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봄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잡느라 여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비용 산출하고 숙박지 잡아 예약하고 이동 경로 몇번씩이나 꼼꼼히 챙기면서 더운 여름을 땀띠를 불사하고 견뎠다.
그랬으니 여름휴가 4일은 온전히 즐겨도 되는 것 아닌가?
몇일 전부터 가져갈 음식 얼리고 만들고 사고 쟁여놓고 각자 짐 꾸리고 드디어 출발
새벽4시에 일어나 준비를 끝낸 동생들의 부산스런 움직임에 떠지지 않는 눈을 뜨고 사부작 출발 준비를 했다
5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도 않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두 눈은 덜 잔 잠으로 빡빡했고 머리속은 몽롱했지만 여행의 설렘은 그 모든 불편함을 싹 누르고 있었다.
일년을 기다린 휴가니까 재미나게 걱정 던지고 암 생각없이 나흘 신나게 돌아 다니는 거야!!!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찹찹한 바람
몇시간을 틀어도 끊어지지 않는 음악파일
잔잔한 락발라드가 흐르는 차안
들뜬 자매들
볼떼기는 홍조를 띄고 심장은 좀 더 빠르게 쿵쾅거린다
첫날은 추억의 수학 여행지 돌아보기(제목을 정하려고 한 건 아닌데 코스가 수학여행 코스가 되어버렸다)
월정사, 강릉(선교장, 오죽헌, 경포대, 경포호, 경포대해수욕장, 안목해변), 오색약수, 주전골 까지 첫날의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었다.
간간히 비는 날리고 하늘은 우중충하고 짧은 옷을 잘못 입었나 살짝 고민을 하는 동안 쌩하니 달린 SM5는 오대산 월정사에 도착했다.
날씨도 비껴가는 우리 자매들의 휴가인데 당근 비는 조금 내리고 말 것이다 암시를 강하게 하늘로 쏘았다.
떨어지기는 했어도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으니 우리의 기도는 잘 먹힌 것인가 보다.
수학여행 이후 20여년전에 여름 휴가때 다녀온 월정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변해버린 곳.
전나무 숲을 지나 일주문에 당도했던 그 길이 아니다.
차를 절 집 옆에 주차를 하니 옆문으로 절에 들어가는 꼴이니 전나무숲을 거닐려면 다시 내려가야 한다.
사람 손이 너무 많이 탄 곳 월정사
추억속의 그 느낌은 없다 아쉽다 .
숲길을 사부작 걸으며 지나오면 살째기 보이는 입구가 저렇지는 않았는데 ㅡ.ㅡ;;;
뭘 찍어야 할지 멍~ 때리다 전나무 숲만 찍고 말았다.
"어~ 절이 왜 이렇지?"
너무 사전 공부가 안된 모양이다.
다들 김이 좀 빠진 기색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차안에는 락발라드가 흐르고 첫번째 장소의 실망감에 아무 말이 없었다.
묵묵히 도착한 강릉 선교장
이용재 님의 책을 통해 나름 공부를 하고 갔지만 뭘 읽었는지 싸악 잊어버리고 활래정에 끔뻑 넘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서 연꽃위에 뜬 정자
조선시대 최고의 명품
다시 힘차게 살아나는 정자 '활래정'
벽이 없다
연꽃이 그득 물 위의 정자
책으로 읽다 다시 보니 참말로 캬! 감탄이 절로 나온 곳
http://blog.naver.com/leecorb/120123854610 이용재님의 선교장 이야기 읽어보세요
그리고 선교장 둘러보기
날리던 비는 어디로 가고 오대산 쌀쌀한 날씨와 다른 햇빛 쨍쨍 후덥지근 땀이 줄줄 흐르는 강릉
걸어다니기 넘 버거웠지만 고택감상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는 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효령대군의 유언을 받들어 전국 땅을 다 팔아 대관련을 넘어 1703년 경포대에
다리를 건너야 들어갈수 있는 집 '선교장'을 지었다.
세종대왕의 형님인 효령대군이 91세의 나이로 죽으면서 남긴 유언이 '내 후손들은 당상관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였단다.
-이용재의 고택순례에서
역시 알고 가야 하는 것이다.
땀을 질질 흘리면 선교장을 흐느적흐느적 돌아봤다
선선할 때 다시 오리 다짐을 했다.
이제 다음 코스 오죽헌으로 간다.
오죽헌은 진짜진짜 더웠다
그냥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둘러봤다
사람도 많고 덥기도 엄청 덥고
"왕족의 집과 그냥 양반의 집 터가 약간 틀리네 왕족 집 터가 시원하긴 하네"
우끼는 말이지만 고개가 절로 끄덕.
박물관에서 땀을 훔치고 경포대로 향했다.
너무너무 더워서 혀가 나올 지경인 날씨.
강원도도 덥구나
새삼 화천 꼴짝에 있는 아들도 더위에 엄청 고생하겠구나 안스러워졌다.
경포대에 오르니 낙원이 따로 없다
바람이 솔솔 불고 너무너무너무 시원했다.
먼저온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오수를 즐긴다
닭살 행각에 열중하던 한 커플 우리 일행이 가니 머슥하게 모른척 딴 짓이다.
나란히 앉아 경포호를 보노라니
저곳이 호수뇨 바다뇨?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또 땀을 질질 흘리며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커피 자판기 구경을 하러 ..
커피 해변이라니 뭔가 색다를까 싶어서..
안목해변...너 뭐니?
그 자판기들은 얼루 갔냐?
날도 뜨거븐데...
물에도 못 들어가는데...
땀 줄줄 흘리며 그래도 바다니까 발을 담궈야지...
커피 오데있어?
80여대에 달하던 자판기는 얼루 가고 딱 3대만 있었다.
자판기 이건 아니잖아.
명물 자판기를 없애고 카페를 들여 놓으면 그 분위기가 나는감 이곳도 꽝!
왕 실망하고 돌아서 나오면서
"왜들 사람들이 몰리면 죄다 바꾸는지 몰라 걍 자판기 쭉 늘어 놓음 분위기 더 좋잖나? 돈이 뭔지 "
자판기 커피는 무 보도 못했다.
아쉬움에 그냥 지나치려던 1박2일에 자주 나왔던 경포대해수욕장에 내릴수 밖에.
폭주 운전을 하던 튜브를 차에 매단 3대의 승용차때문에 기분은 잡쳤지만 철이 지난 바다도 나름 괜찮더라.
성수기는 끝났지만 파라솔은 여전히 그대로
늦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 썰렁한 느낌은 없었다
날이 더워서 해수욕을 해도 그다지 춥지는 않겠더라만..
여전히 발에 모래만 잔뜩 달고 나왔다.
차에 에어컨 빵빵 돌리라!
오죽헌 입구 400년 순두부집 아니였다면 오죽헌과 안목해변의 실망감은 더 컸을텐데 순두부가 살렸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나무 그네에 앉아 동생과 다정한 샷도 연출 했으니 망정이지...
땀도 흘릴만큼 흘리고 기운도 빠지고 첫날의 마지막 코스 오색약수로 향해야 했다.
가져간 얼린 레몬차도 연거푸 마시고 식혜도 녹는 족족 들이킬 수 밖에 없는 날씨.
7번국도를 내리 달려 낙산사로 향했다
이번엔 뒷좌석에 앉은 동생과 난 내처 고개를 처박고 잠속에 빠지고 말았다
"도착했다"
는 동생의 말에 눈을 부스스 떠 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
차문을 여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이 '아 ! 덥겠다'
원래 이 곳도 더운가?
땀을 질질 흘리며 낙산사 등산겸 둘러보기에 돌입을 하였다.
일찍 일어난 여파가 심하여 급격하게 체력이 고갈되어 다들 얼굴색마저 거무튀튀하게 변하고 있었다.
있는 체력을 끌어 올려 홍련암 둘러 바다보고 의상대에 서 보고 온 몸이 땀에 절어 해수관음상 앞에 서서 기도하고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빌고 돌거북 만지며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고 동생들과 거북도 만지고 불타서 새로 지은 원통보전 가는 길
본 담벼락이 완전 중국 풍이라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꿈이 이루어지는 길 입구에서 사진도 찍었다.
기도하고 소원빌고 꿈이 이루어지길 빌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빈 것이 아닐까 쬐금 불안해하면서
연근꿀방으로 허기를 달랬다.
과연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질까요?
그건 두고 볼 일이고 땀도 실컫 흘렸으니 가자 시원한 설악으로!!
오후4시를 넘우 도착한 오색약수 앞 숙박지
비수기라 엄청 싼 30,000원에 온돌방을 빌렸다.
물론 오래된 여관이였고 시설도 낙후 되었지만 주인아저씨의 친절함과 콸콸 쏟아지는 온천물에 그 가격이면 그저 인듯.
짐을 부려 놓고 주전골 트레킹을 2시간에 걸쳐 한바퀴하니 곧 어둑어둑
누가 그랬다
지리산은 본처
설악산은 후처 같다고.
표현이 어찌 이리 딱 맞아 떨어질꼬.
화려하지 않으면서 묵직하고 다소 무섭고 두려움을 주는 지리산과는 달리
애교있고 화려하고 명랑해 보이는 설악산은 도시처자 같은 느낌이랄까?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 물이 땀을 다 식혀주는 듯
간단한 트레킹 코스로는 손색없고 비경 또한 일품이였다.
내려오는 길 우리일행이 맨 마지막이어서 막내동생이 허덜을 지기는 바람에 쌩하니 내려오느라 다리가 아팠지만
다시 색 고운 가을에 다시 오고픈 곳이였다.
쇠 맛인지 피 맛인지 나는 오색약수도 마셨다.
빈혈에 좋다니 자꾸 마시고 싶어졌지만 이노무 비위가 틀려서 읍!
그래도 먹을만큼 먹었다
'빈혈에 도움이 조금 되었겠지 ^^'
관광지라 그런가 비싼 막걸리 값에 놀랐지만 강원도 곤드레 막걸리를 곁들인 가져간 뼈다귀탕으로 저녁을 거 하게
먹고 첫째날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깔깔 웃으며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넘 일정이 빡쎈 모양인지 동생은 끙끙 앓기까지 했다.
즈질 체력으로 과연 남은 3일의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 되는 밤이였다.
비는 어느새 굵게 내리고 천둥과 번개까지
지붕을 뚫을 듯한 기세로 밤 새 비가 내렸다.
내일 일정은 내일 걱정하고 스스스 잠 속으로.
'★오여사의 제3의 활동 > 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자매의 여름 휴가 3탄 - 다신 가 볼수 있을까 ? 삼척,정선,영월 (0) | 2012.09.03 |
---|---|
세자매의 여름 휴가 2탄 -언젠가 한번은 가봤어야 할 그 곳들 (0) | 2012.08.29 |
뭘 그리 놀라나- 삼척 해신당 공원 (0) | 2012.08.25 |
여인네 홀로 지리종주 이야기- 완전 부러움 (0) | 2012.07.29 |
이 더운날 걸을라꼬? 다시 걸은 지리산 둘레길 8코스 운리 - 덕산 (0) | 2012.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