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1,2의 활동/맛있는 이바구

생전 처음 먹어 본 함박 그리고 돈까스의 맛은?

하늘위땅 2012. 8. 12. 07:50


아주 짧은 시간이라면 짧은 시간 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의 겨우 3여년의 추억은

그 짧은 시간이 그 보다 더 긴 시간을 웃게 하고 좋은 호르몬을 마구마구 만들게 하는 완전소중한 것.

10년도 아닌 3년에 무슨 그리 많은 추억들이 있을까마는

남들은 그것이 뭐라고 하는 사소한 것들마저 추억의 페이지를 차지하고

가끔 열어보면 미소를 짓게 한다.


입에 짧았다

엄마 말에 의하면 빼빼 마른기 응티는 심하고 입도 짧고 고급스럽기는 한량없어서 밉상이였단다.

뭐 타고 나기를 비위가 약하고 엄마 식성도 그닥 평범하지는 않다보니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아예 손도 안대거나 질겁을 하는 건 순전히 내 탓만은 아닐터.


"가시나가 쪼매난기 입이 어찌나 까탈시럽고 고집이 센지 말도 몬해!"


울 신여사님 그런 딸년이 어찌 이리 입맛도 변하고 손맛도 변했는가 늘 궁금히 여기신다.


"다 내 묵자고 하다 보이께네 어쩌겠수 직접 푸닥거려야지"


내 입에 맞는 것을 먹기위해 솜씨가 늘었다는 말에 얼측이 없다는 시선을 날리신다.


그랬다

입이 여간 까탈시러운 가시내가 아니였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마산 시내를 다니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자연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렇다고 용돈이 풍부하여 비싸고 맛있는 것을 먹을수도 없고

술을 마셔서 넘들 다 들락거렸다는 학사주점, 막걸리집 등은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테레비에서 봐 왔던 그 때 내 눈에는 아주 근사해 보였던 

함박스테이크는 용돈을 모아서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사 먹었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경양식 집(분식집이였나?)의 아늑한 소파와 널찍한 테이블 그리고 세팅된 그릇들에

조금은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처음이니까 집에선 생각해 볼 수도 조차 없었기에)


뭐 포크나이프 사용법은 학교적 가정시간에 책으로만 배웠지만 간단한 경양식집의 포크 나이프 스푼도

촌뜨기 마냥 설레였던 것 같다.

지글지글 소스가 끓으며 동그란 계란 반숙이 얹여진 함박스테키를 보는 순간

먹기도 전에 입에 침이 고였고 동그랗게 찍어 낸 밥의 양이 작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노란 단무지와 함박을 폼을 잡고 썰었다.

작은 당근과 감자샐러드도 어찌나 맛나던지.


입에 맞지 않은 소스가 다 먹기도 전에 비위에 맞지 않아 더 먹기를 거부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억지로 많지도 않았던 함박을 싹 다 먹었었다.


밥과 감자와 파스타 마요네즈 무침까지 모조리..

그깨 가격이 5,000원이였나? 함박이..


첫 월급이 20만원 수준이였으니 저렴한 가격은 아니였던 것 같다.


첫 함박 외식 후 친구들과 만남은 늘 경양식 집이거나 괜찮은 분식집이였고

의례 함박을 한동안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한달 용돈은 뻥뻥 구멍이 났고

가계수표 잔고 늘 달랑거려 혼이 나기도 했었다.






함박이 가격도 좀 쎄고 그래도 기분은 좀 내고 싶었을땐 돈까스를 먹기도 했었다

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까닭에 돈까스는 돼지고기라 입에 대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순대를 겨우 먹을 즈음에 조금 저렴하다 싶은 돈까스를 경양식집에서 먹게 된 것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셋팅을 해 줬지만 함박이 주는 럭셔리함은 미치지 못했고

돼지고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늘 다 먹을수가 없었다.

조금만 앞접시에 나오는 크림스프와 동그랗게 다져서 내오는 밥과 단무지 가끔 나오는 김치로

나머지 허기를 채우기도 했었다.


한참이나 지난뒤 돈까스의 바싹함에 빠져 살 찌는 줄 도 모르고 친구들과 만나면 돈까스를 먹었다

가배양분식, 코아분식, 코끼리분식,,, 기억나는 분식 혹은 경양식집이다.


다른 곳에도 갔을텐데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면 그닥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치즈를 듬뿍 얹어서 이탈리안 돈까스를 즐겨 해 먹는데

아들은 외식으로 돈까스를 먹자면 절대 반대라고 외친다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왜 밖에서 사 먹어"








아들은 칠색팔색을 할지도 모르겠다


"엄마 잘 만드는 잡채를 왜 사묵노?"


"얌마 음식이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만 먹는 기 아니란다. 추억의 시간이 그립거나 그 행복했던 느낌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서 먹기도 한단다. 맛이 그 맛이 아니어도 말이다"


"배가 고파야 묵는기지 무슨 추억을 묵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생 접근 금지 구역이였던 창동시내에 진출을 하게 되었을때의 그 뭐라 말할수 없는

감정을 어찌 아들에게 설명을 하리.

세상은 참으로 짜릿했고 달달했으며 끊임없이 유혹을 해댔다

중독 같은 그런 종류의 어떤 이끌림이랄까?


그렇게 쉬는 날이면 창동 시내를 싸 돌아다니고 배가 고프면 부림시장 먹자판으로 향했다

넉넉하지 않은 지갑 상황을 고려해 창동 싸 돌아다니기의 한끼는 항상 부림시장 먹자판에서 해결을 했으니.


우동이나 떡국을 먹을라치면 윤기자르르 흐르며 은색 양은 쟁반에 가지런히 앉아 있는 당면의자태에 늘 침을 흘리곤 했었다. 

잡채는 한끼 해결 음식이 아니라 간식 혹은 특별식 정도로 이해를 했던 그때는 그것을 밥으로 사먹는 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한 번도 잡채를 사먹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때 그렇게 사 먹고 싶었던 잡채를 집에서 아무리 해먹어도 그때의 먹고 싶었던 맘을 채워주지 못했는데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 일부러 찾은 추억의 그곳에서 사 먹었다

그랬더니 그때의 침 고임의 갈증이 사르르 녹아서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다.

희안하게도.


과거의 일들이 추억으로 남겨지는 건 절대 한가지 정보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장소, 분위기, 냄새, 소리, 맛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졌을때 그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곳을 떠올렸을때 5D입체로 살아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