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올 해 제일 추운 날씨가 될 거라고 했다.
밤 새 보일러 뜨끈하게 돌리고 잤더니 실내가 넘 훈훈했던 모양이다.
밖이 뭐가 추울까 싶어 가을에 입을 만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탁! 닫는 순간 후회를 했다.
'춥다'
버스시간이 촉박하여 견딜만하겠다 싶어 출발을 감행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앞 콩국파는 포장마차의 훈기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새벽길
막 올라오는 해가 반가울 지경.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덜덜,
대구행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덜덜,
아직 그 정도로 덜덜 떨 추위는 아닌데 이상하게 더 춥게 느껴졌다.
버스에 올랐어도 좌석에 앉으니 찬 기운에 덜덜(마산발 서대구행 첫차 탑승 6:30)
어서어서 해가 떠 올라라 창에 기대 따스한 온기를 찾다보니 어느새 대군서부터미널 도착 (7:30)
딱 1시간만에 대구에 도착을 했다.
해인사행 버스는 8시 출발 또 덜덜 떨면서 대구서부터미널에서도 해가 제일 잘 들어오는 곳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며 기다렸다
젠장 일케 덜덜 떨어도 되는거야?
그래도 몸을 웅크리고 살폿살폿 밀린 잠을 잤다.
까딱하면 동사를 하겠다 싶어 잠이 깬 것도 같다.
해인사행 버스는 고령을 거쳐 군데군데 정차를 하면서 대장경 축전장 앞을 지났다
아뿔싸!
동생과 통화를 하느라 축전장앞에서 하차를 해야하는데...
해인사에서 내려오는 길을 타야하나 했는데 마침 다음 마을입구에 내리는 동네분덕에 따라 내렸다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내려 홍류동 계곡 건너에 보이는 저 길이 맞지 않겠나 짐작을 했다
동네 아주머니
"어데 갈라꼬?"
"소리길예"
"구람 저짝으로 가덩가 양어장으로 가서 계곡을 건너가면 바로 거라"
"예 고맙심더"
짐작이 맞았다.
일단 계곡을 건너야하니 무작정 내려갔다.
비스듬히 비치는 아침햇살이 가을이 맞다.
춥다.
또 덜덜 떨면서 커다란 바위가 무서운 계곡을 건너기 위해 요리조리 살피면서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무사히(?) 계곡을 건너 길에 오르니 소리길이 맞네.
넙데데한 바위는 무섭다.
물도 얼마 없었은데 심히 두려웠던 계곡 건너기...예전에 나 이렇게 않았다구..
안도의 한숨. 다시 축전장까지 걸어서 내려가나 했는데 다행히 소리길에 진입 성공.
하늘은 그지없이 맑고 높고 바람은 싸~ 하니 찹찹하고 모자도 벗어 들고 그냥 걷기로 했다.
등으로 파고드는 햇볕이 좋아서 좀 그슬려주지 뭐.
황금빛 고개숙인 벼...
따스한 온기를 기다리는 마을 그리고 소리길.
이런 표식을 자주 만나게 되겠지요
반갑다 소리길.
시골마을은 어느새 깊어진 가을에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파란 하늘에 둥둥 떠 있다.
구름 한점 없는 깨끗한 날이다.
동네 전봇대에도 길을 알려주는 소리길 안내판..
저 멀리 가야산 자락위에서 가을 하늘이 파랗게 내려 앉았다.
오밀조밀 작은 마을을 지나 마을 맨 끝에 자리한 '송이오뎅' 집
이른 시간인데도 주인 아저씨는 장사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먼저 다녀온 동생의 추천으로 오뎅 두개를 먹었다.
동네 산에사 채취한 송이를 넣어 육수를 낸 송이오뎅.
작은 냄비에 오뎅이 빠글빠글 들어 앉았다.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기도 했지만 송이를 넣었을까 안 넣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기에.
먼저 국물을 마시니 뒷맛에 송이 향이 은근하다.
오뎅도 많이 퍼지지 않아 딱 내입에는 좋다.
주인장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많이 나눴다.
버려둔 고향집에 내려와 장사를 해보려했는데 정수장이 생겨 계곡 이용을 못하는 바람에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소리길이 생겨 어쨌던 돈벌이를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아저씨.
오뎅 500원, 커피 500원, 사발면 2000원 각종 안주류 5,000원
컵라면에 시골김치를 주기도 한다니 출출할때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
"가격 올리지 말고 쭉 나가세요"
"그럼요 소리길이 있는한 가격은 변동없이 할 생각입니다"
원래는 밭이 있었던 자리를 잘 정리를 해 전을 펼치고 한켠엔 코스모스를 심어 오가는 소리길 탐방객들에게 입과 눈까지
즐겁게 해주는 소리길 마지막 매점 '송이오뎅'
봄에 다시 봐요 아저씨!!
송이오뎅을 지나오니 바로 소리길 본격적인 시작이다.
소나무와 각종 나무로 이뤄진 숲길이 열려있었다.
산 속은 초겨울 날씨다.
입고 간 바람막이 잠바를 벗지도 못하고 걷는데 한순간 들어온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춥겠다 싶었다.
퍼~ 런 하늘에 홀로 있는 달이....춥겠다.
곳곳에 나무테크로 다듬어진 길은 바위와 돌, 나무둥치와 뿌리때문에 자빠질뻔 도 했지만
아기자기 지루하지 않았다.
계곡 내 출입금지...
곳곳에 읍소하듯 박힌 저 글자를 제발 머리에 눈에 가슴에 콕 박아두고 걸으시길 바랍니다.
오래된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섰다.
딱딱한 껍질로 몸체를 가리고 선 소나무를 비껴 길은 나 있다.
소나무 냄새가 몸 속을 휘젖고 다녔다.
일찍 오니 이런 좋은 공기로 샤워도 다한다 싶으니 조금 추워도 견디겠다 싶었다.
울창한 숲엔 소나무가 세월을 버티고 섰었는데 세월이 조금더 지나면 다른 나무들도 교체가 되면
저 소나무들은 어떻게 되나?
죽나?
편하게 걷다가 돌, 바위길에선 어이쿠 조심을 하면서 걸어야됩니다.
바람소리, 새소리, 바스락 거리는 다람쥐, 청솔모 그리고 가끔 뱀까지 걷는 사람 간담을 섬뜩하게 만들지만
숲은 참 좋습니다.
숲속친구들과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제발~~~
소리길에선 버려진 쓰레기 다녀간 흔적은 남기지 마십시다.
너럭바위로 길을 내기도 했군요.
잠시 숲이 없는 길을 걷기도 하지만 햇빛이 따스하니 좋은 날.
기지개 뽀드득 켜며 햇빛을 양껏 흡수!
가야 19명소 중 칠성대
가야산19 명소를 소리길을 걸으며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길의 또 다른 매력같다
차를 타고 휘 해인사까지 올라가면 절대 보지 못할 홍류동 계곡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구경을 했다.
가야산 19명소 가운데 16곳이 소리길에 걸려 있다.
10세기 초 최치원이 이름 붙인 명소들이니 천년이 훌쩍 넘은 경관들이다.
멱도원, 축화천, 무릉교, 칠성대, 체필암 등등이 물길을 거슬러 이어진다.
농산정은 최치원이 신발만 남겨두고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담긴 곳.
하나하나 찾아가면 시간을 거슬러 상상을 하면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런 이쁜 단풍을 기대하고 갔던 길
초록이 단단히 버티고 선 가을만 봤다.
아직은 단풍이 이른 듯.
나무 뿌리가 널부러진 길에선 특히 조심을 해야 할 듯 한눈 팔다 걸려 자빠지는 창피를 당할지도.
돌이 있는 곳 어디라면 쌓아 올리기 좋아하는 우리민족.
돌탑이 올라가고 있다.
시작은 작지만 곧 커다란 돌 탑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소리길도 많은 사람들의 소원으로 무거워지겠다.
소리길은 여러가지의 테마길을 만들어뒀다.
그중에 하나 '침묵의 길'
말하지 말고 걷는 발걸음 소리와 주변의 소리 내면이 소리에 귀를 귀울여 걸어보란다.
참 멋진 길이지 않나...
혼자 걸으니 온갖 주변의 소리에 예민하게 온 몸이 반응함을 느낄수 있었다.
길 가에 선 자국이 선명한 저 소나무만 아니였다면 말을 더 참을수 있었을텐데..
어려웠던 시절 송진 채취를 위해 저렇게 만들었단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흔적은 선명하니 ..아프겠다..
다시 숲이 끝나고 맑은 하늘을 보게 되니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침묵의 길이 끝나니 바로 말을 하다니..
산에 걸린 가을 하늘에 흠뻑 빠져 걷다보니 나도 자빠질 뻔~ 했다는 나무들이 한참을 웃었을것이다.
중간 중간에 걸린 불교문인협회에서 걸어 둔 시 때문에 덩달아 웃었다.
'나무가 애뱄다'
이 시때문에 부석사 다시 가봐야겠구나..
ㅎㅎ
가야산 19명소 중 '낙화담' 에서는 한참이나 머물렀다.
깊어 보이는 소의 물 위로 꽃이 떨어진다는데 봄이면 떨어지는 곳을 보려나..
단풍이라도 물들었다면 색색의 단풍이 떨어지는 구경을 했을텐데...
혼자 길을 걷고 있는 어느 여인.
중간에 지나쳐 왔는데 낙화담에서 노닥거리다 보니 앞질러 걷고 있다.
분홍 츄리닝 바지가 산뜻하다.
벤취에서 한참을 명상에 빠졌던데....골치아픈 세상사 잠시 놓고 걸읍시다.
소리길이 끝나고 도로변을 따라 해인사까지 걸어가야 한다.
막 물들기 시작한 절벽에 사는 나무들...
약 1시간 30여분의 소리길 걷기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끝이 났다.
홍류동 테마길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방법.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선 직행으로 가는 버스나 군내버스가 없는 듯
진주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타거나 대구에서 오는 버스를 타야합니다.
서대구시외버스터미널(대구지하철 성당못 역)에서는 3~40분만에 해인사행 버스가 출발합니다.
해인사까지 1시간 30여분 소요가 됩니다.
소리길은 해인사 주차장에 내려 해인사를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로 택해도 되고
현재 대장경 축전하는 곳에 하차하여 홍류동 계곡을 건너 시작하는 길로 올라와도 됩니다.
화장실은 축전장을 이용하거나 중간 해인사 매표소에 있습니다.
해인사 매표소에서 3,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합니다.
해인사 입장권을 가지고 대장경 축전장에 가면 할인해서 축전 입장권 구입이 가능하답니다.
해인사의 이런 단풍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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