물 그리고 소나무..

그 향이 코를 자극하니 어서어서 가보자




송림이닷!


기차를 타고 들뜬 기분으로 친구들과 뭘 했는지 기억은 전혀 없으니 이 나무들은 선명하다

도대체 소풍을 와서 어떻게 놀았던 거야?


기억이 왜 안나나?






소나무 숲이 아주 잘 보존 되고 있어 반갑고 고맙고...

일부 송림은 휴식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고 일부 개방된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소나무향이 아주 상큼하고 맑다.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소나무숲으로, 모두 75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노송의 나무껍질은 거북이 등과 같이 갈라져 있어 옛날 장군들이 입었던 철갑옷을 연상케 한다. 숲 안에는 활을 쏘는 장소인 하상정(河上亭)이 있어 궁사들의 단련장이 되고 있다. 하동송림은 오늘날 국내 제일가는 노송숲으로 넓은 백사장과 맑은 섬진강물이 어우러진 경치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연기념물 445호로 지정되었다.




소나무 사이로 눈을 감고 저벅저벅 맘을 내려놓고 걷노라니

세상의 모든 자잘한 고민들이 한순간 없어지고 비워졌다.


좀체로 비워지지 않는 맘이 이상하게 한 순간 텅비어버렸다.

그 순간에 놀라 번쩍 눈을 떴다.

도대체 이게 무슨 현상이람..


다시 눈을 감고 솔잎 바스락 밝히는 소리에 집중을 하며 걷노라니

다시 맘의 어떤 무게감도 느끼수 없는 순간이 느껴졌다.


이런!!






고개를 숙여 파릇한 것들의 정체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면 비워진 맘에 뭐가 채워졌을지..아주 무서웠다.


커다란 소나무 잎의 그늘을 피해 살짝 들어온 햇빛 샤워를 제대로 받고 있는 쑥이다

'이걸 좀 캐 갈까'

두리번두리번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있다

'안되겠네' 


그냥 막 올라온 쑥을 밟고 30여분 소나무 향기 샤워를 했다.

밟힌 쑥의 향기도 더해서





세월의 흔적을 숨기지도 않고 선 나무.

얼굴의 주름을 지우려 애쓰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우습다 싶네.


드러내니 좋은 것이 있고 좋디 않은 것이 구나.

하늘로 퍼져있는 뽀족한 솔잎들이 하늘을 막고 선 듯 하다.





하상정인가?

현판을 봐 놓고도..


잠시 정자 끄트머리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소나무향기에 취해 또 눈을 살짝 감았다.

이제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다행이다.


코를 한껏 솔향을 들이키고 전날 내린 비의 축축함까지 다 들이키고 일어섰다.





사실은 송림을 지나 저 멀리 강따라 내려갔다 올 예정이였으니 그늘막 하나 없는 길을 30여분 걸어보니

이거 안되겠다 싶아 부리나케 숲으로 뛰어 들어 온지라 한참을 숲에 머물렀다.





섬진강을 바라보다






넓은 백사장마저 고요한 봄 날..

아직은 겨울 잠





기차가 지나가려나 철길을 한참을 올려다 보니 진한 먹구름이 답을 하듯 몰려왔다


'다시 비가 오려나?'


가던 길 멈추고 돌아올 수 밖에..

해가 나면 그늘막을 찾고 구름이 오면 우산을 찾는 어쩔수 없는 약하디 약한 인간이여


브라보브라보 나의 인생아~~

노래 가사가 문득 떠올랐다.


브라보 브라보 나의 인생아!!






저 배도 주5일 근무하는 녀석인가?

모래톱에 발을 얹어 놓고 낮잠에 빠졌는데

찰랑거리는 섬진강 은빛 물결이 슬쩍슬쩍 건덜고 지나간다.






철길 아래로 저 멀리 하동공원 전망대가 보인다.

동네 동산수준보다는 높구나 공원이.





강건너는 광양인가?


짙은 구름이 계속 모이고 있는데 과연 비가 올까?






저 아래 쪽 마을까지 걸어볼 요량이였는데 나무 그늘하나 없는 딱딱한 길이 강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30여분 걷다가 재미없는 길 이다 싶어 다시 송림으로 후다닥 돌아가기.






매화가 피기 시작한 3월 중순.

갑자기 온도가 올라간 이날 땀 좀 흘렸다.


덜 핀 매화에 속았다 싶었는데 양지 바른 곳의 매화만으로도 그 맘을 달랠수 있었고

기억도 나지 않는 소풍지 송림의 기억을 더듬었다


근데 정말 왜 이렇게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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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는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 자건거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씽씽 잔차를 타고 달리면 강내음과 어우러진 소나무향이 멋드러질 듯.

그, 그녀와 기차를 타고 하동공원을 올랐다

송림까지 걸어서 봄 나들이 데이트 멋진 하루가 되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