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남설악의 단풍은 바스락거리면 말라버린 골짝에 차곡차곡 쌓인다.

하늘위땅 2012. 10. 13. 11:30

지난 여름 휴가의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았던 모양이다.

가을 단풍이 들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강했다.


문득 설악산의 단풍이 이러이러하겠다는 기상에 혹 가버렸다.

결코 당일치기로(운전을 해서 간다면 몰라도 언감생심 ) 다녀올 수 없는 곳을 머릴 굴려 갔다 올 계획을 세우자 마자

바로 실행에 후딱 옮겼다.

맘 바뀌면 생각만 하다 말 것 임을 아니까 .


일과를(아들녀석 말하는 스타일인데) 마치고 심야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이동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쪽잠을 자고 첫 버스로 한계령으로 가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다.


심야버스를 전세 낸 것처럼 널부러져 4시간을 자고 덜 깬 눈으로 일어나 근처 찜질방에서 모여

다시 3시간 정도 구석에 박혀 각자의 스타일로 쪽잠 후 첫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




2012년 10월 11일 8시경 한계령 휴게소의 하루 시작.



버스터미널은 평일임에도 설악산을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

단풍철이라 그런 모양이다.

울 지리산에도 이런가?





당일치기 산행 혹은 종주산행 혹은 1박 산행 등 다들 설악산에서 보내는 시간은 각각이겠지만 맘은 같았을 것이다

들뜬 마음 설레는 마음 기대하는 마음 일상을 벗어난다는 즐거움이 쌀쌀한 새벽 터미널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를 보이는 등산객들이다.

40 중반은 막내 수준 으이쿠야 대단한 노익장들이시다.

난 완전 초딩수준으로 보였다.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한계령

우리가 가려는 곳은 이곳에서 (미리 조사한 바로는 2~30여분 도보)  조금 더 내려간 곳에 있는 흘림골

대부분 등산객들은 대청봉 찍으러 가려고 위로 오르는 사람들

우리 일행은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우리가 가야할 곳을 굽어보니 그림이다 .

산봉우리 저것은 점봉산인가 설악산 자락인가?




저 구불구불한 도로를 걸어 내려가야 하는 것이겠지.

2~30분쯤이야.

따박따박 걷자니 손이 시리다.

우째 이런..

장갑을 끼니 괜찮아진다.

씽씽 지나가는 차들

세우고 싶었다.

그러나 2~30분이라니 걷자..


아스팔트길 정말 발 아프다.

바람도 차고

그럼에도 머리에는 땀이 차기 시작했다

(모자를 안 쓸걸 그랬나..)


2~30분이 아니다.

흘림교 1,2,3,4,5 까지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걷고서야 알았다.

1,2 만 건너면 된다는 정보는 뭐야 그럼!!


1시간을 걸었다.

내리막이라지만 아스팔트 길은 다리에 무리가 넘 많이 간다

힘 다 빼고 다리도 풀리고 말았다.





흘림골 입구에 도착을 하니 차량이 빡빡하다

관광버스는 연신 사람들을 내려놓고 가는데...

아뿔싸 처음부터 오르막 계단이 아닌가?


"이거이거 우리 정보가 잘못된 것 같은데 ..."


맞다..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고 1시간 아스팔트 도보로 잔뜩 힘을 잃은 두 다리는 계단앞에서 여측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10여분 계단을 오르고 힘들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름 산에는 다녀본 사람들이 왜 이러실까?


멀리서 온 두 사람은 그 먼거리를 마다않고 왔기에 칭얼거림은 허용할 수 없다 싶어 이 앙다물고 한걸음 한계단

차곡차곡 열심이 밟아주기 시작했다.


화려한 단풍의 길마중도 없고

버쩍 마른 나무의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아주 서글펐다.

계단을 끝이 없을 것 같이 돌계단과 번갈아 가며 나타났다.





우리는 이제 죽었다 복창하고 힘을 내어 오른다.





쎄한 바람 손은 차가워지고 머리는 뜨거워지니 모자를 쓴 머리는 어느새 땀 범벅이다.


"왜 머리에만 땀이 이리 많이 나는거야"


하늘 빛은 또 왜 저리 곱나 하는 순간 시커먼 먹구름이 심술을 부린다

고은 하늘빛도 사라지고 걸음은 하염없이 무거워진다.





단풍이 얼룩덜룩 이쁘지 않다

다 들기도 전에 말라버리는 낙엽들.

전체적으로 고운 빛깔이 나지 않았다.


기대감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숨이 턱에 찰 만큼 계단을 오르니 잠시 쉬어가라고 이상한 폭포앞에 다다랗다.

나이 드신 어느 여자분


"망측해서 이 폭포 사진은 안찍는다"


돌아보니 그렇네

여심폭포 란다


망측하게도 생겼다.

남정네들은 웃음이 넘친다.


얼떨결에 찍었다 사진을..음...여심폭포라..

맞은편 풍경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며


"단풍이 왜 이리 별로이고.."


괜히 단풍 색 이쁘지 않다 타박을 해 본다.






바위와 소나무 그 사이사이 울긋불긋 단풍이 박혔다.

두 눈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그림인데 사진은 영 아니올시다 구나.




헉헉거리며 오른 등선대 

전망이 확 트인 것이 속이 후련하다

멀리 한계령 휴게소도 보이고 저 멀리 대청봉이 보일락말락하는데 구름이 가리고 마는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는 것 조차 힘들었다.

등선대 멋진 자세로 사진도 못 찍었다 아쉽게도.






등선대 고개에서 내려갈 길을 보니 단풍 속 데크계단이 쭉 이어졌다.

위에서 보니 참으로 아름답다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 그리고 사람단풍까지 완벽하게 맞춤이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까지 바위와 바위사이를 오고간다

왁자한 가을 주전골이 깊어간다.





설악산

악자 들어간 산은 험하고 바위가 많다더만 맞는 말이네

죄다 암벽바위로 이루어진 듯.


경주 남산도 이 비슷한 분위기고

남해 금산도 이렇지 않은가



만지면 바스라지는 단풍들이 아쉽다.

마냥.





한없이 이어진 내려가는 계단길

다리가 아프다.





색 고운 단풍 나무아래엔 사람들이 서로 사진을 찍겠다 북새통이니그냥 지나칠수 밖에 없고.







단풍 구경은 아랑곳 없는 이들은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흐려진 하늘에선 빗방울 한방울 떨어지는데 비가 올 건가?





바짝 마른 골짜기는 마른 바닥만 내 보이고 있다.

물없는 계곡이 안타깝고 아프다






계곡 비탈을 타고 이어진 테크길이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위태롭다고 해야하나 놀랍다고 해야하나.





십이선녀폭포가 구비구비 돌아치고 흐른다

사람들도 단풍이 되어 구비구비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끝없이.





사람단풍이 색 없는 자리의 단풍이 된다.





사람이 곧 단풍이 되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주전골의 단풍.





물이 들지 않은 나무 아래 땅위의 사람단풍 구경도 만만찮은 볼거리.

계곡으로 떨어진(?) 사람단풍까지...








왠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지.

평일 낮에 말이다.


다들 단풍구경하러 나온 것 같다.

시주를 받으러 선 스님의 옷도 마른 낙엽색이다.


똑똑똑! 관세음보살


천원한잔 바로 시주통으로 빨려 들어간다

온화한 눈빛을 바로 보내주시는 스님.

그 눈빛마저도 단풍이 되어 바스라진다.


물속의 바위도 물들고

길위의 사람들도 단풍이고

설악의 가을이다.


저~ 아래 주차장엔 또 다른 단풍이 있으니 확인을 하시라 ^^




단풍구경에도 저런 차림새가 필요하다?





아주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도 단풍이 점점 박혀서 가을을 묵히고 있다.




약수터에는 얼씬도 못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색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설악산.

덜 곱게 물 들었다.

사나흘 쯤 지나면 이쁜 색으로 물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