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이 더운날 걸을라꼬? 다시 걸은 지리산 둘레길 8코스 운리 - 덕산

하늘위땅 2012. 7. 10. 00:00

다시 지리산 둘레길위에 서다.


한동안 지리산 길에 빠져서 2번도 가고 3번도 가고

계절 바뀜을 길위에서 보기도 하고 그렇게 좋았던 그 길을

남해바래길 다녀오고는 잠시 잊었었다.


그리고 남해바래길과 남해의 매력에서 차츰 헤어나올 즈음엔

지리산 꼭대기로 눈이 들러 붙어버렸다.


'산 꼭대기 아니 능선쯤이라도 오르리'


해보지 않고 맘만 열두번도 더 먹었다.

그래서 바래봉도 찍고,

노고단도 찍고,

뱀사길도 찍어 보고

유평계곡길도 걸었다.


그렇게 지리산 둘레길을 잊는가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처음 걷기 시작했던 길이 지리산길이였기에

첫 정을 준 만큼 결코 내다버릴수 없는 내 맘의 방이 있었다.


구례쪽은 좀 멀고 산청쪽은 포장길이 많아서 망설였는데

그 중에서도 좀 나아보이는 운리 덕산구산 길을 걷기로 했다.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지리산 골짝은 아니니 비가 좀 와도 걷기에는 무리가 없을거라는 경험을 떠올렸다)


이제는 아예 우리동네 터미널같은 진주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40분경

너무 이르다

운리 들어가는 버스는 8시25분인데

시간 개기기에 돌입을 해야하나


하늘은 찌푸뚱 곧 비라도 쏟아 부을 태세

까만 썬구리 만지작거리며

들고간 책 이용재의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를 읽기 시작했다

같이 들고 간 경남도민일보는 광고까지 싹 다 훑었고..


쑥 책속에 빨려 들어갔나 싶어 눈에 글자가 둥둥 들러붙을 즈음

아차 차 시간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휘리릭!

고개를 들어보니 버스는 들어와 있고.

후다닥 버스에 승차.


"아저씨 이거 종점이 청계리에요?"


"어데가요?"


무뚝뚝한 표정으로 무겁게 대답하는 기사님(불.친.절..묻기 무섭다..)


"운....리요"


"야! 어데요?"


"운..리..요"


내 발음이 이상나 뭔 소린지 못 알아묵는다


"운리요(운자에 억양을 내려서 말했다"


"예 (따라서) 운리예"


그렇게 몇명의 승객과 함께 출발했다.

에어컨 빵빵하니 기침이 절로 콜록


"아! C 앞에 앉아서 기침하문 안되는데"


기침이 쑥 드갔다

진짜 무서븐 기사님이다.


일단 운리 간다 했으니 어데서 내릴지 모르는데 차 세워주겠지 믿고 등을 등받이에 쩍 붙였다.




지리산 둘레길 8번째 구간 

운리에서 덕산사리까지.






마산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안에서 너른 들판을 보니 곧 비가 쏟아 질 것 같았다

비 맞고 걷겠구나 단념을 하고 눈을 감았다.





잘 뚫린 마산 진주간 도로를 쫙 달려주시는 버스






기다리는 동안 지리산 가는 버스 시간표 한장 찍고

고개를 돌리니 ...오맛! 부끄부끄

날씬한 그녀 옷차림이 죄다 스키니다

분홍 스키니 바지가 완죤 삐리리다


'날씬한 거 자랑치심'


그녀는 사천표를

남자는 다른 곳의 표를 끊었다.

(이런거까지 보려고 한 건 아니였습니다 만 그냥 보였을뿐)






대충 40여분 후 목적지 운리에 도착한 것 같았는데

기사님 아무 말씀 없다.

무러봐야하나 망설이는데


"운리 안내리요?"


"아! 요기가 운리입니꺼....내리는 데를 몰라서(초행이니까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창피하다 느끼다니)"


차를 세워준다.

초행인 사람 덜 무안하게 알아서 세워서 


"운리 내리세요"

이러면 얼마나 좋을꼬


남해나 제주도 가면 그렇게 해주는데 기사님들이.


차에서 내리니 바로 둘레길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와 요래조래 도시녀자 티를 안내고

들머리로 진입 성공.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 몸을 샤워를 시킨다.

에어컨 빵빵한 버스에서 내린지 얼마안되 그 후덥지근함은 위력을 다하지 못했지만

얼마안가 땀이란 넘은 항복을 하고 몸 밖으로 줄줄 떨어져 내리리..





초록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운리마을 앞 들판.

제법 색이 짙어진 벼가 싱싱하다


비가 제대로 잘 내려줘야 할텐데..








노란 산악회 리봉이 반갑다.

저것들이 고마운 것들인데..


이런 골짝 동네에 고시원이 있단다.

남명 고시원..

요기서 공부하는 고시생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어 일단 통과.


공부 열심히 하셔서 준비하는 고시 꼭 패스 하세요..

모르는 고시생들에게 응원의 기도 했다.





도라지꽃이 논 가에 피었다

깨꽃도 하얗게 피어 벌들을 마구 부르고 있었다.

일단 이곳의 깨꽃은 상당히 이쁘게 잘 피었는데..가뭄의 아픔을 겪지 않은 모양이다.


저멀리 산위로 무겁게 내리 누르는 더운 공기가 느껴지시는가?









아~ 이런 포장길 넘 힘들어.

이젠 땀이 항복을 한 모양이다

줄줄 타고 흐른다.


일단 챙모자로 이마를 카바하고 눈으로 흘리내리는 땀의 진입을 불허했지만

후덥지근한 공기는 사정없다.

줄줄 땀...빠진다.


그래도 셀카는 그만둘 수 없는 중요한 놀이.





마을 나오는 끝자락에 앉은 민박 혹은 펜션의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한 정자..

바람 안불면 더울끼다..라며 쉬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핑계에 들러붙였다.





운리마을이 뒤로 보인다.

내려 앉은 무겁고 찐득한 공기가 느껴진다.





1시간여 잘 포장된 임도를 터벅터벅 걸어야 했다.

길가의 흙먼지 뒤집어 쓴 산딸기도 그냥 전시용일뿐


'나중에 다시 와서 따 먹어주마 딸기!!'


걷다 말고 만세는 무슨 만세 오.여.사!!


더워서 살짝..맛이 .








임도 중간 정자에서 초코바 하나 까먹고 땀 좀 닦고 어천에서 출발한 아저씨 한명 먼저 보내고 다시 걸었다.

산 중턱까지 길은 잘 닦였고 포장도 깔꿈하니 잘 되었다.


이 길을 차가 다닐일이 있을까?

아무리 두러봐도 차량 진입이 필요한 곳은 없는데.

그럼 이 길을 일부러 이렇게 포장을....오 마이 가뜨 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겠다






아주 쫙~ 쫙~ 잘 닦여진 포장 임도길

땡볕아래 거의 죽음인 관계로 여름 걷기는 무리..

봄이나 가을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






비포장 임도에 진입 십여분 후 백운계곡으로 들어가는 산길에 도착

숲속으로 들어가자 시원하구라.


나무 샤워가 넘 좋은 한사람

산길도 좋고

냄새도 좋고

기운이 불끈








이 길도 손길이 많이 닿은 듯 넓고 잘 다져진 모습..

이렇게 손을 대어야 할까요?





빽빽한 길쭉이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니 시원하기 그지없다.

땀이여 얼른 도망가지 아니면 혼이 날 것이다


그늘아래서도 땀을 기세를 죽이지 않는다


'으이구 더버라

이기 뭐하는 짓이고 한여름이 히히'


이럼서 참 행복했다.







8구간의 처음과 끝이며 이 길의 백미라고 불리워지는 이 산길을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바로바로 백운계곡!


야호! 계곡이다 이럼서 바로 풍덩 하고는~~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자연보호!

그린그린캠페인..동참 중


눈치 살피며 슬그머니 발만 동동 담궜다

아주 깨끗한 물이 콸콸 넘 시원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였지만 여기서 뭔가 속을 채우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을까라는 레이더망 작동으로

처음으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집어내었다.








새벽 5시에 싼 도시락


어묵볶음, 신김치, 멸치조림, 집된장과 풋고추, 마늘장아찌와 밥

그러나 냄새가 장난아니다

배가 완전 꼬륵꼬륵 난리다.


어서 묵자 묵자..

된장 찍어 고추 한 입 베어무니 완전 낙원이 따로 없다


입에 쩍쩍 들러 붙는 반찬과 밥


반찬투정하는 아이들 데리고 와서 이렇게 먹이면 그냥 암말 없이 잘 먹지 않을까?


빨간 자두는 후식으로..

발 담그고 밥 먹고 후식 먹고

우엉차 한잔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고

비는 안오고

여전히 공기는 질척이며 들러붙고

세수도 시원하게 댓번하고

한참을 놀았다


조용하고

기쁜 맘이 생기고

행복했다.






다니면서 도시락 까묵고 걷기는 처음이라 아주 부대낀다

몸이 축축 늘어지면서 발걸음이 천근만근인데 살짝 오르막이다.

헉헉... 토 나올것 같은 느낌을 억지로 누르고

오르자 올라...

오르고 또 오르리..






밥 양이 좀 많았나 이럼서 가는 앞길을 쓱 지나가는 한 녀석


"아코 놀래라"


오랜만에 다람쥐를 만났네

한참을 조렇게 앉았더니 쪼르륵 숨어버렸다.






그래도 산길을 걷는 건 좋아.







매실효소 탄 물도 마시고...

산길이 끝난 모양이다.


공포의 사리임도에 도착을 한 것이다.

아~ 사리임도...


완전 시타.


이때는 멋도 모르고 내려가는 길이니 어떨까 방심을 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임도다

아니 날이 더워서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만난 까만 눈동자의 짐승에 홀려 갔더니 언덕이 이쁜 흑염소 방목장이였다


'뭔가에 홀린 모양일세 그 까만 눈동자의 짐승은 어딨나?'


흔적도 없는 까만 짐승을 찾느라 왔다리갔다리..


'흑염소 방목장이니 흑염소 였을끼야'


무시라...무시라...뭐여..


깊은 골짝이다 이곳은 참말로.





가로수가 죄다 감나무다

감이 제법 동글동글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죽을 것 처럼 걸었다

땡볕에(어느새 구름은 사라지고 해가 쨍쨍했다) 우산을 펴서 해를 가리고 걸었지만

비오듯 흐르는 땀은 막아 낼 수 없었다

깊고 좁고 험한 계곡으로 내려가자니 올라올 걱정에 내내 침만 질질 땀과 함께 흘리며


'내려가면 시원하겠다..시원하이 책 좀 읽오 내려가까'


생각만 했다.

이 길이 어디서 끌날 것인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걸릴지도 더더욱 모르겠고..


터벅터벅

계곡을 따라 지어진 농장들을 몇개나 지났을까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이 보였다

저절로 긴장이 풀렸나보다

내발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길가에의 수도에서 대충 땀을 닦고 큰 길로 나오니

눈에 익은 슈퍼가 보였다


'다 왔구나'









버스 시간 알아보고 시원한 쮸쮸바 하나 입에 물고

바람 들어오는 곳에 간이 의자 놓고 휴식에 돌입

한 20여분 쉴 시간이 주어졌다.


내팽개쳐진 내 배낭이 불쌍타 

쮸쮸바가 아니라 팥빙수를 샀구나.ㅎㅎ






중산리에서 나오는 버스안은 지리산 산행을 끝낸 지친 젊음이 넘치고 있었다.

나두 20대엔 지리산 종주를 거뜬하게 했었다는 걸 뽐내고 싶을 정도로 젊음이 멋져 보였다


가고싶다 지리산 꼭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