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아들녀석 고등학교 졸업식이였다.
아들은 오세요라고 말은 안했지만 아니 안와도 된다고 했지만 가봐야하지 않을까 잠깐 망설였다.
그래도 하나뿐인 아들의 학창시절 마지막 졸업식인데 가야하지 않나 싶어 우중충한 날씨를 원망하며 급하게 택시에 몸을 실었다.
울산에서 1학년때 전학을 와 추첨으로 창신고등학교가 당첨 되었고 적응을 못해 한동안 속을 태웠는데
다소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긋나지 않고 잘 적응을 하여 졸업을 하게 되니 그간의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들녀석이 내성적이며 덜 적극적인 성격인지라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
느긋하게 공부를 했던 울산의 고등학교와는 달리 빡빡하게 몰아치는 학교생활이 겁이 났던 건지 낯선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지 않아서
그랬는지 마음 고생을 지도 엄마도 많이 했었다.
그런 아들 졸업식에 안가면 더 미안할 것 같았기 때문에 마침 쉬는 날과 맞아 떨어져 참석을 하게 된 것이다.
중고등학교가 한 울타리에 있고 실내체육관을 같이 사용하는 지라 이른 오전 시간에 중학교 졸업식을 하고 11시경 고등학교 졸업식을 한단다.
딱 11시경 도착을 하니 내외귀빈들이 막 입장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미리 착석을 하고 있었고 일찍 온 학부모들도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울 아들이 어디있나 기웃기웃거리며 식장으로 들어갔다.
졸업장을 받는 순서인가보다.
졸업생 대표가 연단에 오르고 졸업생들이 일어선 걸 보니..
순간 포착 앗! 울 아들 발견..
줌으로 바짝 당겨 아들모습을 담아보려 노력했다.
두상이 제일 큰 녀석이면서 완전 장발로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내고 앉은 아들....
머리좀 깍고 가자고 그렇게 일렀건만...
졸업식은 지루한 인사말이 이어졌고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앉아 있으니 등쪽이 찹찹하니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괜시리 졸업식 안내장만 내려다 보며 빨리 좀 하시오를 연발했다.
꽤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을 했다.
오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싶었다.
아들에게 슬쩍 문자를 날렸다.
'오른쪽으로 보시오 아들!'
한참 후에 고개를 돌려 엄마를 찾는 아들이 포착되었다.
'다시 한번 보시오'
아들과 드디어 눈을 맞추고 브이를 날려보냈다.
피식 안도의 웃음을 보내는 아들녀석 저럴땐 꼭 아이같다.
다시 포착된 아들의 옆모습..
완전 아저씨 다..
30여분후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로 이동을 하는 아들들을 따라 교실까지 진입을 했다.
3-5반
아들의 교실이다.
전학수속할 때와 몇번의 서류 때문에 온 것 외에 교실까지 와 보긴 처음이다.
졸업장과 졸업앨범 그리고 개근상등을 받고 있는 아이들.
저 멀리 보이는 덩치 산만한 아들..역시나 아저씨 포스군..
교문앞에서 오글오글 모여서 아이들을 쳐다보는 학부모들..
학부모들의 요구로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는 아이들과 선생님..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학창시절 마지막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 법석이였다.
너무 비싸게 팔고 있어 준비도 안해간 꽃다발을 몇몇 아이들이 들고 있어 졸업식 분위기가 난다.
아이들아 고생했다.
선생님도 수고하셨어요..
대학에 진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재수를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다들 졸업후 걸어가는 길이 다를지라도 3년간의 학창시절의 추억은 잊지 말고 어렵고 힘들때
꺼집어 내보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다.
재수를 해야하는지 어쩌는지 여전히 고민중인 아들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면 좋겠구만..
우중충하던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했다.
아웃백에서 먹기로 했던 점심을 예약을 못한 관계로 밀려서 피자헛에서 간단하게 먹고 서둘러 귀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은 밤까지 계속 내렸고 기온운 뚝 떨어졌다.
아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오늘도 방바닥과 미팅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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