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3의 활동/야금야금 제주여행

[제주 걷기여행] 제주 아흔아홉골과 석굴암 숲길과 천왕사

하늘위땅 2015. 3. 5. 22:47




어승생악 북동쪽의 골짜기 

능선이 복잡하게 얽힌 아흔아홉골을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혼자 다녀오려고

벼르고 있던 곳인데

동생들이 제주여행을 와서

함께 가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함께 놀아야 재미가 있다 그쟈"


제주에서 오름투어 가이드를 하는

김도완씨와 함께 했다

(http://blog.naver.com/sinabro3114/220152521930)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구름이 잔뜩 낀 날

어깨를 펴지도 못하고

아흔아홉골로 향했다


"날씨가 와 일노 아따 춥다"






1100도로 충혼묘지 푯말을 따라

들어오니

싱그런 삼나무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와우 멋지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입구에 차를 두고 걸어오면 더 좋아요"


인적이 드물어서

걸어서 사부작 오르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왠지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오르기 시작했다


싸~아 한 공기가

사정없이 얼굴에 들러 붙고

온 몸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제주도가 따숩다고 누가 말했노"


간혹 날리는 눈발이

더 춥게 느껴졌다







날이 좋으면 

멀리 제주시가 훤하게 보인다고 했다


희뿌옇게 제주시가

보일듯 말듯 다가왔다.






낯설지 않은 듯한 숲길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 길은 제주 길이 아닌 듯하다 아이가"



꽁꽁 얼어 붙은 숲길은

위태위태하여

밧줄을 잡고

유격하듯 엉거주춤

내려가고 올라와야 했다


"완전 유격훈련이네 히히히"






응달이라 그런가

꽁꽁 얼어 녹지 않은 석굴암에 도착을 해버렸다


"여기가 그렇게 기도빨이 잘 듣는단다"


"머 기도할낀데"


"글씨"






깊은 골 속에 쏙 숨은 듯 자리한 석굴암이다


굴 입구는 얼어붙어 미끄러워

오르내리는데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활활 타고 있어

안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단정하게

맘속 소원을 빌었다


"기도빨 쌔다 하니 ㅋㅋ"











어찌나 미끄러운지

까딱했으면

클날뻔 했음 둥




"으악!!"





석굴암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고

다시 미끄러운 길을 따라

충혼묘지 주차장까지 내려와

천왕사로 향했다







약간은 신식의 대웅전이 

적지 않은 규모로 서 있었다


의아한 건 커다란 남근바위였다


절 집에 남근바위라니..


이유가 있겠지





대웅전 뒤로 용바위가 장엄하다



날씨가 너어무 쌀쌀하고 추워서

우리는 코 끄티와 양 볼때기가

시퍼렇게 얼어버렸다.


"하필 오늘 날씨가 왜 이려"


석굴암 가는 숲길을 걷고

기도하고 내려와

천왕사까지

넉넉하게 두어시간이 걸린 듯 했다


봄 날 사부작 걸으면 좋을 길로 찜!


..


진짜 제주는 이런 곳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