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바람따라 가버린 가을- 마산종합운동장 근처

하늘위땅 2012. 11. 20. 17:00


급 기온 하락

영하는 아니지만 겨울을 확실히 느끼게 하는 날이다.

빨리 물들어 버린 은행나무의 잎들은 다 떨어지고 말았지만 가리느까서 물들기 시작한 은행잎들은 노랑색을 띄자마자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버린다.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수놓을 무렵에

                              - 용혜원 -

 

 

거리마저 고독해 보이는 가을 오후

노란 은행잎들이 거리를 수놓을 무렵에

차를 몰고 가을 거리를 멋지게 달리노라면

춤추듯 차창에 부딪치는 은행잎들처럼

가을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새겨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차 안에 음악을 잔잔히 틀어놓으면

가을의 서정은 더욱 깊어지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을 차도를 달리노라면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사랑하는 이를 품에 꼭 안은 듯

포근한 사랑이 가슴에 다가올 것입니다


바람결에 날리는 은행잎들이

흐르는 음악을 따라 춤추는 듯하고

석양이 물드는 해변가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면

그 붉은 아름다움이 가슴까지 불질러 놓기에

사랑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을날 오후 낙엽이 지는 거리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멋지게 차를 몰고 간다면

그 멋진 사랑의 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을 오후 그 빛이 황홀하도록 아름답기에

연인들의 가슴에까지 붉게 물들어버립니다





가게 문을 여니 길위에 떨어진 은행잎이 황금빛이다.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시가 자꾸 떠오른다.


시를 멀리하고 산지가 언젠적인지 기억도 없다.

말라버린 감성

무얼 채우고 살았나 싶다.







햇빛마저도 겨울느낌이다

파란 하늘도 차갑게 느껴지고 그 아래 파르르 떨고 있는 나뭇잎들이 안타깝다.




가을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을풍경은 이리 아름답구나

그 길을 걷는 저 여인은 어떤 눈으로 이 거리를 보고 있을까?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누비자(창원공용자전거)를 타고 오는 저 여인이 새삼 부럽다

은행잎 사사삭 밟으며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아이쿠 중년의 아주머니 아닌가?

이 나이 되도록 자전거 못타는 사람은 뭐냐고요!




낙엽 - 공재동

 

가을

나무들

엽서를 쓴다


나뭇가지

하늘에 푹 담갔다가

파란 물감을

찍어내어


나무들

우수수

엽서를 날린다


아무도 없는

빈 뜨락에


나무들이

보내는

가을의 엽서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맘이 참으로 차분해지고 눌려졌던 자잘한 감정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사는 것이 왜이리 팍팍한가?


음악을 듣고 가을을 이야기하고

시를 읽으며 사춘기를 떠올리면 몽롱한 표정을 짓고

날리는 단풍잎을 보면서 뜨거운 그 무언가를 느껴본 적이 있었나 가물가물하다.


테레비에 눈을 박고

세상사 시끄러운 잡음에 귀를 내맡기고 살았나 보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고 시를 읽다.

오 릴케여!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에다는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요.


마지막 과실(果實)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했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고독하게 살면서

밤새워,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