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을 준비를 한 건지 모릅니다(엄마가)
엿질금을 삭혀서 고아서 곱게 간 고추가루와 메주가루를 넣고 물엿과 매실청 소주와 소금으로 아주 정성들여 만든 고추장
짜지 않고 아주 잘 되었더만...
가게에서 먹으라고 유리병에 한병 가득 넣어 보내셨두만..
첫 고추장이라 떡볶이 해 먹자며 서두르는 동생이 왠지 불안했는데..
부산스럽게 주방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중에 근처 공원에 운동 가려고 캡을 찾아 쓰고 장갑을 끼고 막 주방을 나가려는 찰나
퍽! 파삭!
엥 이게 무신 소리?
급히 돌아보니 아뿔싸!!!!
엄마의 정성이 한순간 주방 바닥에 곤두박칠치고 있는 것이다.
"야! 어짤라고 또 단지 깨냐?"
"손이 미끄라바서 .."
"그거 뚜껑 지대로 안맞더만 뚜껑을 잡았제 우짜노 정말?"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고추장.
유리단지가 되서 저걸 어쩌나...
"이거 묵겠나?"
"유리 잘 골라내고 한번 담아보지 머 앗! 찔릿다"
동생이 깨진 유리조각을 살살 골라내는 과정에 뽀족한 유리에 손이 찔린 모양이다.
동생은 손 본다고 징징거리는데 난 아까운 고추장 주어 담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유리 살살 잘 골라내고 만져가며 먹을 수 있는 고추장만 다른 그릇에 담았다.
"흐미 아까버서 우짜노 정말 옴마가 알면 난리칠낀데 니는 저번에도 단지 뽀사더만 또 그라네"
"아인데 그땐 내가 안그랬다"
작년에도 새 고추장 단지를 한번 팍 뽀사버려 하나도 먹지도 못하고 슈퍼에서 산 고추장으로 일년을 먹었는데
지는 기억에도 멊단다...
"니가 그랬거던 이건 완전 소박감이다"
"고추장 단지 깼다고 소박당하긋나?"
"무신소리 고추장 된장 간장이 어떤 의미긋노 옛날엔 아주 중요한 기라 소박감아지 아마
그릇만 깨도 소박당한다 켔는데 ㅎㅎ"
"소박 당하지 머 까짓 고추장 단지 한 깼다고 나가라 쿠몬 미련없이 나가야지 우짜긋노 ㅋㅋㅋ"
"잘났어 잘났어 정말 ㅎㅎ 이거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 괜히 속상해하실라"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고추장 단지 박살 낸 당사자가 참지 못하고 지 입으로 이실직고를 한 기라
울 엄마 펄펄 뛰신건 당연
올해는 또 고추장 사 먹어야 할 판이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화 내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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