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첫 경험의 그 곳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하늘위땅 2010. 4. 20. 17:09

 10대후반 그리고 20대 초반 내 삶의 대부분의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곳은 다름아닌 이곳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이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기억의 서랍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시간들속의 날 꺼집어 내어 놓고 웃다가 찡그리다 입을 삐죽이다가 약간 슬픈척까지 해보게 만드는 곳..

 

어떻게 처음 가게 되었을까?

기억이 없다.

어떻게 가게 되었지

고3 겨울에...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해(가정형편상 ㅠㅠ) 고3 가을쯤 취업여부가 결정이 났었고

딱히 할 것도 없는 고3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즈음 학교에서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얼핏 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친구들과 처음으로 찾아가게 된 것인가?

 

하여튼 그 어두침침한 음악감상실은 사뭇 심장을 벌렁거리게 할 정도의 장소였고

혹여 누구에게 들키면 끝장 날 것 같은 마음이였지만 (그때는 지도단속에 걸리는 장소였고 모범생은 절대 가면 안되는 곳이였다)

그 조마조마한 마음과 일탈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 두번 드나들면서 그 곳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커피 냄새가 있고 어두운 조명이 다소 도발적이였으면

디제이 박스에 앉은 DJ는 너무 멋있어 보였으면 음악 또한 왠지 모를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끄는 것 같았다.

수렁에 빠진 아이들 이란 영화도 있었지만 꼭 헤어나올수 없는 수렁에 빠진 아이마냥

그곳을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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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익숙해지니..

선생님께 들킬 거라는 부담감도 없어지고 점점 대담해져갔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몇몇 DJ이와 안면도 트게 되고 인사도 나누게 되었고

서빙을 하는 또래 친구들과도 편하게 지내게 되었다.

 

음악 취양 같은 DJ이는 음악감상실 내전용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어 친밀감을 표시했고 그게 좋았다.

 

조금 덜 위험한 곳이라는 내 스스로의 포장을 씌워 시간이 날때마다 그곳을 들락거렸으니...

 

그곳의 사장님까지도 알게 되고 이뻐해주는 단계까지 가지 마치 그곳이 내 안방인양 자연스럽게

문을 여는 순간도 망설임이 없어졌다.

 

긴 겨울 방학동안....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음악감상실을 찾았고

때로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곳에서 해결을 했다.

 

음악이 있고...

친구가 있고...

좋아하는 DJ가 있고...

 

그 시간은 세상 부러운 것이 없느 순간이였다.

좋아하는 팝송도 맘껏 듣고 비록 커피 대신 우유를 마셨지만 (커피는 나중에 마시게 되었다)

어른이 된 것처럼 그 세상은 내가 꾸민 내 것이였다.

 

비가 오면 또 그런 분위기에 젖어 같이 노래도 부르고...

눈이 오면 또 그런 따뜻한 분위기에 젖어 같이 즐기고...

 

또래의 썩 괜찮은 녀석과 친하게 지내니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돌았고 그게 아닌데 괜히 그런것처럼

으쓱하게(그 녀석이 제일 잘 생겼기 때문에 더더욱) 입을 다물고 소문을 즐기기도 했었다.

모범생이길 고집했던 내 인생에서 엇나가면서 즐겼던 최고의 순간이였다.

 

 

지금은 띠아모라는 라이브하우스가 있는 저 곳이 '르네상스' 음악감상실이였다.

 

그 시절 김성수, 한상현, 설효숙, 전수범 그리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그 오빠까지..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그들은 지금 뭘하며 살까 궁금해지네...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음악들..

그들의 멘트며 ... 컴컴한 그 곳을 떠돌던 대화들...

얼어버린 캔맥주를 처음 마셨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며...

졸업기념으로 사장님이 보내주신 디스코텍까지...

그러보니 그 사장님은 무얼하시나?

참 잘해주셨는데...

 

내 20대의 시작이였고

내 감성의 근원이 된 그 곳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영원히 잊지 못할것이다.

 

괜찮은 음악감상실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