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사는 기 그기 뭐시라꼬?

대학신입생 아들 처음으로 술에 취해서 들어왔다

하늘위땅 2011. 3. 6. 09:07

'옴마 오늘 과 단합회 합성동 하늘포차에서 한다는데 우짜지?"

 

'얌마 뭐? 가야지 . 단 술 마시지 말고'

 

'아무래도 술 마셔야 하지 않을까? 갈까말까'

 

어제 아들 녀석 수업 중 문자를 보냈더란다.

저녁에 과 단합회가 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남자들이 많은 과다 보니 술자리인건 뻔한 사실이고

술을 잘 못하고 술 마실 기회가 없었기에(집에 술 마시는 사람 없어요 ) 괜시리 엄마 마음이 불안했었다.

 

'일단 갔다 오께 서먹하고 친구도 좀 사귀구로'

 

'오케이'

 

명랑해 보이지만 약간은 소심하면서 내성적인 엄마의 성격을 빼다 박은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퇴근을 하면서 전화를 해보까 살짝 망설였지만 탈 마마보이를 외치면서 먼저 안달복달 하는 건 안되겠다 싶어 참았다.

 

 

 

 

마티즈를 명랑하게 몰고 집앞에 도착을 하려니 걸어가는 덩치 산만한 한 사나이가 보였다.

걸음걸이가 아들이다.

 

"야~ 타! ㅎㅎ"

 

아들이 반가워 차문을 내리고 농을 던졌다.

고개를 돌리는 아들 얼굴이 완전 찌그러져 있고 훅 술 냄새가 풍겼다.

 

"어이 아들 술 마이 마셨나? 술 냄새 작렬인걸"

 

아무 말 못하는 아들 표정이 영 그랬다.

부랴부랴 차를 대 놓고 아들곁으로 갔다.

 

"옴마 속이 울렁거려 죽겠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마신겨? 술도 몬하면서 아이고 술냄시야.."

 

"동기들하고 좀 친해볼라꼬 돌아가면서 잔을 돌렸는데 쫌 마신것 같다"

 

"쏘주 마싯나? 니 맥주도 겨우 한두잔 하면서 쏘주 우짤라꼬?"

 

"그래서 죽겠다."

 

"버스타고 왔나?"

 

"아니 택시. 토할것 같아 버스 못 타겠더라"

 

완전 쓰러지기 일보직전 아들을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꿀물을 타서 한잔을 마시게 했다(숙취에 늘 꿀물이 나오니까)

아들 바로 화장실로 직행이다.

 

아이고 두야!!

 

토하지도 못하고 울렁거린다고 징징거린다.

머리도 아프고 죽겠단다.

 

하이고 생전 안해본 일을 아들때문에 하게 생겼다.

얼른 책을 뒤져 숙취에 뭐가 좋은가 뒤졌다.

 

칡차, 꿀물, 생강식초, 매실, 진한 녹차 등등

집에 있는 것들로 마구마구 마시게 했다.

연신 화장실 들락거리는 아들..

 

내 속까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빈속에 찬 소주를 들이켰으니 장이 놀랬을 것이고 그니까 술이 빨리 취하고 술에 체한 것처럼 머리도 띵 기운도 띵 일것이다.

생강꿀차를 타서 한잔 더 마시게 했다.

또 욱~ 욱~ 거린다.

우짜노 정말..!!

 

아들은 완전 죽을상을 해서는 징징거린다.

 

"옴마 내 다시는 술 안마신다. 죽겠다 미치겠다 울렁거리고 우짜노 웩~"

 

"그러게 우리집에 술 마시는 사람 없으니 니도 당근 술 못 마시지 약국 문도 닫아서 약도 못사오고 우짜노"

 

몇번을 그렇게 들락거리더니 기진맥진한 아들 쓰러지고 말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알았어.

뉴스에 나는 기사가 너메 일인줄 알았더만 까딱하면 그 일이 울 아들에게도 일어날 뻔하지 않았나 싶은것이

화가 쑥 올라왔다.

다음주 MT간다는데 더 큰일이 아닌가..

지들끼기 가는 모임에서 술 마시지 않을 재주가 있나..

 

 

    

 

인제 갓 스물.

아직 어린티가 줄줄 흐르는 대학 신입생들을 술로 고문하는 행위는 없어야 하는데..

왜 꼭 술인가?

술이 아니면 안되는가?

 

아들녀석 지금 어쩌고 있는지..

게워내고 빈 속을 누룽지로 달래고 재웠는데...

널부러진 덩치만 큰 아들을 보니 울컥 또 화가 치밀었다.

 

"앞으로 절대 술 마시지 마라. 적당히 할 용기가 없으문 아긋나 아들!"

 

앞으로 술 마실 자리 많을텐데 걱정이다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