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카멜리아 힐을 가다

늦은 오후가 되니 바람이 싸~ 아 하니 아주 찹찹하게 불어주시니 떨어진 노랑은행잎이 황금마냥 거리에 날립니다.

아침나절 노인 일자리 창출에 동원된 어르신들이 한차례 싹 쓸고 갔음에도 금방 떨어진 은행잎들이 많습니다.

바람에 따라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작년에는 노랑 은행잎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두어 참으로 가을이 보기는 좋았는데 그 은행잎들이 하수구를 막아

비오는 날 하수구가 넘쳐 난리버꾸장이 났지요.

보기 좋은 건 잠시이고 불편하고 괴로운 건 오래가네요.

그래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조금은 즐겨줘야합니다.

동네 작은 공원에도 노랑 은행잎이 황금빛을 띄며 깔렸네요

저짝 벤치에는 아저씨들 술판이 벌어 졌길래 슬쩍 피해서 찍었답니다.

이 가을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오후 4시 즈음인데 벌써 해가 걸리기 시작하네요

스산한 바람이 운동장 주변을 마구 헤집고 있습니다

어~ 춰

찌뿌둥한 온 몸을 좀 풀어줄 겸 운동장 댓바퀴 돌아볼까하고 나선길인데 손도 시렵고

볼따구도 시렵습니다.

다이노스 잠바를 입은 직원이 추운 바람을 맞으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길래 손 흔들어 아는척을 했는데

알아묵었을까요?

아~ 해가 넘어가는 이 시간 참으로 싫습니다.

외롭고 슬프고 쓸쓸하고 막 이런 감정들이 다투어 올라오네요

국궁장 앞 풀들도 이젠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탈색되고 말라가고 있습니다.

어이쿠.. 드디어 마산의 카멜리아 힐 입니다.

봄이면 커다란 벚꽃나무가 이 언덕을 채우더니

겨울 초봄까진 이 동백들이 초록과 분홍 빨간 꽃으로 채우네요

조롱조롱 달리기 시작한 꽃봉우리들이 정신없습니다.

꽃 색이 슬쩍 보이는 봉우리들이 제법 보입니다.

터질 듯 말 듯 속으로 채우고 있네요

어이쿠!

이른 꽃을 피운 나무도 두어그루 있네요

조생 동백일까요?

바람에 위태하게 꽃잎이 날리네요

마산의 카멜리아 힐도 생각보다 걸을만 합니다

가까이 있으니 생각나면 올라오지만 겨우 이깟 경사길에 땀을 빼고 마네요

바람이 찬데 땀까지 흘렸으니 어서 내려가야할 듯.

늦은 오후가 이렇게 저물고 있네요

동백이 만개할 때 쯤 다시한번 걸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