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이 참 좋은 날
이른 오전 무학산 둘레길 한바퀴 하고 와서 아들램 학교 보내고 그때부터 집안 뒤집기 청소를 했다.
그간 눈에 보이는 곳만 청소를 하다보니 구석구석 먼지가 어찌나 쌓였는지.
가구도 정리하고 버릴 것 버리고 필요한 건 또 사서 넣고
그러다 보니 여름 이불이며 베게보며 죄다 씻게 되었다.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땀 흘린 김에 팔 걷어 붙이고 시작했다.
가을 볕이 넘 좋아서 절로 빨래 하는 손이 즐겁다.
차렵이불 두채, 요커버, 베겟보 4개 쿠션보 1개 와 빨래거리들
텃밭에서 키운 고추도 소쿠리에서 볕을 받고 바짝 마르고 있었다.
숨겨둔 아들넘 신발도 죄다 꺼내 빡빡 빨았다.
볕 잘 드는 계단참에 신발들 줄을 세웠다.
가을 하늘 구름이 몽글몽글하고 따끔한 햇빛은 금세 피부에 들러 붙어 색을 변화시키겠지만
아랑곳 않고 세탁한 여름이불과 요커버 등을 옥상 빨래줄에 널었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 살랑살랑 잘 마르겠다.
하늘이 높다
구름은 낮게 이쁘다
가을 볕에 잘 마르는 고추와 이불 빨래와 아들넘 290 사이즈 신발을 보니 뿌듯하다.
집 청소에 가구 정리에 옷 정리 여름 이부자리 세탁까지 한꺼번에 해치우니 삭신이 쑤신다.
냉동실 한켠에 잠자던 투게더 아이스크림 반통을 순식간에 작살내고
잠시 등을 펴고 누웠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살폿 잠이 들었다.
매미 소리 잦아 들고 어느새 깊은 잠속에 빠진 모양이였다.
바스락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더니 무서운 고양이 한마리 앞 집 옥상에서 훌쩍 건너 뛰어 날으는 듯 우리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옴마야 저기 머꼬"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 손사래로 내쳐볼려고 했지만 꿈쩍도 않는 녀석
할수 없이 문을 열고 나서니 살짝 뒤 돌아보더니 도망을 간다.
"아니 대낮에 양공이들이 어슬렁 거리남?"
잠시잠깐의 낮잠도 양공이 때문에 박살이 난 땀흘린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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