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마 제대했어요

5월26일 아들에게 쓴 편지

하늘위땅 2012. 5. 26. 12:00

아들아!


이제 모든 훈련을 끝이 났겠구나

30키로 행군은 잘했니?

어땠어 아주 궁금하구나.

완전군장으로 훈련 받는 것이 힘들었다는 너의 편지를 받고 

'내가 아들을 넘 나약하게 키웠나' 잠시잠깐 후회를 했단다

하지만 무사히 훈련을 마쳤을 거라고 짐작을 하면서 오늘아침에는 머리가 복잡하게 움직인다.

다음주 너의 면회갈 생각을 하니 말이다.

무슨 음식을 준비하나 고민이 되는구나

뭐든 잘 먹겠지만 좀 더 맛있고 니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준비를 해야지 하니 선택하기가 어렵네


할머니, 작은이모, 막내이모, 흥아이모, 엄마 이렇게 갈 예정이다.

여튼 맛있는 거 많이 싸가지고 갈테니 남은 훈련기간 무탈하게 잘 보내길 바란다.


널 보내놓고 먹먹하던 그 마음은 이제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너의 변한 모습과 군대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대로 하루하루가 길기만 하구나


너도 길기만 하루가 차차 익숙한 하루의 느낌으로 다가올테니 언제가나 손꼽지 않아도

시간을 흐르고 흐를것이다.


어제 본 그 군인들의 늠름하고 씩씩하며 절도있고 젠틀하면서 남자다운 모습을

울 아들에게서도 발견하리라 기대하는 오늘은 더 기쁘다.


좋은 것은 꼭 배우고 익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가지고 있던 나쁜 것들은 버리고 다듬어서 남자 김민석으로 변신을 하기 바란다.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는 조금 현명해진 사람이 되거라.


막내이모는 친구랑 소매물도 아름다운 등대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소매물도 갈때 너에게도 같이 가자고 그렇게 졸랐는데 기억도 없지.

기회가 되면 이곳도 같이 한번 가보자구나.

날이 좋아서 막내이모는 신이 났겠다.

참 그리고 엄마는 요즘 지리산에 푹 빠졌단다.

지리산 지도를 매일 들여다 보면서 어디로 함 가볼까 이곳은 좀 쉽나 저곳은 어떨까

매일매일 눈과 머리가 바쁘다

그 와중에 아들 면회 음식준비를 하려니 머리가 터질려고 하지 ㅎ

지리산 둘레길 걷던 길에 청바지와 일반 운동화를 신고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겠다고

나서던 청년 4명이 불현듯 생각이 나는구나

그 청년들은 과연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을까?




넘이 가져간 면회도시락...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