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니 우중충
꼭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과연 눈이 올까 이 남쪽에도.
연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가볼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노라니
뒤에서 아들녀석 한말씀 하신다
"옴마가 운제 날씨 봤소 가려면 어서 댕기오소"
아들의 이 말을 핑계삼아 차려입고 나섰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몇일전에 받은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쓴 책 '시내버스 타고 즐기기'를 단숨에 읽어버리고
찜을 한 곳인 김해로 시내버스를 타고 가보리라.
창원시청앞에서 97번 가야버스를 타고 수로왕릉까지 1시간정도 걸렸다.
휴일이라 도로는 막히고 생각보다 엄청 돌아가는 노선때문인지 버스안에서 졸기까지 했다.
우중충한 하늘과 버스안의 따뜻함은 졸기에는 충분한 조건아닌가.
나름대로 지도를 보고 동선을 정하고 갔더니 막힘없이 시간 차이 없이 둘러볼 수가 있었다.
97번 버스는 수로왕릉 앞에 떠억허니 나를 내려주었고 옷을 여미고 길을 건너
생전처음 그렇게도 궁금했던 가야역사속으로 들어가는 맘은 설레기까지.
가물가물한 책 내용탓도 있겠지만 워낙 정보가 없는 나라 가야 인지라 더더욱.
김해의 상징적 문화유적으로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의 무덤으로 납릉이라고도 한다.
수로왕은 서기42년 음력 3월 3일 구지봉에 탄강하여 3월15일에 즉위함으로서 가락국을 건국하였고 서기 199년 3월 20일에
세상을 떠나 이곳에 묻혔다.
왕비의 고향인 인도 아유타국의 용왕을 표시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채색된 신어문양의 납릉정문을 지나 맞게 되는
원형 봉토문의 외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위엄이 넘치는 듯하다.
문 밖에서 담을 넘어 수로왕릉을 볼 수 있다.
문화해설사 대동을 할 걸 잠시 후회를 했는데 짧은 정보를 총 동원했지만 아~ 이 모자란 지식이여.
허왕비의 위패가 모셔진 전각과 수로왕릉이 담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수로왕과 수로왕비의 초상화
유난히 눈에 띄는 외국인들이 좀 신기했다고나 할까.
방학을 맞아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도 드문드문 보여서 흐뭇하기도 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살펴본다면 더 좋을텐데.
수로왕릉을 둘러보고 뒷편 수릉원과 김해 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주차장은 관광객들 차량으로 북적이고 공원도 많은 사람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날씨도 우중충했지만.
김해민속박물관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차차 더 많은 자료로 채워지면 한번쯤은 들러볼 만 한 곳이 되겠지.
추억속의 물건들을 둘러보다 보니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30여분 관람후 대성동 고분군과 고분박물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의 외형이 조금 독특하다.
주전시관의 외형은 남성상을 표현한 국립김해박물관에 대비되게 여성상을 표상으로 하였고,
기획전시관은 가야여성의 대표상인 수로왕비 허 황옥의 신행길을 참고하여 파도모양으로 형상화하였다.
고분발굴지역으로 올라가는 길에 선 커다란 나무 두그루가 묘하다.
번개를 맞으면 과거로 돌아 갈 것 같은 느낌이 팍~ 전기가 오듯 왔다.
지역주민들은 산책로로 이용하는 모양이다.
꽁꽁 동여매고 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 산책 나온 꼬맹이가 고분지역에서 내일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달까?
고분발굴지역에서 저 멀리 지나온 민속박물과 수릉원을 내려다 보았다.
날씨가 영 안개이네.
고분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그리고 노출전시관의 발굴 당시 현장까지.
오래전 과거로 갔다 다시 현재와 미래로 왔다 갔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니 한순간 너무 많은 정보들을 입력을 하려니 약간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나의 브레인의 빼다지가 너무 작아져 버릴것일까?
중간중간에 가야사 누리길 안내표지판과 인도에 박아 둔 가야사 누리길 지시 표식
이 표식을 따라가면 된다.
드디어 기대 만발 김해박물관에 도착을 했다.
대성동고분군을 따라 가야사길을 10여분 천천히 걸어오니 웅장한 기운이 느껴지는 박물관이 보였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의 글에 나온 것처럼 이런 물음이 여러곳에 붙어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했다.
아주 재미난 박물관아닌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찾아서 다 읽게 만들었다.
박물관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머물렀다.
유난히 새모양의 장신구가 많은 가야유물들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는 재미도 쏠쏠했고
가야시대 토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도 유익했다.
물음표가 붙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가보길 권한다.
김해박물관의 나름 다가오는 방법.
예를 들면 '가야사람들고 커피를 마셨을까?"
하하 뜬금없지만 꽤나 흥미로운 자극법이다.
방학을 맞아 숙제를 하러 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박물관은 인산인해.
수학여행단을 맞은 박물관 같은 북적임이 좋았다.
가야시대의 창고는 어땠을까?
직접 체험도 해 볼 수 있는 가야누리에서 확인해 볼 수도 있다지요
국립 김해박물관http://gimhae.museum.go.kr/
글자가 새겨진 그릇과 항아리 두껑에 새겨진 암호같은 문양도 볼 수 있다.
글자를 표시한 이유는?
항아리두껑에 새겨진 문양은 암호가 아니였을까?
라는 물음표도 붙어 있다.
(가시면 찾아보시라)
회랑을 돌아서 박물관 내에서 보았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걸었다.
기둥과 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벽에 걸린 가야 유물 입체그림에 닿으니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아이마냥 신기해하며 혼자 중얼거리니 다들 우스워하네.
박물관 입구로 내려가지 않고 구지봉과 수로왕비릉으로 빠지는 뒷길을 택했다.
구지봉.
책에서나 읽었던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곳 구지봉에 드디어 가보는구나.
비탈진 길을 10여분 오르니 야트막한 구지봉이다.
서기42년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담긴 금상자가 내려 오고 그 알속에서 수로왕을 비롯한 6가야의 시조왕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가야문화의 출발지이다.
고대 국문학상 중요한 서사시인 '구지가'가 남아 있는 곳으로 원래는 거북이 머리모양을 닮았다 하여 구수봉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정상에 있는 바둑판식의 고인돌에 새겨진 글씨가 한석봉의 솜씨라고 한다.
펑퍼짐한 구지봉 정상
가운데 입석 주변을 맴맴도는 저 사람은 수로왕의 후손일까? ㅎ
우울한 얼굴이던데..
슬쩍 피해 한바퀴 둘러보니 특별한 느낌은 없다.
이웃주민 한사람이 개를 데리고 올라오는 바람에 기분이 잡쳐서 수로왕비릉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나름 슝~ 과거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맘껏 해보고 싶었는데.
〈영신군가 迎神君歌〉·〈구지봉영신가 龜旨峰迎神歌〉라고도 한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首露王)의 강림신화에 곁들여 전한다. 원래의 노래는 전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4구체의 한문으로 번역된 것이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조에 기록되어 있다.
"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옛날 가락국 사람들이 구지봉에 모여 왕을 맞기 위해 흙을 파며 함께 불렀다고 하는데 이 노래의 해석은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견해를 보인다. 잡귀를 쫓는 주문으로 보는 견해, 영신제(迎神祭)의 절차 가운데 가장 중요한 희생무용(犧牲舞踊)에서 불린 노래라는 견해,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 즉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노래로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또 거북의 머리를 수로(首露)·우두머리·남근(男根)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구워 먹겠다'는 구절은 우두머리 선정을 위한 거북점의 점괘를 얻기 위해 거북을 굽겠다는 뜻 혹은 강렬한 욕망이 깃든 여성 성기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구지봉 동쪽에 위치한 수로왕비릉
왕비는 16세 나이에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와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왕비의 열아들중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을 따르게 하여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고 이로 인해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혼인하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는데 지금도 그럴까요?
수로왕비릉을 끝으로 부원동까지 직진으로 쭉 걸어가서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시장통 거리도 구경하고
재래시장도 휘 둘러보고 창원으로 넘어오는 98, 97번 버스를 타거나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경전철 역에서 돌아가면 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리는 건너면 김해도서관이 보이고 조금 더 걸어오면 수로왕릉에 닿는다.
경전철 수로왕릉 역에 내려서 다리를 건너 버스 한코스 정도 도보로 왕릉에 닿는다.
'★오여사의 제3의 활동 > 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지리산을 느낄 수 있는 매력 여행지 6 (0) | 2012.02.09 |
---|---|
1박2일에서도 간 고궁의 봄은 어떨까요? (0) | 2012.02.06 |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깡통시장 먹거리 열전 (0) | 2012.01.14 |
책 냄새에 이끌려 무작정 다녀온 부산 헌책방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0) | 2012.01.13 |
방송 타고 난리났었다는 창녕 오일장의 수구레 국밥과 겨울 장 풍경 (0) | 201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