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긴 계절이면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집을 나와 꽤 짙은 어둠을 가르고 집으로 들어간다.
처음 얼마간은 이게 뭐냐 푸념도 나오고 다른일을 할까 망설일 정도로 자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느낌이 없다랄까?
내 일이라는 게 남들 보기엔 부러운 면만 보이는 모양이다.
"왕 부럽습니다. 자기 일을 한다는 건 대단하고 완전 부러운데."
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글쎄 부럽기만 할까?
달보고 집을 나와 별 보고 들어가는 완전 오래전 교과서에서나 본 새벽별보기 운동 같은 이 일이 과연 부러울까?
새벽에 몽롱한 상태로 집을 나서면 먼저 확 와 닿는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화들짝 들고
밤새 뻑뻑해진 차 엔진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여전히 나는 초보운전자)
조금 이른 출근을 서두르며 차 문을 여는데 이웃에 사시는 개인택시 기사아저씨 아는체를 하셨다
"참 사람사는기 뭔지. 이리 달보고 나와서 별보고 들어가는 우리 일이 참 그렇다 그지요?"
문득 캄캄한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앗!
나란히 뜬 별과 달이 오두마니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지 않은가 !!
그 모양새가 참 다정스럽고 이쁘기도 해서 내 눈에만 담아두기 아깝다 싶어 얼른 디카를 꺼집어 내어
조심스레 몇컷을 사정없이 찍어봤다.
아.뿔.씨...
저렴한 디카의 성능이라니..
야경 혹은 밤 촬영은 너무나 어려운 이 저렴한 디카가 저렇게 밖에 못 찍어낸다
(아니면 찍사의 실력부족 혹은 사용부족?)
얼마전 떨어뜨려서 거금 이만몇천원을 주고 수리까지 했더니 더 성능이 떨어진 듯하다(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동화가 어렴풋 떠오르고 그 잠시잠깐의 시간동안 초스피드로 추억여행을 했다.
별과 달이 된 오누이라던가?
'그 책을 어릴적 살던 동네 앞집 동생네에서 읽었었지. 그 아이집에는 동화책이 전집으로 책장에 꽂혔었고 그 책을 다 읽는 것이 소원이였는데..그 동생은 어디사나..'
"자 그럼 우리 새벽일하기 팀들 화이팅 하면서 일하러 갑시다 수고하이소!!"
택시기사님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하면서 미리 시동을 걸어 둔 마티즈에 쏙 들어가 앉았다.
'아~ 또 하루가 열리는 구나. 저 하늘의 별과 달 해는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을 저렇게 비추고 반짝이면서도
아무소리 않는데 뭐냐 이건 쯔쯔!!'
똑같은 일상을 맞을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이 오늘만 같기를 이라고 바라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행복에 겨워 씰데없은 생각한다! '라고 누군가 등짝을 때리는 것 같다.
에이 이참에 괜찮은 디카녀석 마련이나 해얄까부다.
저런 이쁜것들 잘 찍어내는 녀석으로 말이다.
그러고보니 마티즈 녀석도 목욕을 시켜야할때 같은데.....
마티즈야 미안하다.
곧 목욕 시원하게 시켜주마..
여전히 초보운전자 김여사 아니 오여사!!!
나도 이런 문구 달고 다닐까보다 ㅋㅋ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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