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우리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마산의 골목 ]흑백의 기억이 칼라로 돌아올 때- 자산동 골목 탐방

하늘위땅 2012. 11. 30. 12:00

잘 지어진 반딱반딱 줄이 잘 선 도시에서 왠지 지저분하지만 마음이 가는 골목을 만나면 한결같이 몽롱한 눈빛으로 변하게 됩니다.

어릴적 추억이 있는 사람도, 골목에서의 추억이 없는 사람도 똑같이 말입니다. 이상하지요?


서울토박이인 어떤 분도 오래전 모습 그대로 남은 골목길로 가면 순식간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라 하시더군요.


"골목에서 산 기억도 없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릴적부터 아파트 생활을 해서 전혀 쌓인 것도 없는데 이상하네요"


"테레비에서 보여주는 6,7,80년대 생활속 배경이 골목이 많고 골목하면 추억 그리고 어릴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서

그럴까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그런 어릴적 추억을 갖고 싶은 어떤 것이 기억을 동일시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럴까요?


마산에도 긴 골목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도로가 반듯하게 동네를 잘라 먹고 자리를 하고 있어서 짧게 남아 있는 있네요.


어릴적 내 살던 동네는 아니지만 골목을 다 비슷합니다.

지난 여름 끝자락 우연히 걷다 찾아본 자산동 일대의 남아 있는 골목입니다.


이곳도 점차 사라질테니 어서 눈으로 맘으로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산복도로에서 버스를 내려 아래쪽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어느날 쯤 되겠군요

후덥지근....덥기는 했던 것 같은데..


낡은 스레트지붕이 골목이였던 흔적을 말해주네요

지금은 빵 잘 뚫긴 도로가 되었네요





와우~ 여기서 보이는 마산이 꽤나 좋은 그림이 되는군요

전망이 좋다라고 표현을 해야할까요?


마산은 평평한 땅이 별로 없는 곳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도로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경사지에 자리한 집들이 많아 개발도 잘 안되는 곳 그래서 골목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아직은 꽤 됩니다.

긴 계단이 비탈진 곳임을 알게 해줍니다.






경사지 절개면과 계단이 그림같다고 하면 욕먹겠지요.

저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힘든 기억일텐데.


마산 토박이라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습니다.

이곳도 생전 처음입니다.

마산에도 이런곳이 이럼서 혼자 신기해합니다.

파란 슬레트 지붕도 낯선 풍경같네요




너무 부지런한 우리 동네 어르신들 .

흙이 보이는 곳은 죄다 텃밭입니다.

푸성귀들이 뜨거운 9월의 햇빛을 먹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한쪽은 벽돌벽이 드러나 보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볼 수가 있네요.


어릴적 분필이나 잘 물러지는 돌로 벽에다 낙서를 하던 곳 같습니다.







테레비 드라마에선 곤궁한 살림의 표현으로 이런 빨래줄을 보여줍니다.

나란히 집게 집혀 널린 수건이 우중중하니 페인트 칠위로 앉은 곰팡이와 함께 팍팍한 삶을 느끼게 합니다.


뽀얗게 삶아서 널면 폭삭하니 좋은 냄새가 나는데..





옥상에 널린 빨래줄을 보다보니 좁은 골목으로 바로 쓩 빨려 들어갑니다.

막다른 길은 아니겠지요.


황금색 칠을 한 대문 집 위에 호박잎이 무성합니다

호박이 많이 달렸을까요?

개가 짖어서 딜다보지를 못했네요





적벽돌로 세월의 흔적을 숨긴 담벼락과 이끼랑 곰팡이가 그대로인 담벼락

시멘트 날려 붙임한 벽에 닿으면 손이고 팔이고 상처가 나는데..보기 좋으라고 날려붙임을 한것이겠지요







좁고 작은 골목으로 난 창..

저 창이 어릴적엔 로망이였는데..

창이 있는 작은 방을 가지는 것이 궁핍한 살림살이를 하는 우리집에선 꿈도 못 꿀 것이였거든요

벗겨진 담벼락 페인트 칠 마냥 생각할 수 조차 없었던 희망사항.

벗겨지고 싶지 않았겠지만 저렴하게 벽을 단장하려니 얼마지나지 않아 칠은 벗겨지고 벽은 얼룩덜룩 엉망이 될 겁니다.





부지런한 어느 집주인은 문 앞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단장을 하기도 합니다.

저 낡은 의자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물건일까요 장식용일까요?






능소화가 넘어온  길

떨어진 꽃 잎

전 이 곳이 너무 싫습니다...


그냥





넓어진 길 위에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아스팔트 깔린 길을 걷는 아이들에겐 골목이 더 없이 좋은텐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검은 아스팔트 깔린 길 위에 데구르르 굴러다니네요.


"사진 찍어 주께 돌아봐"


말도 잘 듣네요..






깔깔거리며 돌아보는 아이들

뭐 대단한 사진은 아니고 그냥 너희들이 이뻐서 말이지...







전깃줄 얽히고 설킨 골목의 하늘 아래 굴뚝과 긴 창이 저 방에는 누가 살까 하는 씨잘데기 없는 호기심을 불러오네요


테레비에서 본 드라마가 자꾸 오버랩 되니..

저 창으로 많은 맬로가 나왔고

이별이 나왔으며

원망도 나왔고

그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리고...추억이 나옵니다.





골목을 벗어나오니 큰 길에 난전이 앞을 가로 막습니다.

이 난전의 주인 할머니도 골목안에서 살고 계실까요?


뭔가 손질하시는 할머니 손길이 바쁩니다.

퇴근 무렵 닥칠 손님 맞이에 손이 안보일지경입니다.


이 물건들을 다 팔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파란 하늘은 가을을 예고하고 그 아래 빨래줄은 비도 오지 않는데 텅~ 비었네요

빨래집게만 햇빛에 녹록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났고

겨울초입에 왔습니다.


저 빨래줄은 지금도 그대로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