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요즘 여행가기 딱 좋은 제주 올레 5코스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하늘위땅 2011. 4. 9. 12:00

 

여행 마지막 날.

6시 알람이 달콤하게 단잠을 깨운다.

 

'이크 알람을 너무 이른 시간에 했군'

 

후회도 늦어버렸고 부시시 일어나 먼저 날씨부터 확인사살.

오래된 스타일의 창을 열고 서귀포 구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와~ 우 맑은 하늘이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옆 집 낮은 마당엔 일찍 잠이 깬 할망이 텃밭 손질에 여념이 없고...

 

'좋았어. 마지막 날이라 아쉽긴 해도 고고고!'

 

아침 끼니용으로 가져온 남은 사과 한개를 아그작 씹으 먹으며 꽃단장을 서둘렀다.

해는 벌써 환하게 온 제주를 비춰주고 있으니 맘은 바쁘다.

 

짐 가방은 민중각 프론트에 맡겨두고 5코스 시작점으로 가기 위해 서귀포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동일주 버스를 기다렸다.

출근과 등교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부산한 평일 아침

베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고 놀러가는 사람들이 그 속에 간간히 눈에 띄니 덜 미안스럽다

 

8시15분 드디어 마지막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왔다.

충전한 T머니 카드를 찍고 앉았다.

 

첫날 갔던 6코스 시작점 두레빌라까지 15분 소요

15분을 더 달리니 드디어 남원읍사무소 앞에 도착을 했다.

 

바다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가는 거야 출발!

 

 

 

 

올레패스포트에 스탬프도 잊지 말공!

 

 

 

 

 

우~ 우~

바다! 바다!

유채꽃 꽃 꽃~~

 

까만 돌, 포구, 맑은 하늘

완벽한 날씨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봄볕만 아니라면..

 

 

 

 

 

 

 

해변 가까이 다가가니 언제나 겁을 먹게 만드는 검은 돌 사이로 하얀 고동껍질이 보석처럼 널부러져 있다.

껍데기라도 이쁜긴 하다.

 

디카질을 사정없이 하고 있으니 지나는 할망 한분이 참 씰데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가신다.

 

"오~ 할망 여행자들에겐 씰데없는 건 없슴돠 푸하하하"

 

혼자 궁시렁궁시렁 혼잣말의 달인이 되어가는 오유림 여사.

 

 

 

 

저 푸른 바다와 같은 빛깔의 하늘이 경계가 없는 듯 맞닿았다.

 

바다 걷는 제방길을 폴짝 올랐다

올레 표시도 위에 올라 걷게 그려져 있었다.

 

 

 

 

 

 

 

 

 

잠시 한숨 돌리는 정자에서 물끄러미 남원포구 앞바다를 응시하다.

 

파란 색이 너무 좋다.

내것이다!!! 파란색!

 

 

 

 

큰엉 경승지 산책로로 진입을 했다.

잘 정돈된 산책로다.

오전 햇빛이 장난 아니다.

여전히 모자도 없고 얼굴은 장난아니게 싹 다 거슬리고 말겠다.

 

윽! 이리저리 숲길을 잘 만들어진 산책로 따라 걷다 보니 이게 뭔가?

장.동.건이닷!

 

저 위가 영화박물관 인가? 갸우둥 자세히 보니 그건 아니다.

무슨비어하우스란다.

호프집 입구에 커다란 사진이 몇개 걸려있다.

 

"동건 니 마이뭇다아이가 고마 내리온다 울 박시후하고 체인지 체인지? ^^"

 

근처에 신영영화박물관이 있는 모양이다.

넘 이른 시간이라 박물관 개방도 안된 것 같아 올 여름 휴가때 오기로 하고 패쓰다.

 

우~ 바닷물이 너무 맑다.

바닥이 다 보이는 바다가 쪼매 무섭다.

 

내려다 보니 핑~ 돈다.(빈혈이 있어서 ㅡㅡ;;;;)

 

 

 

 

 

 

 

 

가끔 이런 장난도 혼자 걷는 길에선 필수다.

거울도 아닌데 말이지 전신을 비춰보며 어떤가 관찰도 하고 아줌마 몸매에 한숨도 좀 쉬어보고

뭐 볼게 있는지 직찍도 시도해본다.

당췌 누가눈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큰엉 산책길 에도 파란빨간 올레 리본이 하염없이 바람이 나부끼며 올레꾼들을 기다린다.

 

반갑다!

리봉아!!

 

 

 

 

 

 

 

 

 

산책 숲길을 벗어나리 짧은 돌 성곽 길을 지나게 된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막 공사를 끝낸 모습이랄까?

 

걷기엔 좋은 길.

제주의 느낌도 느낄수 있는 길.

 

 

 

 

 

 

 

 

바다에선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먼 거리의 그녀들의 대화와 큰 숨쉬는 소리까지 아주 가까이 들린다.

 

푸~ 푸~ 그리고 알수 없는 소리까지.

 

아직 까만 바위가 무서워 가까이 내려가보지 못했다.

 

 

 

 

 

 

땡볕아래 걸은지 1시간여 지난 모양이다.

여름도 아닌데 그늘이 좋다.

 

 

 

 

 

 그늘만 찾아 요리조리 걷다보니 워메 이것들이 다 뭐다냐?

 

아주 키가 큰 동백나무들이 장승마냥 줄을 줄 서 있다.

위로 올려다 보니 아주 오래된 나무들 같다.

송이가 작은 빨간 동백꽃이 주렁주렁 달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동백꽃들이 처참하다(?)

 

동백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집이랄까?

이곳으로 시집을 온 할망 한분이 척박한 이곳에 한라산 동백씨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바다에서 오는 여러가지 재난을 막아줄 병풍용으로 그랬나?

 

한참을 동백 나무 아래를 걸었다

발에 밟히는 스러진 동백꽃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동백꽃에 정신이 팔려 중간 스탬프 찍는 장소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마을 벗어나려는데 마구 짖어대는 뇬석때문에

더 기억을 못하고 걷는데 열중을 했다.

 

'저 놈은 아마 숫놈일거야 ㅋㅋ'

 

쪼매난 녀석이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온동네 사람들 다 나올판이다.

 

'워~ 나 도둑아녀 이누마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여'

 

줄에 묶인 덩치 큰 두마리의 개는 슬쩍 고개들어 쳐다보더니 그냥 드러누워버렸는데 저 녀석은 끝까지 짖는다.

 

"아따 이누마 너 너무 밝히는거 아니냐! 떽!"

 

그런데 그게 아니다.

뒤돌아보니 같은 길을 걷는 4명의 중년 남녀에게도 끊임없이 짖는다.

 

"야! 너 뭐냐? 지조없이"

 

나중에 동생에게 말을 했더니

 

"언가야 니 바보제? 그넘은 뭐 먹을것 좀 없냐고 짖었을 것인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뭔가 던지주고 갔을끼야

그래서 언제나처럼 좀 주고 가라고 그랬는데 그냥 가니 더 씨게 짖었을껄 ㅎㅎ"

 

오~ 노 !

오유림 여사는 정말 바본가보다 하하하하

 

"어이 거시키 숫개야 다음에 가면 꼭 먹을 거 주꾸마 지둘리!!"

 

 

 

 

시끄러운 녀석을 뒤로하고 또 걷는다.

길 위에 길...그리고 뜨거운 봄 볕.

 

숲길, 자갈길, 아스팔트...그리고 올레리봉

 

 

 

 

위미항을 지나다 만났다.

완전 제주식 가옥이다.

낮은 지붕 마루 없는 방문이 달린 집.

어느 할망이 살고 있는 듯 했다.

 

그 할망 집 담도 돌로 만들어졌다.

노란 개나리가 바다건너 오는 봄을 먼저 맞고 있다.

 

전통가옥에 만들어진 쉼터도 지나게 된다.

올레길에서 만날수 있는 꽃 사진도 구경하고 차도 마시고 쉬었다 가는 곳.

이곳에서도 디게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 한마리를 만날수 있다.

 

이넘의 인기는 어쩐담 ㅎㅎ

 

 

 

 

 

 

 

위미항을 지나면서 나무 그늘아래 잠시 한숨을 돌렸다.

 저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꼭대기엔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모양이다.

 

들고간 스탱 컵에 믹서봉지 커피 한자 타 마시고 감식초 음료까지 쭉 들이켰다.

 

뒤따라오던 중년 남녀들이 지나쳐 먼저 나간다.

 

"먼저 가세요!곧 따라 갑니다"

 

위미항도 무슨 공사인지 시끄럽게 기계소리가 가득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그늘 없는 포장길을 걷는다.

덥다 더운 것 같다 여름에 어찌 다시 오지?

 

모자도 없고 어제 산 당근밭 스카프로 대강 가림을 시도해 보지만.

 

이미 탈만큼 탄 피부일텐데...망고 씰데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콘크리트로 완전 포장된 동네 과수원길.

까만 돌은 오래전 쌓은 돌 담 하얀 바닥은 최근에 들이부은 것?

아~ 발 바닥 아포라...

 

다시 만난 흙 바다길이 반갑다.

 

 

 

 

 

 

휘리리~~

올레 리봉은 어디서나 날린다.

 

도착점이 가까워 진 듯.

 

 

 

 

 

요고요고는 뭘까요?

 

바다에 왠 목욕탕이?

 

여탕과 남탕이 있고요 남탕이 사이즈가 훨씬 커요.

 

 

 

 

 

 

 

 

왜 남탕이 더 커지 이러면서 또 혼자 궁시렁 거리며 걷다보니 바다로 향하는 길위에 서게 되었다.

앞에 가는 저 할망을 짐빵을 지고 손에 들고 왜 바다로 향하는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소 더운 날씨에 지쳐가고 있었고 땀으로 짜증이 조금 올라오는 시점이라 그냥

마음속으로 물었다.

 

'할망 어디 가세요?'

 

할망은 대답없다 그냥 바다로 자꾸 다가간다.

 

 

 

 

 

걱정스레 할망을 바라보다 거친 바다길을 돌아오니 오래전 포구로 사용된 것 같은 작은 포구를 만났다.

 

 

 

 

 

일루 가시오!

올레표시는 어디에나 있다.

나무에도 바위에도 흙에도 하늘에도 ...

 

 

 

 

작은 등대 아래 옛길을 돌아 돌아

이름도 모르는(나만 모르는) 야생화도 많이 만나면서 걷고 또 걷고..

 

주변도 둘러보고 내 맘속도 둘러보고

사람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고

길도 보고

그게 올레 길이리라.

 

 

 

 

 

좋아하는 흙길 숲길 풀숲을 지나니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나타났다.

 

아~ 이제 끝인가보다.

터벅터벅 발걸음이 무겁다.

 

남은 길위에서 더 세심하게 곳곳에 시선을 던진다.

자잘하게 붙은 저 작은 꽃이름은 또 뭘까?

 

올레 5코스 그닥 험한 길이 없었나 보다

쉬면서 걸었는데도 4시간 정도 지난걸 보니.

 

포장길이 반이상이라서 다리가 상당히 피곤했고

화창한 날씨가 더운 듯 해서 모자가 간절히 그리웠다.

 

쇠소깍까지 10여분이상을 더 걸어서 가야했기에 마지막 스탬프도 찍지 못하고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 시간은 널널했지만 두레빌라 앞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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