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님께

하늘위땅 2013. 6. 7. 09:41




몰랐습니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학교 담장 너머로 고개를 쑥 내민 그것이 뭔지 몰랐습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화창한 봄 날 군대간 아들에게 쓴 편지를 부티고 돌아오는 길

볕이 너무 좋아 하늘을 올려다 보다 보게 되었습니다.

담장위로 고개를 내밀듯 말 듯 한눈에 알아채지 못하게 봄 볕을 받고 있던 그것을 본 것입니다.

옆은 분홍의 처음 보는 아주 이쁜 꽃을.


처음 보는 꽃

아니 무수히 보았을수도 있는 그 꽃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지난 가을 그 나무에 달린 못생긴 열매를 알기에 이쁜 꽃이 핀 그 나무를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누가 보나 안보나 그 녀석은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고 벌을 불러 열매를 맺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 달린 초록의 작은 열매 그 어린 열매는 매끈하니 참으로 이뻤습니다.


어제는 너무 더워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하고 따가운 볕아래 잠시 서 있기조차 버거웠던 날이였지요

그럼에도 그 작은 열매는 꽃이 그랬던 것처럼 뜨거운 볕을 그대로 받으며 더 튼튼하게 여물길 묵묵히 기다립니다.

단단하게 영글어 못난이라 놀림을 받아도 쓸모가 있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그렇게 견디고 있을겁니다.


문득 우리 '다이노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론 실망과 화를 내게 만들기도 하고 울컥하는 감동을 주기도 하면서 한알의 제대로 된 열매가 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열매가 잘생긴 것이 아니라도 묵묵히 여물기를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 단단한 열매를 보고 싶습니다.

가까이서 그들의 땀과 눈물과 한숨을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더 단단히 이곳 마산이라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함께 하길 바랍니다.


작지만 아주 큰 호사를 계속 누릴수 있게,

'야구'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들이 한자리에 있을수 있는 시간을 더 오래 가질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