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아름다운 내나라 여행

남해바래길 섬노래길 송정에서 미조항까지 겨울을 가르며 걷다

하늘위땅 2013. 3. 2. 15:00


작년 11월 남해 바래길 소풍 축제때 앵강다숲길을 걷고는 긴 겨울을 움츠리면서 보냈습니다.

그동안 간간히 우리나라 국보 건축물을 하나씩 찾아보러 다니기도 하고 우리동네 골목길 탐방도 다녔답니다.

그럼에도 추워서 걷기를 시작하기에는 마음이 움직이기 않아서 집구석에만 맴맴 돌았나 봅니다.


바람속에 봄이 묻어 오는 듯 합니다.

테레비에서 봄이 왔다 꽃도 보여주네요

동네 길가 동백이 꽃망울을 톡톡 올려 놓고 있네요


맘이 들썩입니다. 그럼 걸어야지요 걷는 겁니다.

한 석달 뭉개고 있었더니 몸도 무겁고 저울도 휙 돌아가고 상태도 영 메롱입니다.

약도 효과가 없고 휴식도 그다지 좋은 약발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걸으러 가야합니다.

그게 약입니다.

저에겐.


내 할 일은 다하고 다니므로 오해와 억측은 하지 마시길 ^^


자 남해 바래길로 들어가 보입시더.





마산에서 남해행 두번째 버스를 타고 도착을 하니 아뿔싸 연계될 버스 시간이랑 어긋납니다.

근 한시간을 기다린 뒤 미조 종점 버스를 탑니다.

목적지는 송정해수욕장입니다.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여분이 걸려서 추억의 그 곳 송정해수욕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2박3일 수련회를 갔었던 곳이 송정해수욕장이였고 그때 바닷가에 접한 작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단체로 짐을 풀고 잤지요. 낮에는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애 첫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을 즐겼던 곳이라 평생 잊을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그리 곱던 백사장이 왜 이리 좁아지고 모래도 거칠어 진 것인지.


남해바래길 섬노래길은 천하몽돌마을에서 시작을 합니다.

일전에 송정까지 걸었던 관계로 송정에서 시작합니다.

(시간도 빡빡하여 빡씨게 걸어야 할 판입니다)






송정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오니 곧 이런 오르막 포장길이 기다립니다.

한동안 이런 길을 걸어야합니다.


조금 더운 날은 걷기가 아주 힘들겠습니다.

어느 분은 즈질 형편없는 길이라고 혹평을 했지만 살랑살앙 봄바람을 느끼며 바다를 보며 걸으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누가 저렇게 야자수를 심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었는데 멋집니다.

맑은 바다물과 잘 어울려 어느 휴양지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저 멀리 금산 보리암이 살폿 보입니다.

다소 볕이 따숩습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등으로 땀이 살짝 나는 것 같습니다.






섬노래길 답게 다가올 듯 말 듯 떠 있는 작은 섬들이 그림같습니다.

멀어지는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입니다.





헉! 헉! 헉~~


각도가 좀 되는 오르막이라니...

딱딱한 길은 시러라..


하긴 아무리 둘러봐도 흙길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으니 이런길이라도 얼마나 고마운지.






큰길을 버리고 작은 숲길로 살짝 들어갑니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요?





일몰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설리 전망대가 나옵니다.

흙길을 올라 보는 바다의 풍경에 마음 푹 놓입니다.


일몰 보러 꼭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보이는 섬들도 이름이 있을겁니다

떼섬, 사도,애도, 저멀리는 조도 , 호도라고 알려주네요





전망대를 지나니 작은 설리 해수욕장이 앙증맞게 나타납니다.

작은 마음과 작은 바다가 참 이쁩니다.





조용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을땐 이곳이 좋을 것 같네요.

꽃피는 봄 날이나 가을에도 잠시 쉬러 오기 좋을 것 같은 설리해수욕장입니다.






황토 밭엔 마늘이 제법 많이 자랐습니다

해풍을 맞고 무럭무럭 자라는 마늘의 초록이 싱그럽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니 더 아름답지 않나요.






설리 마을을 지나오니 길 가에 쑥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쑥이 벌써 나왔구나...쑥쑥

쑥 캐러 와도 좋겠다 싶습니다.




설리를 지나오는 것이 내심 아쉽습니다.

좀 더 노닥거릴수 도 있는데 오후에 잡힌 약속 때문에 걸음에 발통을 달아야 할 판입니다.


아! 이렇게 걸으면 안되는데..





파란 하늘 실구름이 찌그런지 제 맘 같습니다.

느리게 걸어야 제대로 느끼고 정화를 할텐데 쫓기듯 걷다니!







도시가 아니라 한시간에 한대꼴로 다니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여유를 가지고 걸어야 합니다.

안그럼 걷지 않는 것만 못하고 피곤하기만 하면서 본 것도 없는 것 같고 좋지 않는 기억만 남기게 됩니다.


괜히 후회를 하면서 터벅 터벅 걷다 만난 새로운 펜션입니다.

한창 리모델링 중인 듯 어수선합니다.

그런데 참 이쁩니다.

큰 도로변에 있어 접근도 쉽고 바다를 품은 듯 자리를 한 것이 아름답습니다.


슬쩍 들어가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조용하니 이곳에서 쉬면 좋겠다 싶습니다.




저 만치 설리해수욕장이 보입니다.

테라스 전망이 아주 끝내줍니다.


바다인가 호수인가.


갈길이 바쁜 사람은 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해바라기 하는 어르신들이 또각또각 걷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면 뭔가 묻고 싶어하는데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걷습니다.

오후1시 미조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면 느적거릴수가 없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일정을 잡지 않으리.





드디어 버스출발 시간 5분전 미조항에 도착을 합니다.

미조항도 두루 둘러보고 싶었지만 버스를 놓치면 다른 일정도 엉망이 되어서 슬쩍 훝어보고 바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걸어주겠다 약속을 합니다.


멋없다 재미없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천천히 일행들과 나란히 걸으며 바다풍경에 풍덩 빠지고 시원한 전망대에서 일몰을 상상하며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곰곰 살펴보면서 걷는 다면 내 발바닥에 닫는 느낌이 딱딱하지 만은 않을겁니다.


길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내가 걸은 길이 다르고

네가 걸은 길이 다릅니다.

다르게 느껴야만 정상입니다.


그러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편하게 걸을수도 있고 불편하게 걸을수도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제 생각하기 나름으로 힐링. 치유, 기운충전, 화해, 기쁨이 될수도 있습니다.


남해바래길 제4코스 섬노래길을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고 걸었던 2월 어느날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