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성삼재는 가끔 넘어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어째서 노고단엔 올라본 기억이 없는 걸까?
작년 남자의 자격에 눈오는 겨울 노고단을 오르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날 풀리면 한번 가볼까 그 순간 잠깐 든 생각이였는데..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멀리 보이는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와 천왕봉의 위엄에 왠지 모를 끌림이 자꾸 이끌었다.
날이 좀 더 풀리면 성삼재로 해서 노고단 가볍게 올라갔다 오자.
그 결심이 드디어 행동으로 옮겨진 3월29일.
일기예보 확인하고
도로 상황 확인하고
기분 좋게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아.뿔.싸..
버스 확인 안했다.
순천을 거쳐(마산발 7:30분 첫차) 구례(순천발 9:30)에 도착을 해 성삼재 가는 버스시간이 딱 맞아
부랴부랴 달려가
"성삼재!"
외쳤더니 무심하게
"지금 운행 안합니다"
"ㅡ.ㅡ;; 예?"
"4월 중순이라야 버스 운행합니다"
옴마야 우짜노..
발을 동동 구르다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한창 공사중인 구례버스터미널 앞 줄 서서 기다리는
택시로 향했다
"아저씨 성삼재 얼마예요?"
"30,000원입니더"
"야! 타자 가는거야!"
맘 먹고 왔는데 차가 없어 못가는 것도 아니고 돈만 주면 가는 택시타고 가자!!
구불구불 아직은 덜 풀린 위험한 길을 20여분 오르니 성삼재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아찔하게 높은 곳이긴 하다
(해발 1100 쯤 되나)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첩첩 산중이다.
완전 매력 돋는 곳 아닌가?
바람이 휭~ 날려버릴 듯 소리를 내며 분다.
바람아 넌 불어라 난 간다.
아직은 벌거벗은 지리산이 조금은 두렵기는 하지만 잡아먹기야 하겠어
허허 웃으며 우리도 출발.
남자 2명에 든든한 여자1명이 같이 온 다른 팀들이 앞선다.
가뿐하게 혼자 몸으로 걷는 여자사람과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남자사람 2명
완전무장인데 노고단만 오르는 폼은 아니다.
나도 언젠가 꼭 저리해서 지리산을 구석구석 밟아주리라 음화화화화화~~~
(과연 그런 날이 올 것 인가????)
잔설이 남은 음지
볕이 따땃한 양지
녹아서 질척이는 반듯하고 얌전한 길
이리 높은 산에서 만나는 이리 반듯한 길이 참 어색하긴 해도 좋기는 하네.
일찍 올랐다 내려가는 어느 젊은 청년은 옷을 다 벗어제끼고 반팔 차림이다.
난 겨울등상복에 바람막이 점퍼까지 입었는데
기모바지까정...
젊음이 참 부럽긴 하다
쳇!
높은 산중이라도 계절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버들강아지 보슬한 터레기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볕아래 섰다.
메롱!
약올리나?
그래 나 기모바지 입었다!
너무 잘 정돈 된 길이 어색하면서 피곤하게 앞으로 갈 길 앞에 쫙 열렸다는 일행의 설명에 내심 실망을 금치 못하면서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냥 1시간 산책하자 맘을 달랬다
남은 겨울을 흔적에 아이마냥 즐거워하다가 장난도 치면서
이리 높은 곳에도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워하면서..
이 물줄기는 어디로 흐를까?
얼음과 눈을 옆으로 걷는데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흙길이라도 다리가 참 불편하구나.
땀 훔치랴 경사진 임도 오르랴
찬 바람 들지 않게 단속하랴
수다 떨랴
정신없이 걸으랴...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데 하늘은 어떤가 올려다보니 잔 구름이 비는 커녕이라며 콧방귀를 끼네.
비 오는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오~ 저멀리 보이는 저 탑이 노고단인가?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야하는구나
어느새 땀은 마르고 축축해진 등은 서늘하기까지 했다.
빨리 걷지 않으면 춥겠다.
가다보니 눈에 띈 이 건물은 뭐야?
이리 높은 곳에 건물의 흔적이라니?
외국인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막기 위해 지은 건물이란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 높은 곳까지 건물 짓는 재료들을 지고 왔나?
하이고 대단하다 옛날 사람들은..
내 몸띠하나 델꼬 오는 것도 힘들건만.
노고단 대피소에서 밥 먹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다 빠른 돌계단길로 오르기로 했다.
아~ 이런 계단 증~ 말 힘들어요.
임도보다 짧아서 선택했는데 무릎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어쨌던 쫌 빨리 노고단에 도착을 했으니 참아준다.
오~ 드디어 저멀리 노고단이 보이누나.
벌거벗은 산모양이 애처롭다.
그래서 정해진 길 말고는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고 못을 박고 또 박고 해 놓았다.
잘 지켜야한다.
저 멀리 천왕봉과 세석평전이 어렴풋이 보인다.
까마득하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얼마나 걸릴까?
9시간? 10시간?
종주구간이니 하루는 잡아야겠지
나도 모르게 심장이 벌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너도 종주를 해보고 싶다는 거야? 20몇년전처럼?'
그런가? 종주
아니 지리산..
흑백 사진 같다
아직은 초록이 보이지 않은 노고단
그 앞에 선 구상나무 하나
이곳의 초록을 구경하고 싶다.
작년 여름경 찍은 어느님의 사진입니다.
와~ 이런 멋진 초록과 하늘이 어우러진 노고단을 다시 보고 싶다.
초록 옷을 멋지게 입고 앉은 노고단
생각만 해도 즐겁네.
섬진강 물줄기를 찍으려고 했건만... 저멀리 어렴풋..(똑딱이의 한계 ㅜㅜ)
그 쪽으로가면 낭떠러지 같은데 누가 들어갔나요?
출입금지.
'날고 싶은 사람만 이짝으로 오시오 ' 라고 적어 두고 싶다
날고 싶은 한사람으로서 ..
노고단 드디어 너의 품에 안기다
드디어!!!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을 모조리 다 맞으며 이짝저짝 폴폴거리며 확인하고 구경하고
인상도 찌푸려보고 한참을 노고단에서 머물렀다.
모자도 안썼는데 이것참.
봄볕에 완전 다 그을리는 거 아냐?
하하 얼추 비슷한 시간대의 지도를 살째기 빌려 왔다
무넹기(코재)를 내려서니 우르르 올라오는 아이들 무리
고등학생들 단체로 산행을 온 모양이였다.
세상에나..화엄사에서부터
"아줌마 아직 멀었어요?"
"얼마나 남았어요?"
"아직 멀었어요?"
아이들 지쳐서 아우성이다.
"한 30분만.."
을 내내 말했다.
사실은 더 가야하는데..
"아줌마 이 길로 내려가지 마세요 엄청 험해요"
그냥 피식 웃으며 내려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왜냐면 이 길밖에 없거덩
ㅜㅜ
험해봐야 산길인데..
걱정없이 잘 내려갈 것이다는 자기 암시이기도 했는데.....
조 위에서 본 작은 개울이 이리 떨어져서 화엄사 계곡으로 흐르더라..
코재부터 시작된 바위와 돌로 만들어진 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가끔 밟게 되는 흙이 왜 그리 좋은지.
돌이 박힌 길도 이젠 징글징글 무섭다고 느낄즈음 나타나는 흙길은 구세주 같았다.
어느새 풀려버린 다리는 주체를 못하고 맘대로 흐느적흐느적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단단히 허벅지에 힘을 줬다.
무릎 인대 나가지 않게 하느라 살짝 구부려서 내려오다 보니 더 힘이 들어간 허벅지
익숙한 대나무 숲길이 나타났다
이제 다 온 모양이다 안심을 했는데..
또 돌이 박힌 길이다.
이건 너무 하잖아 길!! 돌!!
하산길 3시간
완전히 풀린 다리 주체할 길 없는데 노고단 근처에서 본 작은 개울이 이리 큰 계곡이 되어 내려왔다
드디어 화엄사 뒤편에 다다란 모양이다 안심 100배
돌아오는 버스시간 촉박하여
화엄사 각황전 흑매 생각지도 못하고
"그냥 가자!"
일행들 다들 너무 지쳤다
다리도 풀리고
하늘도 어느새 밝은 색이 아니라 어두운 색으로 바뀌고 있었고
바람속에서 습기마저 느껴졌기 때문에 서둘러 버스를 타는 곳까지
20여분을 또 걸어야 했다.
너무 지쳤어..
자주 걷는 내가 이런데 일행들은 거의 죽음아닐까 싶어 다들 얼굴을 보니
흑빛이다.
"아! 다시는 지리산 근동에 오자고 하지마랏1"
"올라간 것도 아니고 내려온 건데 뭘 그러냐?"
"하이고 그래도 내려오는 데 이리 힘들기는 처음이다"
맞다 그렇긴 하다.
그렇긴 해
지리산이 달리 지리산일까?
그래도 다시 초록이 우거진 날 다시 가고 싶다.
그땐 좀 편히 버스타고 갔다 버스 타고 오는 코스로..
아~ 지리산!!
4시간30분의 산행을 함께 했던 고마운 원빈 K2 등산화 루프 완전 굿!
바위와 돌이 많은 하산 길 발목을 든든하게 잘 지탱해주었고
기존 등산화의 하드함이 아니라 복숭아뼈가 멍들지 않았다.
신발이 조금 큰 탓에 왼쪽 엄지발가락 바닥쪽에 물집이 잡히긴 했어도 진짜 맘에 든 등산화
흙길에도 눈길에도 OK
바위에도 돌에서도 내리막도 오르막도 GO
퍼팩트한 선택 K2
널 신고 천왕봉에도 올라주겠어!!
기다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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