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주전골(오색약수) 입구 온천 모텔 작은 온돌방에 4명이 구겨지듯 잤는데 밤 새 비가 어찌나 퍼붓는지
과연 둘째날 여행이 가능할까 걱정이 사뭇되었다.
그래도 첫날의 먼 거리 강행군으로 인해 피로회복제를 마시고 에어컨 약하게 켜 놓고 각자 편한 자세로 일찍 잠들어서 인지
5시경 일어났다.
옆방에 묵은 젊은 청년들은 부산하게 등산길에 나서는 모양이고 또 다른 옆방엔 어르신이 해소기침을 해대었다
창을 열어 보니 완전히 맑아진 날씨는 아니지만 빗방울은 잦아 들었고 구름도 슬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의 스타일상 7시면 출발을 하는터라 느적거리면 강행군의 주역 동생한테 혼이 날지도 몰라 먼저 일을 보고 대충 머리도 만지고
여행옷 복장으로 변신을 한 뒤 가방을 다시 꾸렸다.
아침은 가져간 냉동밥을 건미역을 넣고 끓여서 미역죽을 만들었고 김치 마른반찬 통조림으로 대충 때울 요량이라
오색약수 물만 잘 챙기면 되겠다 싶어 전날 냉동실 얼려둔 패트병을 챙기고 아침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가 묵은 숙소 뒷 마당에서 보니 오색그린야드 호텔이 보였다
저기서 묵고 싶었는데 쩝..
아침을 대충 먹고 오색약수터 사진을 찍기 위해 후다닥 계곡으로 내려가니 밤새 비를 맞고 선 해바라기가 무거운 하늘아래
잘 버티고 있었다. 빗물이 섞인 약수 물 맛이 약해서 떠 오지도 못했다 전날 받아 둔 그 물을 얼려서 가져갈 수 밖에.
전날 주전골 트레킹 하면서 발견한 오색약수를 한모금했고 다음날 약수터 사진을 찍으러 가면서 셀카놀이 했고
출발하기전 마운틴하드웨어 단체복 입고 인증샷까지 골고루 다 했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날리고 운전대를 잡은 동생이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내 운전실력을
믿어줄 사람이 없는 관계로 눈 감고 우리의 둘째날 목적지 한계령을 넘어 백담사로 쌩하니 달렸다.
한계령 한계령 노랠르 부르는 막내 동생도 있었지만 몇년전 안개 자욱한 한계령의 풍경을 잊지 못하고 비까지 오시니
더더욱 그때 그 풍경이 아닐까하는 기대감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올랐다.
바람이 씨게 불고.. 휴게소에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 하면서 그때 그 추억을 떠올려 보려고 했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은 꽁꽁 닫혔고 비바람은 들이치고 사진 한장 달랑 찍고 그 자릴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쉽구로... 고운 가을날 다시 올 수 있을까?
한계령을 넘어 또 구불구불한 설악산을 타고 도는 도로를 달리며 정말정말 반할수 밖에 없는 설악산의 여러 풍경들을
쉴 새 없이 눈과 가슴과 머리에 담으며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나와는 달리 막내 동생은 어느새 자불고 있었다.
'즈질 체력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구만'
머리가 무거워 들고 있기 힘들었지만 언제 또 올까 싶으니 그냥 두 눈으로 샤터를 열심히 눌렀다.
바쁘게 셔터 눌러대는 사람과 더 바쁘게 달려서 드디어 그 곳에 도착
남자의 자격에 나와서 얼추 여러가지 풍경을 보기는 했지만 그 예전엔 한번 가기도 힘들었던 그 곳 백담사에 왔다.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걸어서는 가기 힘들고 준비 된 버스를 이용해서 가야 한단다
편도 2,000원
백담사 들어가는 버스가 10번 넘버까지 붙어서 주차장에 꽉 차 있었다.
"오메 버스비 쫌 하네 2,000원이문"
"작년엔 1,000원 했던 것 같은데"
"지름값이 올라서 그런나? 걸어서 가면 시간이 마이 걸리나?"
"하이고 걸어서 몬간다 시간도 걸리고 험하다"
재작년 다녀온 동생의 만류로 걷기는 포기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걸어서 갔더라면 큰일날 뻔 했지 않았나..
완전 꼬불꼬불하고 오르락내리락 버스로 20여분 걸렸나
운전 잘하는 기사님 덕분에 멋진 비오는 풍경 구경하면서 편하게 잘 오긴 했다
2,000원이 비싼 것이 아니더만.
월정사에서 너무 실망을 해서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긴 다리를 건넜다.
비는 갈수록 거칠게 뿌리고 봉정암이 어드메쯤 인가 찾아 보는 눈길은 바쁘기만 한데 안으로 이끄는 절 집의 기운
설악산 깊은 곳에 자리한 '백담사'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 절을 세워서 백담사란다.
디카가 영 이상하다. 용량을 키워 찍으니 사진에 빛이 넘 들어가신다 사진 다 베맀다 ㅠㅠ
우산을 들고 넓은 절 집 마당을 아주 쓸고 다녔다
분위기도 좋고 기운도 좋고 기분도 좋고...
올라오는 계곡은 좁지리 하더만 백담사 근처 계곡은 어디 하류쪽 계곡마냥 넓디 넓은데 작은 돌 탑을 이리도 많이
쌓아서 밋밋한 계곡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물론 동생들은 화보를 찍느라 야단법석
"야~ 가자!"
일정이 널널한 것이 아니므로 다시 출발.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김해서 온 한무리의 일행을 만났다
오세암 봉정암에서 2박을 하고 새벽에 내려와 우리랑 같은 버스를 탔다.
나이들이 다들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봉정암까지 6시간을 올라 다녀오셨단다.
"하이고 멀리서 오셨네요 우리도 창원에서 호호호"
같은 지역사람이라 참으로 반가웠다
그래서 외국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했구나
서로간에 지역말 섞어가며 아주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그분들은 단체 버스를 타고 김해로 가셨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 통일전망대로 긴 거리를 달려야만 했다.
다리가 모이고 모여서 지겨워질라 할 때 중학교때 왔던 그 통일전망대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때도 별다른 감회는 없었지만 창원에서 얼마나 먼 거리인지 혀가 빠질 지경이였다.
입장료 각 2,000원
중학교 때 보았던 그 소금강과 선녀와 나무꾼 저수지를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땐 감히 저 너머로 갈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얼마전까지 금강산 관광을 다녔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그런가 기억속 그 곳과 딱 맞아 떨어지네.
이곳에 처음 온 막내동생은 왜 오자고 했을까?
이리 먼 곳을...
점심도 먹을 겸 속초 아바이 마을에 도착
늦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완전 북적였다.
1박2일 때문인가 배를 타는 사람들도 주변은 서성이는 관광객도 깜짝 놀랄만큼 많았다.
"이곳이 그리 유명한가?"
1박2일에 나온 그 생선구이 집은 휴가 간다고 문이 닫혔고 배는 탈 생각이 없어 그나마 외관이 깨끗한 생선구이 집으로 들어갔다.
가격이 좀 쎄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참말로 기가 꽉 막히는 일이..
밥과 반찬이 먼저 나오고 배가 쪼르륵 골아 떨어질 지경에 초벌로 구운 생선이 나왔다.
1인분에 11,000원 짜리 밥 상치고는 넘 비싸다며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와 이리 비싸 생선 이기 다야? 맛이 있는갑다 어서 꾸버라"
약하기 그지 없는 번개탄 불(숯불도 아니고) 초벌이라지만 죄다 냉동 수입생선이여서 다 익혀서 먹어야 했다
미리 밥은 반쯤 속으로 들어갔고 그나마 빨리 익은 가자미 를 먹었는데 아~ 이건 아니여 증~~말 아니여
1박2일 너거들 그라면 안된다! 이 퍽퍽함을 어찌 보상할껴!
생선보태기 창원여자들 4명 생선구이 다 먹지도 못하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우리만 그런가 해서 보니 들어온 테이블 거의다 생선은 다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고 있었다.
자갈치 시장 생선구이가 훨 낫네
우리 동네 못대가 더 맛나네
그래서 지역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거 먹으러 왔냐고 놀라기까지 했구나...싶었다.
온 몸에 비린내 칠갑을 하고 투덜거리며 다시는 오지 않을 곳으로 점을 찍고 말았다
"겨울연가 때문에 봐주려고 했는데 ...힝"
속초에 대한 나쁜 한가지 기억을 심고 가는구나..
다시 7번 고속국도를 타고 철때반죽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면 우리의 SM5는 잘도 달린다
앞이 안보일지경으로 비는 내리고 반가운 경남 넘버를 단 승용차 한대를 스쳐지나니 노부부가 위험 빗길을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비껴간다
"이 빗속에 단디 운전해얄낀다 그래도 보기는 좋다 노부부가 여행 다니고"
다들 부러워하며 뒤에 쳐지 하얀 경남 넘버를 단 승용차를 한참이나 보았다.
"비가 와이리 온댜 집에 전화 넣어봐라 비오는가"
혼자 있을 우리 신여사님께 전화를 하니 마산은 줄창 비가 내린단다
이거뭐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어쩌나...
조불고 있는 막내 동생을 깨웠다
비는 여전히 날리고 있었지만 정동진 정동진 노래를 불렀던 막내니까 퍼뜩 눈을 떠야지.
좋아라하면서 잠을 깬 동생
"얌마 니는 밤에 약까지 먹고 잤으면서 이리 자불면 어케?"
"이리 안자문 피곤해서 체력이 안되 ㅎㅎ 좀"
비는 칠칠 내리쌓고 서늘한 날씨는 반바지 입은 것을 조금 후회를 하게 만들었지만 10년 전에 청량리에서 밤기차를 타고
왔던 그 정동진의 차가운 겨울을 떠올리기 위해서 발걸음 재촉해야만 했다.
입장료 500원을 주고 들어간 철로변
이것도 관광상품이구나..
유난히 젊은 청춘들이 북적이는 것이 참으로 보기가 좋구나.
젊은 청년 4명이 여행은 온 팀에 사진 한장 찍어주고 우리도 찍어 달랬다 비가 눈을 가려서 어서 찍어달라 앙앙거리니
전부 우스워서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역시 젊다는 건 좋은 것이야 기운이 펄펄 넘치는 것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기차가 오기전 동생이랑 장난도 좀 치고 20대가 울고갈 만큼 신나게 웃어 제꼈던 곳이 정동진이다.
저 때 처럼 항상 즐겁게 웃고 싶다 편하게 걱정없이 명랑하게 하하하 깔깔까 오메오메 히히히 등등등..
적당히 비도 맞고 적당히 몸도 풀리고 다시 출발
어디로?
추암 촛대바위로..
궂은 하늘 날리다 말다 반복하는 빗방울
그러나 우리의 휴가는 계속 된다 오바!!
가는 곳마다 늦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많았고 한적하게 즐기려 했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같이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나쁘지는 않았다.
10대들 마냥 이곳에서도 우리들의 개구쟁이 행각은 계속 되었고 웃음은 바다를 건너 저 멀리까지 퍼지고 또 퍼지고.
갖가지 행동으로 얄궂은 말로 그냥 까르르 돌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는 사춘기 학생시절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동해물과~~
의도된 포즈로 찍고 의도하지 않은 포즈를 찍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난 홀가분함은 속 깊은 곳의 찌꺼기를 그냥 다 토해내게 만들었다.
휴가 둘째날도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그 여운은 두번째 숙박지 삼척온천관광호텔에 가서 완전 빵 터지고 말았다.
너무 좋은 시설에 저렴하기까지 한 그 곳은 완전 짱이였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숙박지 1순위로 찍은 삼척온천관광호텔앞에서
음력 7월4일 생일인 막내의 생일 축하를 호텔에서 저렴하게 했다
삼척시내까지 나가서 사온 케잌과 곤드레 막걸리 소주 안주로 ㅡ.ㅡ;;;;
여행지에서 생일을 맞은 동생은 그래도 좋았던 모양일세
막걸리를 막 쏟고 하는 걸 보니 ..
막걸리 한잔에 좋아하는 드라마는 커녕 그냥 널부러져 자고 말았던 둘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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